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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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33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여기 앉을까요?” 마니교의 지도자가 말했다. 그는 세 사람을 벤치 앞줄에 앉히고, 자기는 흔들면 소리나는 종소리에 맞추어 벤치 앞 의자에 앉았다. 강당은 텅 비어 있었다. 서너 명의 위원들이 강연에 대해 의논하고 있고, 마리우스는 코도 보이지 않았다.


 “자, 젊은 신사 여러분, 질문할 내용이 무엇입니까?” 파우스투스가 말했다.


 “저의 질문은 기원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다.


 “네 그래요.”


 “제가 알기로, 우리는 두 개의 영원한 원리, 즉 빛과 물질이 공존한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빛은 선한 것이고 물질은 악한 것, 우주는 이 두 가지가 결합해서 생성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요.” 파우스투스의 달덩이 같은 얼굴이 즐거운 어릿광대처럼 아래 위로 흔들며 말했다.


 “빛은 물질을 잉태했습니다. 물질의 음부에서 저 높은 궁창의 반짝이는 영광이 흘러 나왔습니다.”


 어거스틴은, 세네타의 또 다른 시구로군, 생각하며 말했다.


 “대단히 훌륭하십니다. 이제 인과관계로 돌아가 볼까요? 선생님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는 그 이유를 알 때까진 결코 그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말한 걸 기억하시겠지요. 그는 첫째로 감동을 주는 원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무한한 연속의 사상은 불합리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육신은 흙에서 오고, 흙은 공기에서, 공기는 불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이 연속은 무한할 수가 없지요. 그러므로 그는 빛과 물질은 무한하다는 우리의 전제를 반박합니다. 그가 우리보다 훨씬 더 논리적이란 점이 저를 놀라게 합니다. 동의하시지 않습니까?”


 파우스투스는 지루함을 감출 길이 없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형이상학에 대한 지식이 희박합니다.”


 어거스틴은 화가 나서 입을 비쭉 내밀었다.


 “하지만 최초의 원인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진 않으십니까? 제가 알아내고자 하는 건 이겁니다. 만약에 최초의 원인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선생님?”


 파우스투스는 안경알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신학에 관해서 질문해 주게. 그럼 기꺼이 자네들을 깨우쳐주겠소.”


 “이것 보세요.” 네브리디우스가 화가 치밀어 올라 나섰다. “그리스도교 교사들이 이성 대신 순수한 신앙만을 요구한다고 비난해 온 것은 당신네 주교들입니다. 우리 마니교인들은 우리가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진리를 붙잡아 끌어들이겠습니다, 하고요. 만일 선생이 그 철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째서 어거스틴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시지요?”


 “난 철학자로 자처하지 않겠소. 우리 교리에 관해서만 토론을 제한합시다.” 파우스투스도 참을성 있게 말했다.


 한밤중이 가까워지자 마리우스가 어디선가 나타나 면담을 중단시켰다. “너…너무 늦었네. 주교님은 피…피로한 하루 일과에 지치셨다네. 제발 토론은 그만해 주게.”


 어거스틴과 동료들은 작별인사를 하고 물러섰다. 그들이 강연장에서 내려오는 한적한 거리로 들어서자 네브리디우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그 늙은 달덩이한테서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네. 생각해보게. 마리우스는 성령이 그에게 절대자의 옷을 입혀주었노라고 말해오지 않았나.”


 “너무 심하게 말하지 말게. 어떤 면에선 그 늙은이가 솔직해서 좋아. 자기가 모르는 게 있다는 걸 시인했어. 자네들도 우리 위원 나리들이 시인하기를 거절하는 것은 바로 잘못을 인정한 거라고 생각해야 하네.”


 “난 어거스틴이 주교를 동정하는 데 보조를 맞출 순 없네. 우린 법정에선 우유부단한 행동을 해도 되지만, 진리를 펼치기 위해 헌신하는 거룩한 사원에선 그럴 수 없네. 나로선 이것으로 고비야. 난 그 운동에서 탈퇴야. 기분이 개운해졌네.” 네브리디우스가 말했다.


 “어거스틴, 자넨 어떻게 하겠나?” 호노라투스가 물었다.


 어거스틴은 얼른 대답을 못했다.


 “자네들처럼 나도 실망했네.”


 “자네도 네브리디우스처럼 그만 둘 생각인가?”


 “좀 더 생각해 보세.” 


 그는 두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 멜라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카르타고를 떠나겠소.”


 멜라니는 잠자리에 들어가 있었고, 어거스틴은 불을 켜지 않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어둠 속에 얘기를 나누었다.


 “왜 그러우, 여보?” 그녀가 물었다.


 “멀리 떠나보려구.”


 “어디루요?”


 “로마로.”


 “왜요?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이것 저것 생각 끝에. 몸도 불편하고.”


 “목이 또 아파요?”


 “음.”


 “파우스투스 박사는 어떻게 되었어요?”


 “소문대로 엉터리였어.”


 “알았어요.”


 어거스틴은 그녀에게 몸을 숙여 이마에 키스했다


 “사랑하는 나의 나이팅게일, 내가 안정되면 당신과 아데오타투스를 데리러 올게. 알리피우스가 내가 로마에 가서 새 학교를 열면 도와줄거야. 그건 당신과 아기,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최상의 일이 될거요. 우리 아이가 마술의 도시에서 자란다고 생각해봐.”


 “굉장한 일이어요.”


 그녀의 말투가 그의 마음에 걸렸다.


 “멜라니, 왜 그래? 뭐가 잘못 됐어?”


 “아, 여보,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요.”


 “또 아기를 가졌다는 거야?”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뭐지?”


 “어거스틴, 당신 어머님이 카르타고에 와 계셔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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