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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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3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나이팅게일이 노래할 때, 얼마나 교묘하게 음성을 조절하며, 얼마나 상쾌한 음성이 공중에 울려 퍼지는가! 나의 미래의 신앙의 대변자여, 가서 그대는 주님의 나이팅게일이 되시오”라고 어거스틴이 말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도 헤라클리우스보다 더 성실하게 그의 노래를 부르려고 애를 쓴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잠깐만, 우리 그 얘기를 더 계속합시다.” 헤라클리우스가 말을 꺼냈다. 

 

 

 

 


 “교인 숫자는 그 교회가 참된 교회냐 아니냐 하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건 이것과 같습니다. 당신네 도나티스트들이 ‘우리는 참된 교회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스러운 사회이기 때문이다. 성스런 사회는 성스런 사람만 허용할 수 있다’고 하는 말과 같지요.”


 헤라클리우스가 그의 온 정신을 노변 논쟁에 불붙이고 있을 때, 어거스틴은 그의 강한 면과 약한 일면을 주시했다. 헤라클리우스가 보잘것없는 상대에게 부당한 공격을 받아도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드디어 그가 끼어들었다. 


 “내 말 좀 듣게, 이 젊은 신학도들.” 그는 골목길이 갈리는 데서 걸음을 멈췄다. 


 “예까지 오고 보니 고통 중에 있는 또 다른 식구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나는군.”


 “아니, 주교님.” 레나투스가 살짝 안색이 달라지며 대들듯이 말했다.


 “전, 아니 우리는 이 논쟁에서 주교님의 고견을 들으려 했는데, 다음날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안 되오, 그 사람은 우리 교회 신도요. 가봐야 합니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헤라클리우스가 말했다.


 “자넨 먼저 집에 가 있게. 상담할 사람이 와서 기다리거든 내 곧 간다고 일러두게.”


 “그렇지만 주교님. ” 레나투스가 걱정스러운 듯 끼어들었다.


 어거스틴은 벌써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잘 가오, 형제들.”


 “저분 참 무례하구만요.” 레나투스는 어거스틴이 없이는 논쟁을 계속하기 싫은 듯 쭈빗거리며 투덜댔다.


 “우리 얘기나 계속합니다.” 히포 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헤라클리우스가 말했다. 


 “도나티스트의 주장에 대한 어거스틴 주교님의 대답을 당신한테 해주겠소. 그는 이렇게 말씀했소. ‘나의 신앙은 성직자에게서 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것이다. 성직자는 단순히 그리스도의 대행자 역할을 할 뿐이다.”


 “당신이나 당신의 어거스틴은!” 농부의 입술이 경멸하는 듯 뒤틀렸다.


 “결국 어거스틴이 뭐란 말이오? 비도덕적인 이단자일 뿐이요.”


 “그는 이단자가 아니오.” 헤라클리우스는 더욱 부드럽게 응수했다.


 “그분이 과거엔 비도덕적이었다 해도 지금은 그렇질 않소. 그가 개종한 다음부턴 부끄럼 없는 생활을 하고 있소.”


 “우린 그가 루칠라에게 준 그 미약에 대한 의혹을 아직 못 풀고 있소.”


 “참 불행한 날조였소. 당신은 누미디아의 대주교께서 무죄로 밝혀주신 걸 잊은 모양이군요.”


 레나투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게 되돌려질 수 있을까?”


 “당신은 그분에게 무슨 불만이 있습니까? 그분이 당신에게 무슨 일을 했다고 그분을 그렇게 대항하고 미워합니까?”


 “그는 우리가 반대하는 설교를 하고 글도 쓰고 있소.”


 “당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그런 것이지 당신에게 그런 건 아닐 텐데요. 그분은 우리 두 교회를 화해하려다 실패하고 비탄에 빠지고 나서 그 일을 시작한 겁니다.”


 그들은 간선도로에서 갑자기 꼬부라지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무성한 숲이 뻗쳐 있는 길가였다. 갑자기 숲 속에서 하얀 긴 옷을 입고 붉은 수염을 단 남자가 지휘하는 사나운 누미디아인 다섯 명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헤라클리우스와 레나투스를 위압하며 다가왔다. 


 “그 사람은 어디 있지?” 그 우두머리가 레나투스에게 물었다.


 그 농부는 불안한 듯 헤라클리우스를 쳐다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사람은. 오는 길에 다른 데로 갔어요.”


 “그래 놓쳤단 말이지!” 붉은 수염 난 사나이가 고함을 질렀다.


 “우리들의 적을 영원히 돌봐줄 계획을 세웠는데 놓쳐버리다니!”


 “같이 가자고 얼마나 야단을 하고 애를 많이 썼는데도. ” 레나투스가 뒤로 물러서며 투덜거렸다. 


 “애를 많이도 썼군!” 화가 난 그 사람은 곤봉을 들어 올려 레나투스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다음 번엔 믿을 만한 안내자를 물색해야겠다.” 그리고는 욕을 퍼붓고 울타리 너머로 곤봉을 내던지고 움츠러든 농부에게 침을 뱉고 히포의 반대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머지 네 명도 뒤를 따랐다. 


 헤라클리우스는 낭패해 있는 레나투스를 공포에 차서 바라보았다. 


 “이래도 당신네 도나티스트들이 우리 주교님을 배신자라 비난하겠소? 하느님의 계시가 당신들의 악한 흉계를 꺾어버린 거요!”


 농부는 얻어맞은 등을 문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당신네 어거스틴은 죽어야 마땅해.” 그는 으르렁거리며 길을 내려가고 있는 도나티스트 사제의 뒤를 따라갔다.


 “당신은 당신이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모르는구먼!” 헤라클리우스가 소리쳤다. “우리 주님은 말씀했소.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제자이며 그 제자인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당신네 도나티스트들은 그래 그리스도의 말씀을 완수했다고 말할 수 있소? 당신네가 구엘마의 주교 포시디우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상기시켜줄까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소?”


 “도나티스트들이 그분 댁까지 추적해 갔소. 그분이 밖으로 나오기를 거절하자 집에 불을 질렀소. 당신네 주교가 막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분을 죽이려고 했을 거요.”


 헤라클리우스는 작은 몸집으로 이 행동대들을 생각하고 팔을 휘둘렀다. 


 “그들이 가톨릭 형제들에게 어떤 사랑을 보여주었는지 아시오? 그들은 우리 집들을 약탈하고 창고를 털어갔소. 그들은 우리 사제 한 분을 죽였고, 우리 주교님 한 분의 혀와 팔을 잘랐소. 이게 무슨 그리스도교요? 갈보리산 위에서 우리 구세주는 그분의 원수를 위해서 기도하셨소. 그리스도의 이름을 내세우면서 죽이고 파괴하고 원한과 증오를 더하는 자들을 주님께선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레나투스가 보기 싫게 오만상을 찌푸렸다. 


 “어거스틴 때문이요. 그가 우리 국민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어요. 그 사람, 그리고 강단에서 떠드는 그의 헛소리가 말이요.”


 헤라클리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회당에서 멀지 않은 히포 근처에까지 왔기 때문이다. 마지막 울화를 터뜨린다는 듯 레나투스는 젊은 사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자는 악당이야, 브리엘의 아들이란 말야!”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자는 파문 당해 지옥으로 가야 해!” 이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사제에게 빙 돌아서서 두 주먹으로 머리와 턱을 쳤다. 헤라클리우스는 뒤로 비틀거리며 주먹을 피하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중상하고 있는 거야!” 그는 말했다.


 레나투스는 화가 나서 몸을 뒤틀며 헤라클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싸움이 벌어지자 구경하려고 모여 들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공짜구경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금새 포위되었다. 


헤라클리우스는 레나투스가 그를 치자 막으려고 손을 쳐들면서 옆으로 비틀거리는 농부의 턱을 주먹으로 한 대 쳤다. 구경꾼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고 얼룩무늬 튜닉을 입은 그 남자가 나무토막 쓰러지듯 넘어져 도랑에 쳐 박혀버리는 것을 보았다. 


 군중 속에 어떤 장난꾸러기가 동그래진 눈으로 헤라클리우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 치를 잘 재우셨소.”


 사제는 불쌍한 생각이 들어 엎어져 있는 그를 일으켰다. 그는 몸을 굽혀 그 육중한 몸을 들어올려, 비틀거리며 군중을 헤쳤다. “의사한테 데리고 가야 해요.” 하면서. 


 헤라클리우스가 있는 힘을 다해 의식을 잃은 농부를 안고 길을 내려갈 때 사람들은 존경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길을 비켜섰다. 


 두 시간 후에 헤라클리우스는 서재에 앉아 있는 히포의 주교 앞에 불려갔다. 어거스틴은 두루마리와 양피지가 잔뜩 쌓인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피로에 젖었으나 불꽃 튀는 듯한 눈으로 그는 젊은 사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말해보게.”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주교님?”


 “이봐, 헤라클리우스, 싸운 일 말야.”


 헤라클리우스는 몸의 중심을 바꾸어 섰다.


 “그럼, 얘길 들으셨군요.”


 “이 보게, 3만 명의 시민이 살고 있네. 지금까지 2만 9천 명이 내 사제 중 한 사람이 권투선수가 되었다는 얘길 들었다네.” 


 헤라클리우스는 자초지종을 주교에게 이야기했다. 


 “그 사람은 괜찮은가?” 얘기를 다 듣고 난 어거스틴이 물었다.


 “의사는 아무데도 다친 곳은 없다고 합니다. 턱에 상처가 좀 났지요. 지금쯤 집에 있겠지요.”


 “약값은 냈나?”


 “알았네. 내게 계산서를 보내도록 하게.”


 “하지만 주교님. ”


 어거스틴은 손을 들어올렸다.


 “그건 내 명령일세. 다 얘기해줘서 고맙네, 헤라클리우스.”


 사제가 방을 나가려고 돌아섰다.


 “잠깐 나를 보게. 나가기 전에 한 가지만 묻겠네.”


 헤라클리우스가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십시오.”


 “호전적인 사람을 징계한다는 게 어렵진 않았나?” 즐거움에 반짝이는 빛이 어거스틴의 어두운 눈동자에 비쳤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교님.”


 “어째서 어렵지 않았나?”


 “주교님께서 언젠가 강의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더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복수의 정신으로 싸우지 않고 사랑의 정신으로 싸운다면 사람의 명예를 지키는 적절한 명분이 된다’구요. 저는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주교님에 대한 저의 사랑이 주교님을 비방하는 자에 대한 저의 분노보다 더 컸습니다.”


 “아, 고맙네, 헤라클리우스. 이제 가보게.”


 성직자의 명예를 걸머진 홀쭉한 몸매의 그가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마자 어거스틴은 그의 손을 양쪽 허리에 얹고, 몸을 흔들며 소리 안 나게 웃었다. 그의 눈엔 눈물이 고였고, 행복감이 그의 고달픈 영혼 위로 밀려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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