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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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2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미소를 지으며 메갈리우스는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히포의 시민 여러분, 이 젊은 사제는. ” 


그는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어거스틴을 가리켰다. 


 “여러 가지 재주를 겸비한 이 사람은 적들이 그의 인격을 모독하기 위해서 꾸민 비열한 거짓에 대항하여 자기 자신을 충분히 변호했습니다. 그 누구도 예수 그리스도와 하느님의 교회를 위한 정열이나 말씀을 외치는 그의 능력이나 행정력, 사람들에 대한 그의 사랑을 의심치 않으리라 믿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어거스틴을 발레리우스의 후계자로 임명하기로 선언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일 저녁에 이 피이스 대성전에서 어거스틴이 주교로 임명될 것입니다.”


 환호 소리가 회중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선언을 기뻐했다. 사람들은 기뻐서 웃으며 서로 얼싸안았다. 알리피우스와 포시디우스는 친구가 서있는 곳으로 달려가 손을 꽉 잡고 그에게 축하를 했다. 주교로 임명되었다는 사실보다 그의 이름이 깨끗해진 것에 더욱 용기를 얻고 어거스틴은 눈을 빛냈다. 


 “자네 같은 형제들 덕분에, 이런 위기에 내가 천국 언저리에 살고 있다는 기분을 갖게 되는구먼.”


 누미디아의 대주교가 어거스틴에게 성스러운 주교로 임명하는 엄숙한 순간이 왔다. 성유를 뿌리고 제복(祭服)과 반지와 책과 목자의 지팡이를 수여하는 일, 형제애를 표시하는 입맞춤 등, 이 모든 의식 절차가 아주 엄숙하게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어거스틴은 안수를 받기 위해서 무릎을 꿇었다. 메갈리우스가 그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를 높여 기도를 올렸다. 


 어거스틴은 기도 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메갈리우스가 그를 위해 기도하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신비스러운 하늘의 영광에 싸인 듯한 구름 장막 사이로 그를 내다보고 미소 짓고 계셨다. 낯익은 음성이 그의 영혼 가운데 들어와 다정하게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귀하고 귀중한 내 아들아, 우리 하느님께서 너를 그분을 위해 빛나며 타오르는 등불로 만들어놓으셨다는 걸 나는 확신하고 있었단다. 내 아들아, 축복을 받을지어다. 너에게 가장 선배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못 박힌 손이 너를 축복해 주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St. Augustine, 1472 - Antonello da Messina

 

 

 

∽ 38 ∽

 

 

 

이 지상의 도시로부터 우리가 지켜야 할 하느님의 도시에 대항하는 적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거스틴이 가벼운 발걸음과 불꽃 튀는 눈으로 히포의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볼 즈음 그는 이미 중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의복에 국경을 두지 않는 그는 주교에 임명되자 그의 제복을 벗어버리고 재단사에게 부탁하여 까만 면직으로 긴 옷을 지어 입었다.


 그 지방 사람들은 그가 소송사건 때문에 법정으로, 가난한 환자를 위해 병원으로 이웃동네로 경쾌하게 달리는 모습에 익숙해졌다. 늘 동반해 다니는 사제나 수도사들에겐, 걷는 동안 교리의 중요성을 열심히 가르쳤다. 이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재미이기도 했다.


 그가 교회 지도자로서 명성이 높아지자 두 개의 층이 생겼다. 온 제국에 있는 찬양자로부터 넘치는 찬사를 듣는가 하면, 또 다른 질투에 눈먼 악의에 찬 사람들로부터 분노의 고함을 듣게 되었다. 영웅 숭배자들은 그를 지나치게 찬양했고, 그의 적들은 그의 젊은 날의 미미한 일들을 비꼬아 그를 거짓 선전하기에 바빴다. 모니카의 일까지 들추어 욕을 했다.


 이러한 명암을 배경 삼아 그의「고백록」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가슴을 찌를 듯이 솔직한 그의 자서전이 우스꽝스럽게 떠들어대는 아구를 막지는 못했지만, 약간 완화시키는 데는 성공한 셈이었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발레리우스가 젊은 수도사 헤라클리우스의 정성스런 간호로 원기를 회복하고 메갈리우스가 히포시를 방문한 다음 꼭 1년을 더 그의 생명을 부지한 일이었다.


 그 동안 병석에서만 지냈지만, 어거스틴이 그의 친구들에게 말한 것처럼, 그는 젊은 감독에게 항상 영감(靈感)의 샘이 되었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으며, 충고 해주고, 쉬지 않고 그를 위해 기도하며 지냈다. 


그는 임종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아들 어거스틴이여, 하느님의 온전하신 갑옷을 입으라. 예수 그리스도의 선한 병사로서 환란을 이겨내시오.”


 히포의 주교로 폭풍 같이 몰아치는 어려운 몇 해 동안 어거스틴은 그 명령을 기억해야 할 계기가 여러 번 있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몇 세기 동안에 가장 격렬한 사회 격동이 인류에게 몰아 닥쳤기 때문이다.


 모에시아와 트레이스로부터 비지고드의 유목민들이 알라릭이라는 교활한 자의 지휘 아래 쳐들어왔다. 그들은 그리스를 약탈하고는 쫓겨나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다. 이탈리아의 젊은 황제 호노리우스는 그가 총애하는 스틸리코 장군을 보내 알라릭에 대항하게 했다. 403년 봄 스틸리코 장군은 베로나에서 비지고드족을 물리쳤다.


 초여름이 되자 그는 개선장군으로 로마에 입성했다. 그는 호노리우스와 함께 황제의 전차를 탔다. 도시는 기쁜 환호로 넘쳤다. 수도를 로마로 옮긴이래 처음 있는 가장 큰 로마의 휴일 축제였다.


 그러나 알프스로 후퇴한 줄만 알았던 알라릭은 그의 군대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로마 시민들의 흥분이 가라앉을 무렵 그는 테베강 둑에 진을 치고 성문으로 전진했다. 그리고는 보급로를 차단해버렸다. 원로원에서는 그에게 엄청난 배상금을 주어 떠나게 했다.


 1년이 지난 후 그는 다시 쳐들어왔다. 두 번째의 배상금이 지불되었다. 로마는 알라릭의 배신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많은 귀족들이 재산을 정리하여 실망을 안고 로마를 하나 둘씩 떠났다. 


 알라릭은 그의 위협이 두 번씩이나 성공하자 우쭐해져서 세 번째로 다시 쳐들어왔다. 이번엔 원로원도 그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그는 온 여름 내내 로마성을 포위했다. 마침내 한 반역자가 살라리안 문을 안에서 열어주어 야만족들이 들어오게 했다. 무력한 방어자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알라릭의 부하들은 약탈하고, 파괴하고, 무작정 학살하고, 고문하고, 강간을 했다.


 로마의 파괴는 문명세계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다. 로마는 별이 그 궤도에서 떨어지지 않듯이 함락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영원한 도시로 생각되어 왔었다. 이교도의 군대가 종교와 문화의 중심지를 정복하리란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터무니없는 일은 일어났고,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교도들은 결국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신들은 함락을 허락했다.”


 그리스도교도들은 말했다. “하느님은 제국에 심판을 내린 것이다. 그들은 우상숭배와 향락만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제 다같이 우리의 길을 찾아 살아 계신 우리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자.”


 이러한 결과를 예측한 어거스틴은 로마의 멸망에 따르는 그리스도교인의 자세를 세웠다. 사람들에게 그러한 사회적 격변에 대해 군사적인 이유는 물론, 도덕적인 이유를 인식시켜주어야 했다. 


그리하여 그는「하느님의 도성」을 저술하기 시작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무와 책임을 무겁게 지고 있는 어거스틴이 신학과 철학과 역사에 대한 방대한 해설을 전개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다 바치는 것을 보고 교우들은 놀랄 뿐이었다. 비록 그 저술 작업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되리라는 것은 물론 알지 못했지만.


 411년 어느 가을날, 어거스틴은 얼마 전에 사제가 된 헤라클리우스와 함께 병문안을 한 다음, 히포로 가는 먼지 나는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 두 사람은 최근에 일어난 카르타고 평의회의 결정을 토론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 때 얼룩덜룩한 튜닉을 걸친 건장하게 생긴 젊은 농부 한 사람이 뒤에서 따라와 그들과 발걸음을 맞추며 물었다. “히포로 가시는 길인가요? 그러시다면 저도 동행해도 되겠지요?”


 헤라클리우스는 그자가 어딘지 주제넘다고 생각했으나 아무 말도 하진 않았다. 


 “히포가 우리 목적지요. 동행하면 좋지요. 난 어거스틴이고 이 친구는 헤라클리우스요.” 어거스틴이 기분 좋게 말했다. 


 “전 레나투스예요. 두 분이 카르타고 평의회에 대해서 말하시는 걸 들었어요. 당신네들도 저들의 결정에 관계가 있다고 전 믿어요. 평의회가 어떻게 결정했든 간에 도나티스트 교회가 유일한 참 교회지요. 우선 교인 수가 가장 많지 않아요?”


 어거스틴은 헤라클리우스와 눈이 마주친 다음 그가 논쟁을 벌이도록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논쟁 중엔 온유하고 조용한 마음을 조절하도록 어거스틴 주교가 강의할 때마다 강조했던 생각이 나자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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