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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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2)- 죠반니노 과레스키(지음/윤경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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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 표지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윤경남 옮김, 진선출판사)

 

 

 

 

 

(지난 호에 이어)
수수께끼가 밝혀지기 전에는 도저히 마음 편하게 다른 일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의 어두운 머릿속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어 왔다. 무엇인가 해답 같은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그는 당장에 달려가 종각의 밧줄에 매달려 종을 울려 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느꼈다. 


그 충동은 간신히 억눌렀으나, 돈 까밀로는 참고 있을 수가 없어 망토를 걸친 채 마을 안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빼뽀네의 공장 작업 장까지 왔을 때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문간에서 머리를 디밀고는 빼뽀네 읍장에게 대뜸 인사부터 했다.


“빼뽀네 각하! 안녕하신가?”


빼뽀네는 망치질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불안한 눈초리로 돈 까밀로를 쳐다보았다.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계신지요, 신부님?”


 “아무 것도 아닐세. 그저 빼삐또가 빼뽀네의 약자 이름이라는 것이 생각났을 뿐이라네. 그리고 내가 잘 생각해 보았는데, 빼삐또 스삐제구띠를 한 자씩 풀어보면, 쥬세빼 뽀따지를 풀어놓은 글자와 똑같으니 이상하네그려.”


빼뽀네는 망치질을 다시 계속했다.


“돌아가서 일요일 신문의 퀴즈난에나 써 먹으시오! 여긴 말장난 이나 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여긴 다만 정직한 사람이 땀 흘려 일하는 작업장입니다요!”


돈 까밀로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가 바로 천만 리라를 따서 호주머니에 넣은 빼삐또가 아니라니 정말 섭섭하네!”


“나두 신부님만큼이나 섭섭합니다요. 내가 그 돈을 탔더라면, 집에 얼른 가보시라고 몇 푼 쥐어 드렸을텐데 말입니다.”


“염려말게, 빼뽀네. 그런 정도의 일쯤이야 자넬 위해 얼마든지 공짜로 해줄 수도 있다네.”


돈 까밀로는 능청맞게 대답하며 자기 가던 길로 가버렸다. 두 시간이 지나자 온 마을 사람들은 이 글자풀이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다. 정말 쥬세빼 뽀따지란 글자가 맞춰지는지 알고 싶어 집집마다 빼삐또 스삐제꾸띠의 글자풀이로 법석을 피웠다. 그날 저녁에 빼뽀네의 참모들은 ‘인민의 집’에서 회의를 열었다.


“대장 !”


스미르쪼가 제일 먼저 발언권을 얻어서 말했다.


“반동분자들이 옛날부터 늘 써먹던 중상모략이라는 선전무기를 가지고 또다시 날뛰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대장이 그 천만 리라의 당첨자가 아닌가 의심하며 들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우리가 재빨리 반격해서 우리에게 진흙을 끼얹는 그런 놈들에게 징벌을 내려야 합니다.”


빼뽀네는 두 팔을 벌렸다.


“어떤 사람이 천만 리라를 벌었다고 떠들어 대는 게 중상모략이 된다고는 ‘할 수 없소. 도둑질 했다고 떠든다면 그게 중상모략이오. 복권으로 천만 리라 딴 것은 절대 비난 받을 도둑질이 아니란 말일세. 안 그런가 ?”


“대장,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일도 일단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면 정치적인 중상이 되는 걸요.”


스미르쪼가 우겼다.


“어떤 일이든지 우리 당을 위해 해로운 일이라면 그게 중상모략 입지요.”


“사람들이 뒤에서 우릴 비웃고 있어요.” 부르스꼬가 말했다.


“그건 당장 중지시켜야지요.”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성명서를 한 장 인쇄해서 붙입시다.” 비지오가 제안했다


“모든 일을 명백하게 밝히는 그런 내용의 성명서 말입니다.” 빼뽀네는 어깨를 으쓱했다.


“좋소. 그럼 그 일에 관해선 내일 의논해 봅시다.” 스미르쪼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대장, 우리가 대장의 수고를 덜어드리려고, 성명서의 초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대장께서 허락하신다면 오늘밤에 이걸 인쇄해서 내일 새벽에 내다 붙이겠습니다.”


그리고는 종이에 쓴 것을 큰 소리로 읽었다.


‘아래에 서명한 쥬세빼 뽀따지는, 천만 리라의 복권에 당첨된 빼삐또 스삐제꾸띠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명백하게 선언한다. 반동 분자들은 본인의 이름과 이 벼락부자의 이름과의 사이에서 어떤 중상모략을 가해도 소용없을 줄로 알라! - 쥬세빼 뽀따지’


빼뽀네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를 두고 비방한 글이 벽보로 인쇄되어 나붙지도 않았는데, 굳이 인쇄된 답변을 내붙일 필요가 있겠나 ?”


그러나 스미르쪼는 이에 반대했다.


“대장, 제가 보기엔 어떤 사람이 대장을 향해 치명타를 던진 다음에야 답변하겠다고 기다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적이란 것은 애초부터 미리 쳐버려야 하는 법입니다요.”


“누구든지 내 개인의 일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엉덩이를 차 버려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자네들의 호의는 고맙네만 사양하겠소. 난 그런 일을 내 대신 막아 줄 사람 같은 건 필요없으니까. 내 일은 내가 혼자서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네.”


스미르쪼는 단념했다는 듯이 어깨를 추스렸다.


“대장께서 그런 식으로 처리하신다면, 거기엔 아무런 할 말이 없습니다.”


“난 바로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사람이오!” 


빼뽀네는 주먹을 들어 책상을 꽝 내리치며 소리쳤다.


“모두들 자기 일이나 걱정하게! 함께 걱정할 일은 당의 사업 하나면 족하니까!”


빼뽀네의 부하들은 그의 말에 웬지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고 반신반의하며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뒷쪽에서 하는 소리들을 저렇게 여유있게 받아들인다는 건 뭔가 약점이 있는 것 같은데?” 스미르쪼가 집에 가는 길에 동료들에게 말했다.


“게다가 모두들 그 이름의 철자를 가지고 야단들이니 일이 복잡해질 게 틀림없어.”


 “결국은 모든 게 다 밝혀지길 빌어야지 뭐.” 비지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비난의 소리가 드디어 인쇄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빼뽀네를 풀어 보라. 그리하면 빼삐또가 나올 것이니.’ 라는 제목이 농부들의 회람에 실렸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발을 구르며 웃어댔다. 결국 빼뽀네의 참모들은 긴급 회의를 다시 열고, 뭔가 반격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좋다.”


 마침내 빼뽀네가 입을 열었다.


“그 성명서를 인쇄해서 모두 벽에 붙이도록 하게.”


그 후 스미르쪼는 곧장 인쇄소를 향해 날듯이 달려갔다. 그 후 한 시간쯤 지나서 돈 까밀로의 친구인 인쇄업자 바르치니가 교정할 때 쓰는 인쇄지 한 장을 사제관에 가지고 왔다.


“이건 신문사를 위해서도 아주 명예롭지 못한 일인걸.”


돈 까밀로가 그 교정지를 다 읽고나더니 침울하게 말했다. “만일 빼뽀네가 그 천만 리라를 손에 넣었다면, 감히 이렇게 단호하게 부인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진 않았을 텐데. 혹시 복권을 이미 현금으로 몰래 바꿔다 놓았다면 몰라도 말일세.”


“빼뽀네는 일 초도 마을 밖엔 나가지 않았습니다.” 바르치니가 돈 까밀로에게 말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걸요?”


밤도 꽤 깊어서 돈 까밀로는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새벽 3시쯤 누군가가 그의 잠을 깨웠다. 바로 빼뽀네였다. 그는 사제관 뒤뜰로 해서 안으로 들어온 다음, 현관에 우뚝 서더니 반쯤 열려있는 문으로 바깥을 살피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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