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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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제36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는 멜라니하고가 아니라 카르타고와 결별할 결심을 했다. 그는 멜라니와 헤어지기 위해 마음을 단단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마지막 이야기를 해 주려고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자기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여보!” 그는 멜라니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우린 오래 떨어져 있진 않을 거야. 난 곧 로마에 가서 수사학교를 열게 되기를 바라고 있소. 내가 성공하면 충분히 돈을 저축해 놓고 당신과 아데오다투스를 데려 갈게.”


 그들의 아들은 자기 방에서 자고 있었다. 어거스틴은 아들을 깨우지 않고 멜라니에게 나중에 얘기해 주도록 당부했다.


 “몸은 어때요? 목 아픈 건 괜찮아요?” 멜라니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그의 뺨을 다정하게 쓸었다.


 “우리가 다시 합칠 때까지 몸조심하겠다고 약속해 줘요.”


 “약속해.” 그는 몸을 빼고 다정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떠난 다음에 당신이 어머니께 뭐라고 할 건지 궁금하오.”


 “당신이 어머니께 모두 말씀드려요.”


 “안 돼. 지금은 말할 수 없어.”


 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몸을 던졌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로마에서 만날 때까지, 그럼…” 그는 오랫동안 멜라니에게 키스했다. 그리고는 짐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부두에 서서, 어거스틴은 그 날 오후에 일어난 말다툼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발밑의 나무판자를 걷어찼다. 로마로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바람이 불지 않아 항해는 연기되었다. 항구 밖에는 배들이 바람이 자서 유령선 함대처럼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부두 위엔 십여 명의 승객들이 바람을 자게 한 신들을 욕하며 서성거렸다. 물에 젖은 밧줄과 말라붙은 새우 같이 지저분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가 호흡마저 곤란하게 만들었다.

 

 

 


 어거스틴이 같은 로마로 가려고 나온 필로로구스라는 그리스어 교수를 만나 제방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것은 검은 망토, 검은 베일을 휘날리며 급히 걸어오는 모니카였다.


 “어머니!” 그가 외쳤다. 어머니도 놀란 표정을 하고 그의 앞에 우뚝 섰다.


 “어떻게 네가 이렇게 못된 짓을 할 수가 있느냐? 너는 심장도 없고, 타고난 정리도 없느냐?”


 어거스틴은 시치미 떼고 말했다. “어머니,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여기 있는 내 친구 필로로구스가 이탈리아로 떠나요. 난 전송하려 나왔는걸요.”


 그녀가 그 그리스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참말입니까?”


 필로로구스는 눈치를 채고, “정말입니다.” 하고 말했다.


 어거스틴의 민감한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어머니의 직감이 자기의 계획을 알아차린 걸까? 멜라니에게서 정보를 얻은 것일까?


 “제가 이 선창에 나온 걸 어떻게 아셨어요?”


 “너를 만나러 아가로에 갔었다. 로마니아누스가 너를 타가스테에 있는 그의 별장에 수사학교 교사로 다시 데려가기로 동의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로마니아누스의 의견인가요?”


 그녀는 방어태세가 되며 머리를 쳐들었다. “아니다, 내 생각이다. 그러나 그의 동의를 얻었다.”


 “제가 부두로 나갔다고 멜라니가 말했나요?”


 “그렇다.”


 “멜라니가 필로로구스 얘기도 하던가요?”


 “아니다. 부두란 말을 듣는 순간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어. 난 네가 떠난다고 생각했구나. 그래서 마차를 빌려 타고 이렇게 달려왔단다.”


 선원 한 사람이 항구에서 야경을 돌며 시간을 알리고 있었다.


 “열시로군. 벌써 두 시간이나 늦었네.” 필로로구스는 조바심을 했다.


 “어디 좀 앉자.” 모니카가 말했다. 베일로 가려 있어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의 물음에 어거스틴의 머릿속에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 그를 궁지에서 벗어나게 해줄 묘안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어머니, 제 얘기 들어 보세요. 여기서 오 분도 안 걸리는 곳에 예배당이 있어요. 필로로구스가 탈 배가 떠날때까지 어머니를 그리 모실게요. 그리고 나서 집에 모시고 가지요.”


 “쉴 만한 데가 있니?”


 “깨끗하고…아주 편안한 곳이에요. 여긴 쉴 곳이 못됩니다.”


 어거스틴은 어머니를 모시고 성 키프리안 예배당을 지나 교회 뜰로 들어섰다. 짙은 자스민 향기가 지금 막 부두의 썩는 냄새를 맡고 온 그들에겐 너무나 맑아 황홀할 정도였다. 올리브 나무들이 땅 위로 쑥 올라와 짧은 손가락처럼 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은 오솔길 옆에 긴 돌의자를 찾아냈다. 어거스틴은 어머니가 그 위에 다리를 펴고 편하게 앉게 해드렸다. 그는 어머니의 목에 망토를 걸쳐드리고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편히 쉬세요, 어머니. 제가 올 때까지 여기 계시는 게 좋겠어요.”


 “아우렐리우스.”


 “네? 어머니.”


 “날 데리러 꼭 오겠지?”


 그는 안심시키려는 미소를 짓고 “그럼요.” 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한쪽 팔을 베고 누워, 말없이 다정한 눈길로 아들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는 몸을 굽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었다.


 “좀 주무세요, 어머니. 곧 돌아올게요.” 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한참동안 모니카는 눈을 감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둥근 달이 담장 위로 솟아올라 정원에 황금빛 거미줄을 쳤다. 모니카는 몸을 일으키고 눈을 부볐다.


 “일어나서 기도 해야지. 그애한테 필요해.” 그녀는 중얼거렸다. 모니카는 긴 의자위에서 간신히 일어나 따뜻한 대지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마주잡고 고개를 들어 기도했다. 그녀는 두 시간이나 있는 힘을 다해 기도를 했다. 


 그러나 육신의 힘엔 한계가 있어서 마침내 그녀는 지쳐버리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부드럽고 친절한 간호사가 그녀의 감각을 떠맡고 그녀의 마음의 고통을 달래주는 듯, 스르르 잔디 위에 미끄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가 잠들자 부드러운 미풍이 동쪽에서 불어오기 시작했다. 배 위에선 선원들이 늦게야 찾아온 미풍 손님을 큰소리로 맞아들였다. 그러는 동안 부두에 있던 승객들이 조그만 거룻배로 몰려갔다. 어거스틴과 필로로구스도 곡물선으로 가기위해 재빨리 첫 번째 거룻배에 올라탔다.


 다른 승객들은 로마의 매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기 시작했다. 어거스틴은 거룻배 끝머리에 조용히 서서 뱃머리를 꽉 움켜주었다. 로마 같은 건 안중에 없었다. 


 그의 의식의 바닥에서 두 개의 허상이 서로 융합하려고 싸우고 있었다. 하나는 올리브 숲의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배신의 키스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 두 개의 상은 서로 겹쳤다 떨어졌다 다시 겹쳐져서, 그의 병약한 생각을 마음속에서 잉태했다. 그는 예수님에게 배신의 키스를 한 가롯 유다의 화신이 된 것이다. 


 그는 공포심에 떨었다. 노 젓는 선원에게 선창으로 다시 데려다 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달려가 용서를 빌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자만심이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는 얼굴을 돌려 오른 편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았다.


 아름다운 바람아, 네가 나의 타락한 양심 속에서 먼지와 녹을 깨끗이 날려버릴 수만 있다면, 내 생명을 바치리라, 생각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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