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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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34회)
knyoon

 

▲A blessed Mother's Day to all mothers!

 


 ∽ 23 ∽

 


 당신은 명령하신 바 있습니다. 지나친 애정은 그 자체가 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요. -고백록

 

 그날 저녁 어거스틴이 마니교 강연장으로 떠나고 나서 얼마 안 되어 한 여인이 아가로에 있는 옅은 갈색집 대문을 두드렸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얼굴은 검은 베일로 가린 여인이었다. 멜라니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가르쳐 준 명랑한 시실리의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문께로 나갔다.


 그녀는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았다. 기름등잔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모니카의 베일에 어른거렸다. 얼굴은 볼 수 없어도 멜라니는 그 여인이 누구인가 직감으로 알았다. 노래가 그녀의 목젖 너머로 사라졌다. 


 “어머나 그이의 어머님이시군요.” 그녀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모니카가 말했다.


 멜라니는 간신히 문을 열고 옆으로 비켜섰다.


 “이리로, 어서 들어 오셔요.”


 모니카는 문턱을 넘어서서 방안을 죽 훑어보았다. 마침 그날 아침에 청소를 해놓았던 게 다행이었다.


 아데오다투스는 방 한가운데 있는 탁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모니카가 들어서자 그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데오다투스, 할머니 처음 뵈었지?” 멜라니가 말했다.


 “이 애는 어머님을 알고 있어요. 아빠가 어머님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어요.”


 모니카는 베일을 벗고 두 모자에게 다정한 미소를 띠고 바라보았다.


 “아데오다투스.” 그녀는 사랑스러운 듯 한 글자씩 떼어 손자의 이름을 불렀다.


 “너를 보니 이 할미 마음이 무척 기쁘구나.”


 “저도 할머니를 뵈니 기뻐요.” 아이는 정중하게 말하고 다시 절을 했다.


 “아데오다투스, 하느님의 선물이지.” 모니카는 중얼거렸다.


 어린 아들은 할머니한테서 엄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마는 문에 등을 기대고 머뭇거리며 흥분에 싸여 손을 부비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데오다투스는 어리지만 엄마가 겁에 질려있다는 걸 알았다.
 “너의 아버지는 집에 없니?” 모니카가 물었다.


 “네, 할머니.” 아데오다투스는 병정처럼 똑바로 서서 말했다.


 “그…그인 강의 들으러 갔어요. 좀 앉으셔요” 멜라니가 설명했다.


 모니카는 카우치 앞으로 걸어갔다.


 “이리 온, 내 손자야. 나하구 같이 앉자.” 그녀는 아이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아이는 서슴지 않고 순종했다. 멜라니는 부엌으로 갔다.


 “무엇 좀 드시겠어요? 워플을 드시겠어요, 보리차를 드시겠어요?”


 “난 로마니아누스 댁에서 먹었다.” 모니카는 기분이 좋아서 대답했다. 그녀의 눈은 아데오다투스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왠지 멜라니에겐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네, 거기 머물러 계시나요?” 멜라니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며 부엌 문턱에 서서 말했다.


 “그렇다. 그분이 자기 별장에 와서 그 집 식구들과 겨울을 함께 지내자고 여러번 초대하셨단다.”


 “로마니아누스님은 훌륭한 분이셔요.”


 “아우렐리우스는 언제쯤 집에 돌아오니?” 모니카는 손자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오늘 저녁은 늦을 거라고 말했어요. 어머님을 뵈면 참 기뻐할 거에요.”


 “별안간 카르타고에 오게 되어 미리 알리지도 못했구나.”


 “여행은 불편하지 않으셨나요?”


 “아주 편했어.”


 멜라니는 어거스틴이 ‘우리 어머닌 놀라운 여성이야’ 하고 말하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녀는 어거스틴이 이런 말도 덧붙여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한 여성이시지.’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모니카의 인격의 힘이 둔화된 건 아니었다. 미망인이며 재정적인 책임과 재산 관리를 해야 할 몸이란 것이 그녀를 전보다 더 자립심이 일게 해주었다. 그녀의 날랜 동작, 앞으로 내민 턱, 불빛 같은 눈, 특히 꽉 다문 입은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저 분은 내게 너무나 벅차.” 멜라니는 동요를 느끼며 혼자 말했다.


 “저 여인은 나를 파멸시킬 거야. 어거스틴이 날 보호해 주지 않으면 저분은 날 파멸시킬 분이야.”


 그러나 멜라니에겐 힘과 의지를 혼동하지 않을 이성은 있었다. 그녀는 모니카의 확고한 태도가 그녀의 친절한 마음씨를 아주 없애진 않으리란 걸 알았다. 세월이 지나면 두 사람 사이엔 따뜻한 우정도 생길 것이며, 불안정한 생활의 영향에서 얻은 서로간의 헌신을 좋게 발전시킬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데오다투스는 영리한 아이라고 아우렐리우스가 편지에 썼더구나.” 모니카는 손자의 손을 잡고 “제 아범처럼 공부도 잘 하겠어.” 하고 말했다.


 “예, 그래요.” 멜라니가 말했다.


 “이 앤 꼭 널 닮았구나.”


 자, 내 생각이 옳았지, 하고 멜라니는 희망을 가졌다. 저분은 친절하단 말이야.


 “아우렐리우스는 건강이 어떠냐?”


 “그리 좋진 않아요.” 멜라니는 의자 끝에 걸터앉았다. “요즘 목에 병이 났어요.


 “타가스테로 이사한다고 안 그러더냐?”


 “그런 얘긴 못 들었어요.”


 어거스틴의 어머니는 멜라니의 음성에서 음악적인 억양을 느끼고 유연한 아름다움을 보았다. 자기 아들이 반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데오다투스는 몇 시에 자게 되니?”


 멜라니는 어머니가 차라리, 멜라니 너와 단 둘이 있고 싶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이제 잘 시간이어요.” 멜라니가 말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일어서더니 모니카에게 절을 했다. 그는 자기 엄마에게 입을 맞추고, 잠깐 엄마를 붙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는 방을 나갔다. 멜라니는 그녀의 마지막 지주가 미지의 세계로 뛰어 나가는 것을 멀리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겁에 질려 서있을 동안 알지 못할 공포가 그녀의 가슴을 할퀴었다. 그녀는 손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두 손을 잡고 방바닥에 눈을 던진 채 앉았다.


 “참 귀여운 아이로구나. 너도 그 애를 자랑할 만하다.” 모니카가 말했다.


 “예, 저희 둘이 다 그래요.” 멜라니는 더듬거렸다.


 “멜라니,” 모니카는 카우치에 등을 기대고 얼굴의 베일을 뒤로 더 젖혔다.


 “아무 때고 우린 이 이야기를 해야 될 텐데, 기왕이면 지금 했으면 좋겠다. 넌 아우렐리우스가 그의 명망을 더 높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느냐? 만약에 그 애가…” 그녀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중단했다.


 멜라니는 가슴 속에 치는 파도를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만약에 그이가 자유롭다면 말씀이지요?”


 모니카는 동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겨우 알아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뭐기에 그이가 자유를 구하는 걸 방해하겠어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네가 그런 말을 할줄 알았다. 너와 나는 똑같이 그 애를 사랑하고 있구나. 우린 그 애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싶을 뿐이다. 안 그러냐?”


 “물론 그렇습니다.” 멜라니도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그럼 너는 그 애가 그런 길을 걷는 것을 찬성하느냐?”


 멜라니는 한참 동안 목소리를 가다듬고 나서 말했다.


 “전…그이가 좋아하는 건 저도 좋아합니다.”


 “얘, 멜라니야,” 모니카의 음성은 아주 동정적이었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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