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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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61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이처럼 어거스틴은 충실한 일꾼들을 끊임없이 격려해주고 충고해 주곤 했다. 8월에는 군대가 교회당을 징발하여 병원으로 사용했다. 어거스틴은 안에서는 부상병들에게, 밖에서는 일반 시민들에게 계속해 성경 말씀을 들려주고 지쳐버릴 때까지 설교를 했다.


그는 목이 쉴 때까지 말을 했다. 밤이면 마지막 예배를 보고 나서 죽 한 그릇을 마시고 서재로 나가 기도하고, 편지를 쓰고, 또 내일의 설교를 준비하곤 했다.


 전쟁의 공포에다 전염병까지 발생하여 온 도시에 퍼졌다. 며칠 안 되어 히포의 주교도 그 전염병에 걸렸다. 심한 고열이 그의 일과를 방해하고 그를 자리에 눕게 했다.


 병으로 괴로운 상태에 누워 있어도 그는 편할 날이 없었다. 고통을 당하고 있는 남녀노소들이 그의 침실을 둘러싸고 그의 축복의 기도를 받기 원했으며, 열병이 걸린 사람들도 그에게 기어와 기도를 부탁했다. 성직자들은 그의 충고를 들으려 몰려왔다. 


 마침내 주치의가 모든 일을 중지시키자, 그는 세상을 하직할 날이 가까웠음을 알았다. 그는 하인을 불러 양피지 위에 ‘회개의 시편’을 적어서 그가 누운 맞은편 벽에 걸어놓게 했다. 그는 성직자건 평신도건 믿는 자는 누구나 전체 고백을 하고 나서 이 세상을 하직해야 하며, 이제는 그가 가르친 것을 자신에게 적용할 때가 왔다고 몇 번씩 말했다. 몇 시간씩 그는 눈을 빛내며 양피지 위를 바라보고 입술로는 시편 구절을 따라 읽었다.


 “죄를 용서 받고 죄가 가려진 자는 복이 있도다. 하느님이 그 죄를 돌리지 않으시고 마음속에 간계가 없는 자는 복이 있도다. 내가 잠들었을 때 나의 뼈는 긴 날을 떠들어 쇠잔해졌도다. 주야로 당신의 손이 무겁게 내 몸 위에 머물러, 내 눈물은 여름날 가뭄처럼 말라 버렸나니.


 오, 하느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당신의 사랑과 자애로, 온유와 친절로 나의 죄를 씻어주소서. 나의 부정함을 건져 씻어주시고, 죄에서 나를 깨끗게 하소서. 내가 지은 죄를 내가 인정하나이다. 나의 죄가 내 앞에 있으므로. ” 


 하인이 그 방에 들어올 때마다 주인의 뺨에 눈물이 젖어 있는 것을 보곤 했다. 


8월 28일, 맑고 따뜻한 날이었다. 반달족은 이쪽에서 계속 버티고 있는 것에 화를 내고 큰 바윗돌로 성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히포 성안의 시민들은 저항하는 일도 끝장이 났다고 서로 겁에 질린 얼굴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어거스틴의 주치의가 정오쯤 그를 방문했을 때 히포의 주교는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생기를 잃어 갔다. 맥박도 느려졌다. 


 “오늘 뭘 좀 드셨나요?” 의사는 옆에서 왔다 갔다 하는 하인에게 물었다. 


 “아니요, 선생님.”


 나지막한 소리로 나누는 대화가 환자를 망각의 심연에서 끌어낸 듯했다. 그는 의사를 바라보고 물었다.


 “알리피우스 주교를 부르러 보냈나요?”


 “포시디우스 주교가 그분을 부르러 보냈습니다.”


 “잘했소. 포시디우스 주교도 들어오겠지요?”


 “그럼요, 주교님.”


 의사는 하인에게 고개를 끄덕했다. 하인은 밖으로 나가자 곧 구엘마의 주교와 함께 들어왔다. 의사는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포시디우스인가?” 어거스틴이 말했다.


 “예, 접니다.” 그는 어거스틴의 그 지친 육신을 굽어보았다.


 “내 영혼은. 살아 계신 하느님을 갈망하고 있네. 언제쯤. ?”


 “하느님의 때겠죠.” 포시디우스가 서늘한 손을 열기 있는 그의 이마 위에 짚어보며 말했다.


 “우리의 시간은 하느님의 손에 있다는 걸 기억하시지요?”


 “그래, 그래.” 그의 눈이 반짝 하면서 맞은편 벽의 양피지를 바라보았다. 


 “주님, 나의 모든 갈망이 당신 앞에 있나이다.” 어거스틴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신음 소리도 당신에게서 가려질 수 없나이다. 나의 가슴은 뛰고 나의 힘은 약해지고. 약해지고. ”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호흡이 곤란해졌다. 


 “히포는 어떻게 되고 있나?. 그리고 나의 귀한 어린 양은? 포시디우스, 어떻게 되었나?”


 “모든 것을 우리 목자에게 맡기십시오.”


 “우리 목자에게. 그렇지, 우리 목자에게. 히포는 타가스테나 카르타고처럼 폐허가, 폐허가 되겠지. 그러나「하느님의 도성」은 결코 그렇겐 안 되네, 하느님은 그 도성 한가운데 계셔서 그 도성은 요지부동이지.”


 그는 눈을 감았다. 포시디우스는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무얼 좀 드시겠어요? 무얼 도와드릴까요?”


 어거스틴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는 입술을 움직여 그의 제단을 한 번 더 돌아다보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부름과 선택을 분명히 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의 생명이신 그분이 우리에게 내려오셨소. 그분은 우리를 대신해서 죽음을 당하셨소. 다시 말해서 그의 생명을 충만케 함으로써 우리 죄를 없애주셨습니다. 여러분은 그분과 함께 승천하지 않으렵니까?”


 알리피우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포시디우스와 작은 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좀 어떠신가?” 그가 물었다.


 “점점 나빠지십니다.” 포시디우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알리피우스가 몸을 굽혔다.


 “어거스틴, 내가 왔네.”


 환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미소에는 젊음같이 환한 무엇이 있었다. 


 “알리피우스! 자네가 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


 “사랑하는 친구, 좀 어떤가?”


 “그만 하네. 난 머지않아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에 들어가네. 자네가 옆에 있으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


 어거스틴은 손을 쳐들려고 했다. 알리피우스가 그 손을 꼭 쥐었다.


 “쉬는 게 좋겠네.”


 움푹 들어간 눈이 다시 감겼다. 어거스틴의 숨결이 더욱 가빠왔다. 서있는 두 사람은 어거스틴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느님, 당신의 전은 얼마나 아름답고 굉장한지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나는 당신의 신방에서 당신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 예루살렘 성, 그리스도의 신부, 하느님의 성도여, 내 마음은 그대를 사랑하고, 내 영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대를 갈망해왔나이다. 왕 중의 왕이 당신 가운데 계시도다. 그의 백성은 당신의 성 안에 함께 있도다.” 핼쑥한 얼굴이 이상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렇군요, 사랑하는 어머님, 어머님도 거기에 계시군요. 제가 당신의 간장을 몇 천 번이나 찢어 놓았던가요. 당신의 눈물은. 저 때문에 당신의 잠자리를 눈물의 강을 이루게 했지요. 그러고 너는. 하느님의 선물, 내 아들 아데오다투스야, 너도 만나는구나. 그리고 자네 네브리디우스, 내 진실한 친구여, 자네도 궁전에서 만나는구려. ”


 알리피우스와 포시디우스는 옆에 꼭 붙어 서서 숨을 죽이고 숨져가는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당신은, 나의 아름다운 나이팅게일, 당신에게도 겨울은 지나갔고, 비도 그쳐버렸소. 꽃들은 이 땅에 다시 피고, 새들이 노래할 때가 왔다오. 알리피우스!”


 타가스테의 주교가 침대 위에 몸을 굽혔다. “여기 있네, 이 친구.”


 “여보게, 알리피우스, 나이팅게일이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었네그려. 그녀의 노래 소리는 바로 봄의 소리가 아닌가.”


 “정말 그래.”


 히포의 주교는 점점 조용해졌다.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은 그가 이젠 숨을 거두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그는 기운을 차리고 그의 환상 속에 다시 돌아왔다.


 “천국 시민의 우정 어린 천사의 합창이 들려오네. 이 슬픈 세상의 인생행로를 떠나 당신의 기쁨에 이르는 사람들의 혼인 잔치가 있네. 멀리서 들려오는 선지자들의 합창 소리. 열두 사도가 있고, 수많은 순교자들, 대담한 간증자들이 승리에 차 있네. 완전하고 가득 찬 사랑이 군림하네. 하느님은 전 인격 그 자체이시므로. 그들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미하네. 하느님을 찬양하고 영원히 사랑하네. 보잘것없는 내 육신이 썩어갈 때 나의 왕과 하느님 앞에 서서 그의 영광 가운데 직접 뵐 수 있다면-하느님이 약속하신 대로-나는 영원히 축복 받으리라. ‘아버지, 당신이 내게 주신 그들도 내가 있는 그 곳에 함께 있게 하소서. 그들이 세상에 있기 전에 내가 당신과 함께 가졌던 내 영광을 보게 하소서.” 


 그는 숨을 죽였다. 그래서 두 주교는 그가 마지막 말을 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이었다. 어거스틴은 고개를 약간 들고 눈을 떠 천장을 보는 듯했다. 조용하게 평상시의 음성으로 그는 말했다.


 “. 만나게. 되리라. 하늘의. 우리. 구세. 주의. 집에. 영광. 속. 에서. ” 평생을 고통의 근원이 되어왔던 그의 목에서 웃음소리가 한 번 터져 나오자, 그의 고개가 베개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숨결이 멎은 것이다.


 포시디우스는 돌아서서 고개를 숙인 채 알리피우스를 침대 옆에 두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구엘마의 주교가 문을 닫고 나섰을 때 하인이 죽 그릇을 받쳐 들고 방을 향해 오고 있었다. 


 “나 같으면 들어가지 않겠소.”


 포시디우스가 하인에게 말했다.


 “왜요, 주교님, 주무시나요?”


 포시디우스도 긴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음, 당신의 주인은 아주 평화롭게 잠드셨소.”(끝)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은 이번 호로 마치고, 다음 호부터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신부님 러시아에 가다>(윤경남 옮김, 진선출판사)를 바탕으로 한 ‘돈 까밀로 신부와 공산당 읍장 빼뽀네의 고향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독자 분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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