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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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47회)
knyoon

 

 

 

히포의 주교, 신령한 지혜의 빛줄기를 갈구하는 어거스틴

 

 

 

∽ 34 ∽

 


나는 하느님을 섬기게 하려고 생각해 온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히포 시로 왔습니다. (설교에서)

 

 어거스틴은 그의 수도원에서 3년을 지냈다. 아데오다투스와 네브리디우스마저 잃었던 어두운 날을 빼고는 즐거운 기간이었다. 특별히 어거스틴과 수도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구원에 관해서 얘기를 나눈 친교의 시간이었다. 땅이 물러나고 천국이 가까이 왔으므로 그들의 마음속은 불타는 듯했다.


 어거스틴이 여느 은자처럼 수도원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면 그런대로 만족했을 것이다. 연구하며 사색하고 글을 쓰고 신학과 철학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내담자들과 상담하는 이 모든 것이 “나의 잔이 차고 넘칩니다”는 다윗의 선언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느꼈다. 그는 이것이 내면의 강화를 위해선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큰 사건은 작은 축에서부터 돌게 마련이다. 기원 395년 한 겨울, 지중해의 히포 레기우스란 곳에 사는 한 친지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는 로마 제국의 내무성 관리였다. 히포에서 상담하기를 원하여 마지못해 건너 온 어거스틴이 항구에 도착해 보니 곡식을 실은 배가 오스티아로 떠날 준비를 하고 여기저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항해자들은 누미디아인, 유대인, 이집트인, 그리스인들로 뒤섞여 거리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바다에서 불어와 어거스틴의 살을 에는 듯했다. 히포는 타가스테에서 온 수도사에겐 아무런 매력이 없었다. 그는 혼자서 말했다.


 “제발 내가 여기서 살게 되는 일이 없었으면.”


 그는 내무성 관리와 면담을 하고 실망을 했다. 그 젊은이에게서 성실하지 못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젊은 관리가 편지에 쓸 때는 수도원 생활에 대한 소망이 마음속에서 불타오르고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 그 열정은 식어 있었다. 개인상담의 전문가인 어거스틴은 그 젊은이의 마음이 변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세 번째 면담을 끝낸 후 그 상담을 포기했다. 


 주일이 되어 그는 발레리우스 주교의 설교를 들으러 피이스 대성전에 갔다. 일반적으로 대성전은 예배가 중심이 되게 설계되어 있다. 뒤편에 있는 주랑은 방청객과 예비신자를 위해 마련해 둔 곳인데 두 개의 문을 거쳐서 들어갈 수 있다. 세 줄로 늘어선 대리석 기둥은 회당을 네 부분으로 분리하여 두 부분은 남자석, 나머지 두 부분은 여자석으로 배치했다.


 피이스 대성전의 특색은 마루바닥과 멋진 황금색 모자이크와 교회 제직원들의 자부심에 있었다. 세례반(洗禮盤)은 성단 앞에, 성단 위의 주교석은 제단 바로 뒤에 있었다. 제단은 강단으로 쓰이는 넓은 장방형 탁자였다. 이상하게도 아프리카의 주교들은 앉아서 설교를 하고 회중은 서서 들었다. 


 발레리우스가 설교를 시작할 무렵 예배당은 사람들이 반쯤 차 있었다. 회중은 어느 모로 보나 질서가 없었다. 예배 참석자들은 마치 쇼나 운동시합을 보러 온 것처럼 예배당을 드나들며 꽤나 떠들어댔다. 사람들은 제멋대로 통로 저쪽에 서있거나 주랑 뒤의 친구에게 큰 소리로 뭔가 소리쳐 묻곤 했다.


 발레리우스는 그리스계 주교였다. 그는 라틴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는 퓨닉어는 전혀 하지도 못한다고 어떤 이가 어거스틴에게 말했다. 보나마나, 나이 많은 그 주교는 성실하긴 했으나 설교의 재능이 없어 보였다. 그의 설교는 열이 없었고, 그의 태도는 안정감이 없었다.


 어거스틴은 신도들의 욕구는 썩 들어주지 못하는 주교일 거라고 추측했다. 듣는 사람들도 퍽 지루해 보였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속에서도 주교는 한 시간 이상을 단조롭게 말을 잇고 있었다. 어거스틴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 설교자가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무거운 짐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짐이 그의 말에 너무나 긴박감을 주었으므로 회중은 듣는 태도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얘기를 멈추고, 왔다 갔다 하지도 않고 주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형제들이여.” 발레리우스는 목소리를 돋우어 말했다. 


 “나는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거둘 일꾼은 적습니다. 왜 사람들의 영혼이 열망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교회의 젊은이들이 자신을 숨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성전을 둘러보았다. 설교에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주위에 있는 여러 젊은이들이 불안스럽게 몸을 움칠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쪽에 있는 몇몇 사람은 청춘의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몇 분은 강하고 밝고 재능이 있고, 여기 있는 주님의 포도밭 한 모퉁이에서 일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리스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한 쌍의 소를 샀는데 지금 그것을 시험하러 갑니다.’, ‘저는 한 평의 땅을 샀는데 그것을 꼭 지켜야 합니다.’ 말씀해보세요-한 가지만 말씀해보세요. 우리의 심판자가 어둠에 가려진 것을 밝히고, 마음의 충고를 드러내시는 날, 그분이 당신의 변명을 들어주시리라 생각하십니까?”


 발레리우스는 그의 회중을 향해 이처럼 도전하면서 일어나 제단에 몸을 기대고 잠시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그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여러분의 변명은 심판 날 내놓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할 때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는 라틴어가 서툰 데도 이런 말들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어거스틴은 자기가 조금 전에 힘없는 설교를 하던 사람의 설교를 듣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성전 안에 침묵이 덮이고 예배자들은 최면술에 걸린 양 듣고 있었다. 


 “그러므로 능력 있고 교육도 받은 여러분, ‘너희는 담대하니 하느님의 말씀이 너희 안에 거한다’고 말할 수 있는 여러분, 나는 이곳에 와서 성직자와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지고하신 하느님께 여러분 자신을 바치라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아니,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여러분에게 명합니다. 아멘.”


 발레리우스는 그의 호소를 마치고 제단 위에 고개를 숙여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회중은 마치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그런데 소란이 일어났다. 어거스틴의 뒤에 서 있던 한 중년 남자가 그를 훑어보고 있었다. 몇 년 전에 타가스테에 살던 사람이었다. 설교가 끝날 무렵, 염소가죽으로 지은 긴 옷을 입고 있는 그 수도사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 그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어거스틴이 여기 와 있소!” 하고 고함을 쳐 분위기를 깨놓았다. 


 이 선언은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교인들은 고개를 내밀거나 공중으로 펄쩍 뛰어서 타가스테에서 온 학자를 보려고 야단들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 외침을 받아 다시 외쳤다.


 “어거스틴이 여기 있소!”하고 조금 후엔 온 회중이 성전이 울리도록 그 소리를 받아서 외쳤다. 주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단 위에 멍하니 서서 이 소란한 장면을 바라보았다. 


 아주 질색한 어거스틴이 고개를 흔들고 몸을 피하려 했으나, 사람들이 그를 사방에서 둘러싸고 좁혀 들어왔다.


 “어거스틴이 여기 있소!” 그들은 고함을 쳤다. 제일 먼저 외친 사람은 자기가 일으킨 소동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한편 기쁘기도 했다. 또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를 무릅쓰고 소리쳤다.


 “성직자 어거스틴! 어거스틴을 성직자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어거스틴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는 반항이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그를 붙잡아 끌고 발레리우스에게 갔다. 강제로 성직 안수식을 하는 관례는 드문 일이긴 하지만,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암브로시우스와 유창한 웅변가 크리소스톰은 군중의 압력으로 주교 직분을 맡게 되었다. 


발레리우스는 교회의 소리에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재빨리 그는 조수에게 안수의식에 필요한 기구를 가져오도록 그의 서재로 보냈다. 그리고는 세례 성단 앞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어거스틴을 성직자로! 어거스틴을 성직자로!”


 어거스틴은 사람들이 그를 그 통로로 밀며 끌고 갈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그에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를 뒤덮었던 어떤 예감을 다시 생각했다. 어째서 그는 그 예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가스테에 머물러 있지 않았을까?


 그는 성직에 대한 자신의 준비를 걱정했다. 그는 초심자가 아니었던가? 더 많은 연구를, 더 많은 단련과 아직도 그에게서 떠나지 않은 거미줄 같은 이교 사상을 그의 마음과 영혼에서 제거할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이 미칠 듯한 대중은 나를 위해서 말할 기회를 줄 수 없었나?


 “여러분, 내 말 좀 들어보세요. !”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그네들의 목표를 성취하는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성직자 어거스틴! 성직자 어거스틴!” 그들은 세례반 옆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발레리우스 앞으로 그를 끌고 가면서 이 말만 되풀이했다. 어거스틴은 눈물을 글썽거린 채 발레리우스에게 말했다.


 “주교님, 내가 성직자가 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를 설명하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주교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오. 당신이나 나나 어찌할 도리가 없소. 회중들의 혈기를 보지 않았소?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뜻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오. 그렇지 않고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소.”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잠잠해졌던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러한 믿음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어거스틴은 발레리우스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그의 눈동자에서 무언의 호소를 느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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