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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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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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sseum, Rome Italy

 

 

                  ∽ 25 ∽

 


 나는 부도덕에 발을 디뎌 놓았다. 처음엔 조금씩 스며들다가 나중엔 공화국을 무너뜨릴 만큼의 격류가 되어 -하느님의 도성

 

 어거스틴은 383년 가을에 로마에 도착하여 마니교 교우 집에다 짐을 풀었다. 그는 곧장 그 환상의 도시를 헤매었다. 그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재판소, 판테온, 원형극장, 신전, 음악당, 회당과 목욕탕과 사원과 극장, 도서관 등을 돌아보고 다녔다. 


 퀴리날 언덕에서, 옛 수도가 오색으로 무늬지며 황금빛 거품처럼 발밑에 뻗쳐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어머니가 언젠가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세상에 최초의 도시는 살인자 가인이 세운 도시다. 그 후로 살인자들은 계속해서 도시를 건설해왔지. 하느님이 관심을 가지고 건설하려는 유일한 도시는 새 예루살렘이란다.”


 어거스틴은 로마에 온지 며칠 안 되어 친구 집에서 열병이 나고 말았다. 상태가 절망적이었으나 어렸을 때처럼 모니카의 하느님을 찾진 않았다. 날이 갈수록 점점 악화되어 살아날 가망조차 없어 보였다. 


 죽음에 대한 예감으로 공포에 싸였으나 죽음을 체념하고,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하는 순간 그는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 때 그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는 서서히 원기를 회복했다.


 그는 낫자마자 친구의 집에서 나와 벨라브룸 지역의 방에 세 들었다. 멜라니와 아데에오다투스를 데려올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기를 바라고, 수사학교를 열려고 했다. 알리피우스가 학생들을 확보하는 일을 도와주었다.


 새로운 계획이 시작되고 일곱 주일째 되는 비오는 날 오후 늦게, 알리피우스가 어거스틴을 찾아왔다. 그는 친구가 방안에서 휴대용 난로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주브널의 풍자시를 읽고 있는 걸 보았다.


 “여보게, 좀 어떤가?” 알리피우스는 헐렁한 토우가에 달린 빗방울을 털어내며 들어섰다.


 “자네 왠지 피로해 보이는데.” 하고 말했다. 


 “많이 나았어.” 서른 살이 된 어거스틴은 너무 일찍 머리가 세어서 관자놀이 근처가 희끗희끗 했다. 지난번에 앓았던 열병이 그를 창백하게 만들었다. 양쪽 볼이 움푹 들어가고 눈에는 반짝이던 빛이 없어지고 어둠이 깔린 듯 했다.


 “자넨 어떤가?” 하고 그가 물었다.


 “그저 그래.” 알리피우스는 그에게 다가가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자네 낙심해선 안 되네. 학교 얘기나 해보게.”


 어거스틴은 로마 수사학교의 학생들이 잠깐 왔다가 수업료도 내지 않고 다른 학교로 옮겨버리는 나쁜 특성 때문에 생계에 지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동정심이 많은 알리피우스는 어거스틴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건가? 내가 보기에 자넨 카르타고와 멜라니와 아들에 대한 향수에 젖어 있네. 난 여기에 온 첫해에 삼백 번도 더 울었다네. 그 다음부턴 나 자신을 후회하는 일을 집어 치웠지. 난 오락을 찾았네. 음악, 연회, 서커스, 경주. 원형극장 등에서 말일세.”


 “그건 사는 거라 할 수 없지.” 어거스틴이 인용구를 폈다.


 “’기록할 게 없는 인생이 죽음과 무엇이 다르랴.’”


 “알았네. 주브널.” 알리피우스가 말했다.


 “실리우스네.”


 “그럼 실리우스 선생은 어디서 즐거움을 얻으시나? 마니교인가?”


 “지금은 그렇지도 않아.” 어거스틴이 말했다. 사법 보좌관 나리께서 일어나 식탁으로 갔다.


 “과일 좀 더 먹어도 되겠지?”


 “마음껏 들게.”


 알리피우스는 투스카니산 포도 한 송이를 따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마니교하고 어떻게 결별했나?” 그는 포도를 맛있게 입에 넣으며 말했다.


 어거스틴은 최근에 카르타고에서 일어난 마니교에 대한 불만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알리피우스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호노라투스와 네브리디우스는 어떻게 됐나?”


 “그 친구들도 나와 동감이었어. 우리 셋은 비밀리에 그 운동과 결별했네.”


 “우연의 일치로군. 나도 지난 2년 동안 마니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잘 됐네.”


 “남은 문제는 우리 자신을 어디에 묶어두느냐 하는 것 뿐. 정통파가 되어 볼까?”


 밤은 검은 수의처럼 도시를 덮어 내리고, 비는 더 세차게 내렸다. 어거스틴은 일어나 식탁위에 있는 그리즈 기름등잔에 불을 붙였다. 알리피우스는 포도를 탐스럽게 먹고 있고, 어거스틴은 마루 위를 오락가락 했다.


 “내 질문에 답을 안할 작정인가?” 알리피우스가 물었다.


 “좋아. 이 점만은 말해 두지. 그러나 충격을 받진 말게. 학구파들이 내게 확신을 준 게 한 가지 있는데, 그건 어떠한 진리도 인간에 의해 이해될 수는 없다는 걸세.”


 “자넨 하느님도 믿지 않는단 말인가?” 알리피우스가 당황하며 물었다.


 “이 시점에선 아무것도 믿질 않네.”


 알리피우스는 포도를 입에 넣다 말고 말했다.


 “마니교인들이 알고 있나?”


 “자네한테만 얘기한 것이네.”


 “그럼 자넨 완전히 회의론자가 된 모양이군. 기분이 어떤가?”


 어거스틴은 창문께로 가서 쓸쓸한 벨라브룸을 내다보았다. 목조건물들이 방금 내린 비로 불어있는 테베강 위의 노란뱀처럼 남쪽으로 구불구불 굽이치는 곳까지 가지런히 서있다. 둑길은 폭포수로 변했고, 포장이 안 된 좁은 길은 진흙창이 되었다. 


 동양인 짐꾼들과 부두 노동자들이 피곤한 하루일을 마치고 진흙창을 헤치며 집에 돌아가고 있다. 머리에 쓴 챙 넓은 밀집모자가 우산처럼 아래위로 펄럭거렸다. 그들이 부르는 이상한 노랫가락이 장례식에서 부르는 진혼가처럼 들려왔다.


 “내 기분이 어떠냐고?” 어거스틴이 말했다.


 “현실과 관계가 끊긴 기분이야. 난 동화 속의 주인공, 아니면 꿈속을 걷는 사람 같아. 자네 알리피우스를 포함해 내 주위에 모든 사람들이 다 플라톤의 동굴 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같아. 실체도 없고, 환상적이고 가공적인 그림자.”


 “하지만 자네 영혼은 어떻게 허구, 이 사람아!” 알리피우스가 소리쳤다.


 “내 영혼?” 어거스틴이 주먹으로 벽을 쳤다.


 “난 영혼의 존재를 의심해. 난 루크레티우스의 입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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