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401 전체: 155,015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제39회)
knyoon

 

▲Bishop Aurelius Ambrosius

 

 

(지난 호에 이어)


 “암브로시우스를 주교가 되게 하세요!”


 교회는 이 음성을 하느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가톨릭과 아리안은 연합이 되어 그가 위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것이 그대로 결정되었다. 그 당시 예비신자였던 그는 중책을 지지 않으려고 무척 애썼으나 소용없었다. 한 대주교가 그에게 세례를 주고 8일 후에 밀라노의 주교로 임명했다.


 당장에 그는 그의 재산을 팔아 교회에 바쳤다. 그는 사회적 유대를 모두 끊고 연구와 설교와 찬송가 쓰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는 밀라노의 시민뿐만 아니라 황제의 마음에도 큰 감화를 준 인물이었다.


 마침내 어거스틴이 그 위대한 인물과 이야기할 차례가 왔다. 그는 그 백발의 위인을 향해 절을 했다. 


 “저는 어거스틴입니다, 주교님.”


 “아, 그래요, 안녕하십니까? 어거스틴.” 암브로시우스는 여전히 자기 앞에 놓인 책에 시선을 두고 있다. 어거스틴은 그 책이 시편에 대한 평론집인 것을 알았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카르타고에서 오셨다구요.” 이 말은 묻는 말이 아니고 알고 하는 말 같았다.


 “예, 주교님.” 어거스틴은 그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했다.


 암브로시우스는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마니를 숭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교님.”


 “언제 포기 하셨나요?”


 “차츰 그렇게 되었습니다.”


 “알겠소. 가톨릭이지요?”


 “예비신자입니다.” 


 어거스틴은 훤한 주교의 이마에 주름이 살짝 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영혼이 없다고 주장하던 일을 잠시 잊고, 그 학자가 자기 영혼의 건강을 물어봐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좋습니다. 당신은 주일 예배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거스틴, 당신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그 질문은 아주 비인격적이고 사무적으로 들렸다. 암브로시우스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예, 저, 경의를 표하고 싶어서요…”


 “좋은 생각입니다. 주님의 날 당신을 찾겠습니다.”


 이 말은 어서 나가라는 말과 같았다. 화가 치민 어거스틴은 고개를 아래위로 치켜보다가, 홱 돌아서서 성큼 걸어 나갔다. 그는 예민하고 어버이 같은 눈길이 재미있다는 듯 동정의 눈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암브로시우스 주교는, 구약성서에 선지자 엘리사가 나병에 걸렸으나 교만하기만한 나아만을 교묘한 방법으로 푸대접하며 치료해 주는 사건 이야기를 좋아했다. 주교는 푸대접의 심리학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가끔 그 일을 생각하고 혼자 껄껄 웃곤 했다. 


 어거스틴은 속으로 분을 터뜨리며 사택에서 뛰쳐나왔다.


 “주교님은 적어도 내게 정중하게 대해 주실 수 있었을 텐데.” 그는 분을 못 참으며 말했다. “난 그 사람 설교 들으러 가기 전에 죽어버릴꺼야!”


 그는 암브로시우스의 설교를 들으러 갔다. 그는 죽지 않았다. 그는 예배당 현관 앞에 세례 입문자들과 같이 서 있었다. 처음으로 서커스 구경하는 소년처럼 열심히 말씀에 매달렸다. 


 암브로시우스의 메시지는 그에게 별로였고, 그의 관심은 주교의 몸매에 초점이 가 있었다. 타성에 빠져있군, 하고 생각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전례 의식! 그런데 목소리는? 음성이 낭랑하고 풍부하고 힘이 넘치는데! 아,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예비신자들이 다 해산하자 어거스틴은 교회를 떠나면서 암브로시우스와 파우스투스를 비교해 보았다. 말할 것도 없이 암브로시우스가 웅변가로서 뛰어 났다.


 어거스틴은 밀라노 교외에 넓고 아담한 집을 한 채 빌렸다. 집 모양이 네모반듯했다. 복도에서 내다보면 화초와 관목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보였다. 한 쪽은 운하가 소리 없이 흐르고, 또 한 쪽은 무화과나무 숲이 롬바르디 평원의 경치를 막고 있다.


 어거스틴은 멜라니에게 사람을 보내어 아데오다투스를 데리고 빨리 오라고 전갈을 했다. 


 그가 일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알리피우스가 찾아 왔다.


 “알리피우스!” 그는 두 팔로 그를 감싸 안으며 소리쳤다.


 “이 친구야, 자네가 여기 있으니, 난 너무 가슴이 뛰어 말이 안 나오네그려! 자넨 로마를 아주 떠나왔지? 나하고 같이 살 수 없겠나?”


 “안심하게.” 알리피우스는 그가 따뜻하게 맞아 주는 게 기뻐서 절로 입이 벌어졌다. “음, 로마를 아주 떠나왔어.”


 “근사한데, 정말 근사해. 앉게, 이 친구.”


 알리피우스는 의자에 앉고, 하인이 먹을 것을 내 왔다.


 “로마에서 사느니 자네와 함께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네. 난 자네가 밀라노로 떠난 날 사임 해버렸네.”


 “잘 생각했네. 여기선 무얼 하겠나?”


 “법률 공부를 할 생각이야.”


 “좋아, 내가 대학에서 자네 강사가 되어주지.” 하인이 내온 과일 바구니에서 과일을 벗기며 어거스틴이 말했다.


 “물론 나하고 같이 사는 걸세.”


 “내가 자리잡을 때까지. 그리고 만약…”


 “무슨 소릴, 자넨 지금 자네 집에 있는거야.” 알리피우스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주 좋은 저택을 찾아냈군. 멜라니와 아데오다투스는?”


 “데리러 보냈어.”


 “어머니는 어떠신가?”


 “타가스테에 계시지. 다행히도 어머니께선 마침내 나를 사면해 주셨다네. 내가 카르타고에서 로마로 떠나 올 때 어머닌 정말 당황하셨다네.”


 “밀라노가 마음에 드나? 로마보다 더 좋으냐고?” 알리피우스는 살구를 껍질 채 입에 넣으며 말했다.


 “아직까진 괜찮네. 이런 직위를 얻게 해준 자네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두 사람은 그들의 새로운 처지에 잘 적응했다. 어거스틴은 교수의 역할을, 알리피우스는 법률학도의 길을 잘 감당해 갔다.


 멜라니로부터 편지가 왔다. 호노라투스가 아가로에 있는 집을 처분하는 데 어려운 일이 생겨서 그녀와 아데오다투스는 집이 팔릴 때까지 밀라노로 올 수 없다는 얘기였다. 어거스틴은 실망하지 않고 마음에 동요가 없도록 강의에만 열중했다.


 묵은 해가 가고 밀라노는 새해를 맞을 준비에 바빴다. 해마다 이맘때면 밀라노의 수사학자가 황제를 찬양하는 웅변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어거스틴은 그 연설을 준비하는 일에 온 심혈을 다 기울였다. 


 한 해가 저무는 마지막 날 오후, 알리피우스는 집에서 난로 옆 소파에 어거스틴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낙담한 모습이었다. 한 손엔 원고지를 잡고 또 한 손은 머리칼을 잔뜩 움켜쥐고 있었다. 


 “불행한 나의 샤론이여, 무슨 일이신가? 스틱스 강가에 배가 없어서인가?” 알리피우스가 농담으로 물었다.


 어거스틴은 절망에 싸여 원고지를 쥐고 흔들었다.


 “차라리 카르타고에 머물러 있을 걸!”


 “무슨 일인지 이 알리피우스에게 모두 얘기 해보게.” 알리피우스는 그의 책을 상위에 던지고 주발에 담긴 밤을 하나 집어 들었다.


 “회의론자가 된 내가 불타는 내 양심을 어떻게 식혀야 할는지 모르겠네.”


 “문제없네. 자네가 그 불을 끄든지, 아니면 서커스나 점술을 보고 양심을 달래어 잠재우면 된다고. 안 그런가? 난 자네가 그 귀찮은 재능은 다 버린줄 알았는데.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양심은 유령같은 것,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자네 말이 맞아.” 어거스틴이 불안한 듯이 대답했다.


 “아마도 어릴 때의 교육이 그렇게 내버려 두질 못하는 것 같애.”


 “우울해진 이유가 뭔가?”


 “이 연설문 때문일세. 이건 거짓말투성이야. 그건 모두 판에 박은 아첨뿐이고, 안개 피우는 일이며, 기만일 뿐일세. 황제뿐 아니라 아무도 속지 않겠어. 궁중의 얼간이도 그걸 들으면 얼굴을 붉힐 걸세.”


 알리피우스는 밤알을 씹으며 그의 고백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른 걸 쓰지 그러나?”


 “이 밤중에?” 어거스틴이 초조하게 말했다. 


 “난 오늘 저녁에 원고를 전달해야 하네.”


 “그래, 황제의 자만심을 비누로 씻어내 주는 게 자네의 의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걸 비눗물 속에 빠뜨릴 순 없네.” 어거스틴은 뒷짐을 지고 방안을 왔다갔다 했다. 


 “여보게, 오늘 오후에 강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인데, 거지를 만났어.”


 “난 매일같이 거지들 옆을 지나가…”


 “이 거지는 달라. 자네가 길에서 본 거지들은 모두 슬픈 표정이었지?”


 “그랬지.”


 “이 친군 행복하더라구…와아 소리치고, 노래하고, 직업 광대 마냥 춤을 추더라니까.”


 “술에 취한 게지.”


 “바로 그게 문제야. 파티가 끝나고 나온 행정장관 모양 취했더군.” 어거스틴이 말했다.


 “자넨 그걸 행복하다고 말하는 건가?”


 “난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진 않지만.” 어거스틴이 그에게 비난하는 손가락질을 했다.


 “자넨 대조할 줄도 모르나? 날 보게. 난 안정된 기쁨을 찾는 성공적인 수사학자일세. 


 내가 그 기쁨을 어디서 찾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네.” 그는 팔을 휘둘러 밖을 가리켰다.


 “저 밖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낸 버림받은 자가 있다네. 자넨 모든 사회상이 비뚤어지고, 모순 덩어리고, 뒤바뀌어 미쳐버린 걸 모르겠나?”


 알리피우스는 계속 먹기만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밖에 나가서 그 거지처럼 취해보게나.”


 “내가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줄 아나?”


 “그럼 왜 못하나? 나도 따라가 주겠네.”


 어거스틴은 알리피우스가 그 곳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사람처럼 팔짱을 꼈다 풀었다 하면서 마루를 서성댔다.


 “그 거지는 잠자는 동안 술이 깨겠지. 난 어떤가. 나는 취해서 잠자고 나면 다음 날 취해서 일어나지.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거야.” 그는 말을 그치고 알리피우스를 향해 격분해서 말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