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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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50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저 교훈이 보이지?”


포시디우스가 큰 소리로 읽었다. <내 앞에 없는 사람을 비방하는 데 즐거움을 구하는 자는 이 식탁에 앉을 자격이 없노라.>


 “여기 수도사들이 험담을 즐기는 모양이로군요.” 포시디우스가 말했다.


 “난 여러 번 그들에게 인격을 모욕하는 말을 그치지 않으면 방에서 나가겠다고 위협을 했지.”


 “믿을 수가 없군요. 타가스테에선 그런 일을 본 적이 없는데요.”


 포시디우스는 그를 따라서 식당 문을 나섰다. 어거스틴은 그의 손님을 데리고 성전 뜰로 나왔다. 그에게 남녀 수도원, 순교한 그리스도교도들을 기념해서 세운 예배당과 그 뒤에 있는 공동묘지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피이스 대성전으로 데리고 들어가 여러 가지 재미 있는 일들을 얘기해 주었다. 수도사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돌아다 보았다. 왜냐하면 포시디우스가 어거스틴을 꼭 형제처럼 닮았기 때문이었다.


 “히포를 좋아하십니까?” 포시디우스가 물었다.


 “좋아하네.” 어거스틴은 뒷짐을 지고 발을 떼어놓았다. 샌들을 신은 포시디우스와는 달리 그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처음엔 이곳이 지긋지긋 했네만.”


 “호기심 많은 여자 같다고 하실지 몰라도, 전 형님 얘긴 무엇이나 재미 있습니다.” 타가스테에서부터 그는 어거스틴의 전기를 쓰리라 결심했었다. 극적이며 신비한 힘으로 가득 찬 그의 인생을 후세에까지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챙길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그의 기억의 서류함에 차곡차곡 쌓았다가, 나중에 잘 다듬어 사랑의 결정이 되도록 기록해 둘 것이다.


 두 사람이 이야기할 동안 태양은 지중해로 떨어지고 햇빛의 여광이 하늘과 바다 사이에 남아 있었다. 이젠 어거스틴의 주변에 대한 얘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내가 성직 중에 제일 싫어하는 게 무엇인가고 자넨 물었지?”


 “꼭 듣고 싶은데요.”


 “솔직이 말해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인간성을 더럽히고 심지어 다시 태어난 본성마저 더럽히는 좁은 도량일세. 예를 들면, 자넨 교회에서 서로간에 애정의 표시로 나누는 빵조각—애찬을 알지?”


 “알고 있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형님은 그 의식을 아주 싫어하셨지요.” 포시디우스가 말했다.


 “난 절대로 그것이 가치 있는 의식이라 볼 수 없었네. 지난 달에 교인 가운데 한 젊은 여자가 소문을 퍼뜨렸다네. 내가 그 여자의 애찬 속에 사랑의 미약을 숨겨 넣었단 걸세.”

 

 

 


 포시디우스가 웃고는 말했다. “어째서 그 여자는 형님이 그랬다고 생각했을까요?”


 “유혹하기 위해서겠지.”


 미소가 사라지고 포시디우스가 말했다. “농담이시겠지요?”


 “난 과장하지 않네. 그 여자가 도나티스트의 밀정인지, 내 명예를 손상시킬 의도로 뇌물을 먹은 심약한 사람인지 난 알 수 없네. 후자인지도 모르지. 어쨌든 상처를 입었네.

도나티스트당은 나를 치기 위해 그 이야기를 퍼뜨렸네. 자네가 타가스테에서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니 이상하군. 사실은 자네가 내게 물어보리라 생각했는데.”


 “터무니 없는 소문이라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군요.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어거스틴이 어깨를 풀석했다. “아직은 아무도 알 수없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네. 도나티스트들은 내 목을 원하니까.” 


 “괴로우시겠군요.”


 “난 내 적으로부터 이런 행위를 예상하고 있네. 만일 사람들이 우리 주님을 악마의 대행자로, 그리고 바울을 훌륭한 내용의 보고를 거짓 내용의 보고로 수행한 자로 본다면, 자네나 나나 그 자들에게 더 기대할 게 무엇이겠나?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건 내 형제들, 다시 말해서 성직에 몸담고 같이 일하는 그들이 이런 소문에 맞장구 치는 걸 알았을 때야.”


 ‘나는 나의 친구 집에서 상처를 입었도다.’ 포시디우스가 인용구를 읊었다. “동기는 시기심 아니겠어요?”


 어거스틴이 또 한번 어깨를 풀석했다.


 “그리스도인들이 내 한심스런 과거를 잊을 리 있겠나?”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픕니다.” 포시디우스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 어거스틴의 팔을 잡았다.


 “고맙네. 최근의 소문이 우리 누미디아의 대주교께서…”


 “메갈리우스 말인가요?”


 “음, 메갈리우스도 내 소문을 들었다네. 다음 주에 교회 일로 히포에 온다는군. 말할 것도 없이 내 사건을 조사하겠지.”


 “그런데 조금도 동요하지 않으시는군요.”


 “내 어머님은 자녀들에게 늘 말씀했네. 사람이 바르게만 서있으면 근심을 떨어버릴 여유가 생긴다고.” 어거스틴이 침착하게 말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의 아버지께서 어느 날엔가 우리의 의를 햇빛처럼 끌어내시고, 우리의 심판을 대낮처럼 밝히시리라고 자주 일깨워 주셨다네.”


 그들은 피이스 대성전 뜰에 들어섰다. 수도사와 수녀와 평신도들이 저녁기도회에 참석하려고 예배당에 모여들고 있었다. 어거스틴과 포시디우스도 걸음을 재촉했다.


 “한가지 부탁 드려도 될까요?” 포시디우스가 물었다.


 어거스틴 이 짓궂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성에서 벗어나는 일만 아니라면.”


“알리피우스를 부르러 보내주시겠어요? 틀림없이 그는 메갈리우스가 형님 사건을 조사하러 왔을 때 형님 옆에 있고 싶어할 겝니다.”


어거스틴 특유의 묘한 미소가 얼굴 위에 그려졌다.


“물론이지.” 그는 한 팔로 포시디우스를 잡아당겨 꽉 끌어안았다.


“난 정말 그 친구가 필요해. 자네나 다른 충실한 친구가 필요한 만큼 말일세. 향수와 연고는 마음을 기쁘게 한다네. 친구의 다정한 마음도 진정한 충고 때문에 내 마음을 더 기쁘게 한다네.” 


 
∽ 37 ∽

 


투쟁 후의 왕관을 얻으려는 사람은 그 싸움이 계속되는 한 낙심해선 안 된다. - 이탈리카에게

 

 아프리카의 교회는 각 지방의 감독이 가장 연장자인 대감독의 관할 하에서 교회 일을 보도록 조직했고, 대감독은 대교구 회의와 종교 회의를 소집하여 집사, 사제, 주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다.


 누미디아의 대주교인 메갈리우스는 구엘마의 주교직을 겸했다. 구엘마는 히포에서 남쪽으로 하루 여행길이었다. 이 도시는 히포와 타가스테를 삼각으로 연결해서 볼 때 가장 중심지가 되는 곳이었다. 


 메갈리우스는 발레리우스에게 편지로 히포 노감독의 계승자를 선별하여 감독으로 임명하러 히포에 가겠다고 했다. 발레리우스와 그 관구 지도자들은 이것은 부수적인 이유이고 메갈리우스의 원래 목적은 아프리카에 있는 교회를 흔들어놓고 있는 사랑의 미약 사건을 조사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메갈리우스의 도착 날이 다가오자 성직자와 평신도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어거스틴의 적 편에선 환성이 들끓었다. 


 “이제 우리는 타락한 사제가 죄의 대가를 받는 걸 보게 되었다”고 수군거렸다. 어거스틴의 친구들은 이와 반대로 사기가 내려앉았다.


 “이 친구가 어떻게 자신을 결백하게 할 수 있을까?” “사방에서 밀려오는 비방을 어떻게 감당해 낼까?”하고 그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로 묻곤 했다. 


 메갈리우스가 발레리우스의 후계자 선택을 알리는 회의가 저녁에 피이스 대성전에서 열렸다. 이웃 도시에서 온 열 두 명의 주교들이 누가 임명되는가를 알고 성별예배를 보좌하기 위해 참석했다. 히포의 시민은 물론이고 수많은 수도사들도 참석했다. 


 어거스틴은 회당 전면에 있는 남자 석에 서있었다. 오른편엔 알리피우스와 포시디우스가 서있었고 왼편엔 에보디우스가 서있었는데, 그는 얼마 전에 수도사 등록을 하기 위해 히포에 와있었다.


 메갈리우스는 아직 어거스틴과 면담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주교 성별식을 먼저 끝내고 싶어서일 거라고 알리피우스는 추측했다.


 성단 앞의 강단 바로 아래에서 메갈리우스 대주교는 긴 기도로 회의를 시작했다. 그는 명확하고 분명한 음성으로 히포에 오게 된 목적을 말했다. 그는 발레리우스 주교가 그를 대신할 성직자를 선택할 시기가 되었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발레리우스 주교의 임기는 끝난 것이다. 


 “나는 이 직분을 위해서 다섯 명의 후보자와 협의를 한 바 있습니다. 이 후보자들은 제각기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든지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한 사람밖에는 임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


 “대주교님!”


 사람들이 모두 예배당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햇볕에 바랜 모래사장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발레리우스가 헤라클리우스라는 젊고 온화한 수도사의 부축을 받으며 예배당에 들어오고 있었다. 병으로 쇠약해진 그의 모습은 기둥 같이 꼿꼿하게 서있는 메갈리우스의 모습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대감독 성하!” 발레리우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주교를 똑바로 쳐다보고 걸음을 옮겼다.


 “대주교 성하, 제가 바라옵긴. 어거스틴을 제의. 히포 주교로 제의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메갈리우스는 주교와 수도사가 통로를 내려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에 그는 발레리우스를 병실로 찾아가려 했는데 그가 너무나 심한 고통 속에 있어서 주치의는 아무도 그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메갈리우스는 죽어가는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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