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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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7회)
knyoon

 

▲히포해변의 어린이와 대화하는 어거스틴(루벤스 그림)

 

 

 

(지난 호에 이어)
 어거스틴은 한숨이 나왔다. 사람들은 적대 감정을 가지고 점점 그를 에워싸고 좁혀왔다. “이봐요, 젊은이들. 피니아누스가 결혼한 사람이란 걸 모르고 있소?”


 “성직자로 봉사하기 위해 가정생활을 포기한 사람도 있습니다. 피니아누스 님이라고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있습니까?”


 “그건 너무나 큰 희생이오. 하느님의 부름을 받지 않는다면 어렵소.”


 “피니아누스 님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지 않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습니까?”


 “형제들이여, 내 말을 들으시오.” 어거스틴은 수사학자로서 강연할 때처럼 그의 왼팔을 내밀었다. 


 “나는 그 사람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임명하진 못하오. 단순하게 여러분들이 원한다고 그를 임명하느니 내가 내 교구를 포기하는 편이 더 낫겠소.”


 “하지만 주교님도 주교님 의사에 관계없이 임명되지 않았나요?” 지금까지 말없이 서있던 사람이 끼어들었다. 


 “아니지요. 발레리우스 주교께서 내게 동의하도록 호소하셨소. 그리고 나서 내 양심은 그 직분과 조화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동의했소.”


 어거스틴은 그들로부터 무겁게 몸을 돌려 두 줄로 늘어선 회중석 사이의 통로로 내려와 강단에 오르는 층계를 밟았다. 그곳에서 그는 주교들이 앉는 예비 의자에 앉았다. 위원회의 압력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그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히포에서 그의 사명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간 건 아닌가, 사생활의 본보기에서나 그의 가르침에서 정신적 영향을 별로 주지 못하고, 힘만 다 쏟고 헛수고 한 건 아닌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웅얼거리며 모여든 대표자들이 강단 앞의 구석지로 몰려갔다가 다시 대표자가 주교에게 말을 했다.


 “주교님, 죄송합니다만, 주교님께서 피니아누스를 양심상 임명할 수 없다고 하신다면, 우리는 다른 주교님께 임명해 달라고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대도 난 죽음을 각오하고 피를 흘려서라도 대항해 싸우겠소.” 어거스틴은 입을 꽉 다물었다.


 “그렇지만 주교님...”


 그 때 피니아누스와 상의하러 갔던 위원 한 명이 돌아왔다.


 “무어라 대답하셨나?” 대표자가 물었다.


 “피니아누스는 성직자로서 봉사하지 않겠답니다. 우리가 성직을 강요하면 그는 아프리카를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모두들 실망하는 소리를 질렀다.


 “비겁한 자야!”


 “로마로 돌아가라고 하시오!”


 “알리피우스 주교가 거절하라고 압력을 넣은 걸세.”


 어거스틴은 주교의자에 다시 앉았다. 몇 사람은 그들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전달한 위원은 조용히 하도록 손짓을 했다.


 “피니아누스님은 주교님께서 와주십사 청합니다.” 그가 어거스틴에게 말했다. 


 위원들은 히포의 주교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는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통로를 향해 돌아서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없이 교회 문을 나섰다.


 한 시간이 지난 다음 피곤하고 핼쑥한 얼굴로 교회에 다시 돌아왔다. 그가 주랑에서 발을 멈추자 위원들은 하회를 알려고 그를 둘러쌌다.


 “그는 여러분께 두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첫째로는, 그가 성직 임명엔 굴복하지 않는다 해도 히포에 영주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는 타가스테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 그의 개인 소유물을 가지러 사람을 보낼 테고 여기에 살 집을 구할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그에게 성직 임명을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사람들은 의견을 알려고 서로 쳐다보더니,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둘째로, 그가 사제 직분에 부름 받았다고 느꼈을 때는 바로 이 피이스 대성전에서 임명을 받고 싶다고 여러분께 약속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대표자가 진심으로 말했다.


 “우리는 주교님의 협조에 감사를 드립니다.”


 “자, 이제 형제들이여, 나는 실례해야겠소. 자기 전에 글을 쓸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 편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사소한 갈등과 긴장으로 지친 어거스틴의 낮은 음성이 말했다.


 그가「하느님의 도성」을 집필하러 서재로 들어간 것은 한밤중이었다. 내일의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몇 시간 눈을 붙이려고 그는 새벽 세 시쯤 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후 좀 이른 시간에 알비나, 피니아누스, 멜라니아 등 세 사람이 히포를 조용히 빠져나가 타가스테로 돌아가 버리자 교회는 온통 뒤집힐 듯이 난리였다. 화가 난 위원들이 어거스틴의 서재로 몰려왔다.


 “주교님, 우린 배신을 당했습니다. 피니아누스는 거짓말쟁이요, 약속을 어긴 자입니다. 우린 그가 곧 징계되기를 요청합니다.”


 “그를 파문시키시오!”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이런 사태에 당황한 어거스틴은 얼마 동안 사태를 지켜보았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급히 다룬다고 그의 약을 땅바닥에 흘리는 그런 실수를 해선 안 되지요. 여러분이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우린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그는 화가 난 교구 신도들을 달래주듯 너그러운 미소를 띠고 이런 모순을 감쌌다. 


 “내가 알리피우스 주교와 피니아누스에게 편지를 보내겠소. 나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어찌된 일인지 모릅니다. 만일에 깨어진 약속이라도 그것이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이런 말로나마 위원들은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어거스틴은 위험하게 마주 서 있는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바위 같은 그의 교구민과 독립심 강한 한 귀족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지루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알리피우스가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었다. 


 서신의 결과는 전혀 무익하진 않았다. 피니아누스는 무례하게 히포 교회를 떠난 데 대해 용서를 비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멜라니아와 헤어져서 수도원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부패한 로마의 정치가들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겼다. 그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신의 응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성직에 입적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으며, 교우들에게 그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간청했다.


 어거스틴은 양심에 거리낄게 없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피니아누스와 멜라니아를 존경했지만, 신의 부름을 받지도 못한 돈 많은 귀족을 성직자로 교회가 택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마침내 어거스틴의 외교 수완으로 그와 교인들 사이에 새로운 애정의 연결이 맺어졌다. 인간이 하느님께 충성하는 일은, 성직자가 제단에서 전하는 열정적인 설교라는 작은 몫의 수단으로 인해 사로잡힐 수 있다는 사실을 히포의 주교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리라. 

 

 

∽ 42 ∽

 


아프리카가 그러한 재난을 당하는 것은 그들 죄의 탓으로 돌려야 합니다. -보니파스에게 보낸 편지

 

 시간이라는 군주는, 어거스틴이 그의 거대한 책을 완성하려면 그의 업무량을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는 놀라운 저술가가 되었으며, 수백 권의 책과 논문과 수필과 여러 가지 주제가 달린 소책자들을 뒤적거려야만 했다.


「삼위일체론」한 권만 해도 16년이 걸렸다. 아직도 그는 이러한 봉사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여러 가지 방해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연륜이 쌓이면서 어거스틴은 행정과 사법 분야의 업무는 헤라클리우스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 헤라클리우스는 부제로 봉사하면서도 그 지방의 여러 가지 책임을 떠맡는 일을 빨리 익혔기 때문에, 그의 주교가 서재에서 더 중요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어거스틴은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던 사상 체계를 정리했다. 그는 성경에 대한 주석을 폈다. 그리스도교 교리를 설명했다. 그는 펠라기우스 개인에게 대항하는 8편의 책과 줄리안에게 대항하는 6권의 책을 만들어 펠라기우스 학파를 공격했다. 


그런 다음 이교도에 대해 지금까지 발표한 것 중에 가장 신랄한 비평적 저술인「하느님의 도성」을 드디어 완성했다. 그것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그리스도인들의 손이 공격과 방어를 함께 휘두를 수 있는 두 개의 날이 달린 칼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들의 머리 위에 휘두른 칼처럼, 제국 위로 번쩍이며 그의 신학에 반대되는 자들을 쳐서 쓰러뜨리는 그런 칼이었다. 로마 사람들이 놀란 사실은, 어떻게 한 사람의 힘으로 그렇게 엄청난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그 작품은 상상력을 발휘했으며, 친구는 물론 적 편의 찬사마저 불러들였다. 어거스틴은 그 시대에 가장 으뜸가는 교회 학자로 인정을 받았다. 그 책이 출판된 것은 그가 72세 되는 해였다. 


 여러 가지 장애를 무릅쓰고 그는 조용하게 그의 작업을 해내었다. 그는 교회 평의회에 참석했으며 대중의 논쟁에 말려들기도 했다. 그는 온 제국에서 날아드는 편지에 회답을 써야 했으며, 설교와 강의와 사제들을 가르치는 데 시간을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따금 사람들이 그의 서재로 몰려와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를 상담해 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매일 하는 일과는 줄어들고 있어서 즐거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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