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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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5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제가 좀 편하게 해드릴게요.” 그는 어거스틴이 옷자락으로 배를 깔게 해주었다. 


 “제 아버지는 선원이셨습니다. 아버지는 몇 가지 꼭 필요한 치료법-아버진 그걸 비결이라고 말씀하셨지만-을 다른 나라의 의사한테서 배우셨답니다.”


 사제의 엄지손가락이 통증이 오는 척추를 누르자 어거스틴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헤라클리우스, 나하고 같이 와주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주교께서 이야기를 계속하기를 갈망하며 헤라클리우스는 말을 꺼냈다.


 “로마는 슬픔의 도시라고 우리는 들었습니다.”


 “아마도 예루살렘을 빼놓고는 로마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도시는 없을 것이네. 왜냐하면 로마는 말할 수 없이 비애에 찬 죄악의 도시이기 때문이지. 펠라기우스, 이 친구가 오래 머물러 있다가 그 무서운 타락과 독침과 잔인성을 경험했더라면, 인간의 타고난 선에 대한 교리를 벌써 집어치웠을 걸세.”


 어느 정도 용기가 생긴 헤라클리우스가 한 마디 던졌다.


 “펠라기우스가 자신이 옹호해준 도덕을 지닌 바로 그 사람들로부터 도망쳤다는 건 참 웃기는 일 아닙니까?”

 

 

 

 

 


 “정말 그렇지. 살인, 약탈, 터무니없는 권력에 대한 열광, 방탕. 이 여러 가지 못된 것들이 로마의 멸망을 알려주는 신호였고, 장님을 빼놓은 모든 사람에게 바울의 말처럼 ‘지나치게 그악스러운 죄’를 보여주었네.”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이겠죠? 주교님.”


 “그렇지, 그래.” 어거스틴은 이제 그만하라고 그의 안마사에게 손짓을 했다. 


 “헤라클리우스, 어떻게 감사해야 하나? 고마운 걸 말로 다 할 수 없네그려. 자네 아버지께선 아들에게 진실로 좋은 유산을 물려주셨는데!”


 그 후 얼마 동안 헤라클리우스는 주교의 건강 상태가 서서히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슬렁어슬렁 사막 위를 걸어 다니는 일, 시월의 태양 아래서 맞는 사치스런 한때, 샘 가에서 혹은 버드나무 밑에서 헤라클리우스가 자주 해주는 지압, 하인이 올리는 정성스런 음식 등 이 모두가 지나치게 긴장해있던 사람에겐 치료의 효과를 가져 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마침내 창백한 얼굴은 가시고 갈색으로 타기 시작했다. 후두염도 나았다. 두통도 덜했다. 척추도 이젠 통증이 없어졌다. 바짝 마른 개울바닥에 억수가 퍼붓듯 옛날의 정력이 다시 솟았다.


 한 심부름꾼이 어느 날 아침에 말을 타고 히포에서부터 한 뭉치의 편지를 가지고 오기 전까지만 해도 조용한 그들의 일상생활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편지들 가운데는 즉시 회답을 요구하는 것이 있어서 어거스틴은 하인을 시켜 버드나무 밑에 책상을 내다 놓도록 일렀다. 헤라클리우스는 그의 앞에 두루마리 양피지를 갖다 놓고 앉았고, 어거스틴은 잔디에 누워 서류 뭉치를 뒤적이고 있었다. 


 헤라클리우스가 받아 쓴 첫 번 편지는 히포에 있는 그의 교회 사제들에게 보내는 글이었다.  


 “여러분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옷을 입혀주는 습관을 잊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내가 여러분과 같이 있을 때 그 자비로운 사업을 권고했었는데, 지금 이 세상의 시련 때문에 압도되어 게을러져선 안 되겠습니다… 자선사업을 줄여야 할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사업을 평상시보다 늘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시련이 커지고 현 세계의 몰락이 가까워옴을 느낄수록, 그들이 이 지상에 쌓아두려는 보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적극성을 가지고 하늘 창고에 옮겨주어야 합니다. ”


 어거스틴은 편지를 멈추고, 잔디 풀을 뜯어먹으며 무심히 왔다 갔다 하는 염소의 수척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이나마 그는 로마를 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편지를 마저 끝냈다.


 그는 답장들을 한 옆에 밀어 놓고 미묘한 결혼 문제로 충고 받기를 원하는 엑디키아라는 그리스도인 자매로부터 온 편지에 눈이 갔다. 그녀는 헌신적인 금욕의 생활을 결심하고 남편도 그와 같이 하도록 설득했었다. 그런데 그의 결심을 지키지 못한 남편이 간음을 했다고 고백했다는 것이었다. 착한 엑디키아에게 뭐라고 말해 주어야 하나?
 어거스틴은 회답을 보내기 전에 한참 동안 생각했다. 


 “나는 당신 남편의 마음속에 이미 세워지기 시작한 순결의 대건축이 인내를 할 수 없게 되어 간음으로 몰락하도록 당신이 부추긴 것을 크게 탄식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에게 파멸이 온다면, 그의 분노는 당신을 향해 더 한층 격렬할 것이며, 그가 당신에게 분노하여 더 깊은 파멸에 이르렀다면 더 한탄할 일입니다. 이 커다란 불행은 당신이 절제로 남편을 다스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합의해서 당신들이 육체적인 관계를 갖지 않았다 해도, 당신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이므로 결혼의 결합에 따라 아내로서 남편에게 속한 것을 보여주었어야 했을 것입니다. 믿는 당신이 안 믿는 남편과 결혼했다면 사도들이 명한 대로 그를 하느님께 인도하기 위해 순종으로 행동하는 것이 당신의 의무인 줄 압니다. 당신은 사도의 말씀을 읽지도, 듣지도, 생각지도 않은 모양입니다.‘남자는 여자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음행을 행하지 않기 위하여 남자는 각각 아내를 가지고 여자는 각각 남편을 가지도록 하십시오. 남편은 아내에게 남편으로서 할 일을 다 하고, 아내도 그와 같이 남편에게 아내로서 할 일을 다 하십시오. 아내는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오직 남편에게 맡겨야 하며, 남편 또한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오직 아내에게 맡겨야 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요구를 거절하지 마십시오. 다만 기도에 전념하기 위해서 서로 합의하여 얼마 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무방합니다. 그러나 자제하는 힘이 없어서 사탄의 유혹에 빠질지도 모르니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보다 큰 목적을 가진 당신이지만, 그가 악마의 유혹으로 음행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러한 자비로 그의 욕망에 굴복했다면, 그것은 얼마나 잘된 일이었을까요? 남편의 파멸이 두려워 실천하지 못한 당신의 순결에 대한 욕구를 하느님께서도 받아주셨을 터입니다. ”


 거의 두 시간 동안 편지를 써내려 가던 어거스틴은, 받아쓰고 있는 헤라클리우스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웃음을 참으면서 몸을 쭈욱 폈다. 


 “자, 편지 쓰는 데 한 나절이 걸렸네 그려.” 그는 말했다. 


 헤라클리우스도 펜을 던지고 그의 오른 손가락을 주물렀다. 


 “저. 전 주교님께서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거스틴은 큰 소리로 웃었다.


 “내가 사제로 임명될 때만 해도 몰랐지 뭔가. 이럴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완강하게 거절하는 건데.”


 

∽ 40 ∽

 

만약 당신께서 펠라기우스를 사랑하신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할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일지도 모릅니다. - 예루살렘 주교에게

 

 어거스틴은 사막에서 돌아오자, 망할 지경으로 궤변을 떠는 펠라기우스 파와 싸우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단을 소심한 데서 나온 산물이라 생각지 마시오. 통이 커야 이단이 되는 것입니다.”하고 그는 어떤 친구에게 편지로 말했다.


 펠라기우스에 대한 공식적인 비난은, 죄나 은총에 대한 어거스틴의 설명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418년에 줄리안을 비롯하여 약 19명의 펠라기우스파 주교들이 이탈리아에서 추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거스틴은 뛸 듯이 기뻤다. 격렬한 투쟁이 분명히 흐뭇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는 설교단에 서서 “카우자 피니타 에스트”라고 선언했다. “싸움은 끝이 났다. 하느님의 일꾼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온성을 쌓는 일에 합심하게 하소서.”


 그러나 그의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동쪽으로 추방된 줄리안이 실제로 그의 공격을 강화하고 히포의 주교에게 강타를 계속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거스틴은 논쟁을 다시 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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