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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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제25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그는 손을 들어 올려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 구부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쭉 폈다. 어거스틴이 그 몸짓으로 따라했다.


 “잘 가오, 나의 젊은 도...동지여.”


 “안녕히 가십시오.” 어거스틴이 말했다.


 마리우스를 만나고 며칠이 지나서 어거스틴은 개교 이래 최고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총독이 졸업축하 연설을 했다. 처음부터 그는 어거스틴의 학문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식이 끝난 다음 교수들과 동창 친구들은 타가스테 사람의 성공에 대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 영예를 겸손하게 받아들였지만, 속으로는 푸줏간 앞에 매달아놓은 돼지 부레처럼 우쭐해 있었다.


 로마니아누스는 여름 동안 타가스테에 가 있었는데, 마도라의 성자 아풀레이우스의 대리석 흉상을 졸업선물로 보내 왔다. 모니카는 부드럽게 애정이 넘치는 축하의 말을 써서 보냈다. 졸업식에 오고 싶었으나 재정이 허락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타가스테에 한 번 와 줄 수 없느냐고 했다. 그러면 함께 장래 문제를 서로 의논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제안을 멜라니와 상의했다.


 “어머나...가셔야지요.” 멜라니가 명랑하게 말했다.


 “가셔야 하고 말고요.”


 “그래야 될까봐.”


 “물론 그래야지요. 그리고 나에 관해서도 말씀 드려야 하구요.”


 어거스틴이 몸을 움츠렸다가 그녀의 말을 자르듯 말했다.


 “다음 주에 가야겠어.”


 그는 떠나기 전에 마니교파의 강연 장소에 세 번 나갔다. 마리우스와 마니교파의 다른 선생들이 카르타고의 지식인 가운데서 어거스틴의 명성이 점점 높아가는 것을 알고 그를 열망하며 아첨하기도 했다. 그들은 어거스틴에게 굉장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그가 타가스테로 여행할 것을 알고는 멋진 지갑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 지갑이 그의 여행비용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따라서 그건 참된 친구가 누구인가를 생각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들과 이런 접촉의 결과, 타가스테에 있는 그의 고향으로 떠날 즈음의 그는 한창 첫사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젊은이 같았다. 그는 아주 열심히 마니교의 기초를 익혔다. 그가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탐구의 해답이라는 생각으로 무장을 한 채, 그는 마니교의 교리를 위해 우쭐해지고 원기가 넘치는 개인 전도자가 되었다.


 단 한 번의 의견을 나눈 뒤에 그는 알리피우스를 개종시켰다. 그가 끊임없이 퍼붓는 선전에 멜라니는 감동을 하기 시작했다. 


 로마 제국 우편열차를 타고 타가스테를 향해 여행을 떠날 때에도 어거스틴은 어머니를 그의 종교가 된 마니교로 끌어들여 보겠다는 생각을 감히 품고 있었다. 그런 생각에 젖으면 젖을수록 더욱 그 생각에 마음이 흡족해졌다.

 

 
St Augustine Sacrificing to Mani chae an Idol

 


∽ 17 ∽

 

 

 내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텅 빈 환영이 있을 뿐, 나의 하느님, 당신이 아닌 내 잘못이었습니다. –고백록

 

 “얘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난 네가 쓰디쓴 고뇌와 죄의 굴레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는구나.”


 모니카는 마당에 있는 무화과나무 밑의 히코리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거스틴은 그녀의 발 밑 잔디 위에 두 다리를 쭉 뻗고 누워서, 나뭇가지를 잘라 손가락으로 멀리 튕겨 던지고 있었다.


 “틀림없이 사탄이 너를 사로잡았어. 어떻게 해서 네가 이런 죽을죄에 빠져버렸을까? 어떤 악한이 네게 진리를 배반하도록 설득을 했을까?”


 “어머니, 진리라고요? 진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마니교파 사람들이지요.” 


 “마니교는 사탄의 집단이다.” 모니카의 음성은 분노로 떨렸다.


 “그 교파야말로 거대한 바빌론이다. 악마의 서식처, 모든 더러운 악령을 붙잡고 있는, 온통 더럽고 증오에 차있는 새장 같은 집단이지. 그건...”


 “어머니!” 어거스틴은 겉으로는 침착했으나 속은 부글부글 타올랐다.


 “어머니의 성경은 말해 주지 않던가요? ‘선지자들 중의 누가 아버지를 박해당하지 않게 했는가?’ 하고 말이지요. 또 이렇게 덧붙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그 어머니를 또한’ 그렇게 한다는 것도요.”


 “아, 저주받을 이단을 지지하려고 하느님의 복된 말씀을 인용하다니 참으로 못 되었구나. 이렇게 악한 것이 내 지붕 밑에서 나오다니, 하느님, 당신의 종을 용서해 주소서. 이스라엘의 어머니로서 내가 실패하다니!”


 모니카는 아들과 떨어져 지낸 삼년 동안 십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 고통의 주름살이 뺨에도 생겼다. 그녀의 모습엔 슬픔이 깃들어 있었고 어깨엔 무거운 짐이 얹힌 듯 허리가 꾸부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성이나 몸짓엔 젊은이 같은 정열과 울림을 가지고 있어 아직도 난공불락의 신앙의 요새가 있음을 어거스틴에게 경고해 주고 있었다.


 어거스틴은 어머니를 개종하도록 하려면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다 동원해야 할 것임을 깨달았다. 어거스틴은 옆으로 돌아누워 무화과 잎새 사이로 흘러드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손으로 가렸다.


 “어머니는 기적을 믿으라고 제게 가르치셨죠?”


 “그랬었지.”


 “그래서 마니교에 대한 저의 확신도 기적으로 입증이 된 거예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말씀 드리자면, 어머니와 제가 지금 앉아있는 이 무화과나무와 똑같은 무화과나무가 하나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나무가 초자연적인 힘에 뿌리가 뽑혔어요.”


 “계속해봐라.” 그녀는 심기가 좋지 않아 말했다.


 “그 때 그 나무는 우유 눈물을 흘렸지요.”


 “어리석은 소리. 너는 가짜 기적을 그 때 예수님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일과 혼동하려고 하느냐?”


 “아닙니다, 어머니. 잘못된 쪽은 어머니십니다. 그 무화과나무가 눈물을 흘렸을 뿐만 아니라, 어떤 마니교 성자 한 분이 그의 내장을 혼합한 무화과 열매를 먹었답니다. 그러자 그는 천사를 토해 냈지요. 그랬어요, 신음소리를 내며 기도하여 신(神)의 분자들을 뿜어낸 거예요. 만약에 하느님의 사람이 그들을 자유케 하기 위해서 배와 이빨을 사용하지 않았던들, 그 분자들은 아직도 무화과나무에 묶여 있었겠지요. 그 뿐만이 아니라...”


 비탄의 울음소리가 모니카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자 어거스틴은 말을 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니카는 얼굴을 양 손에 묻고 허리를 구부리고 울었다. 눈물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잔디 위에 이슬처럼 반짝이며 떨어졌다. 어거스틴은 초조해져서 입술을 오므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참을성 없이 흙을 파내고 있었다. 


 “내가 참아야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건 어머니에겐 큰 충격인 모양이다. 내가 인내심과 동정심을 가지고 어머니한테 이겨야만 한다.”


 그는 일어나서 어머니 옆에 가서 섰다. 그는 어머니의 어깨 위에 팔을 올려놓고 다정하게 토닥였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전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전 어머니가 진리를 아시도록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모니카는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였으나 조금씩 울음을 그쳤다.


 “자, 저의 장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게 어때요?” 어거스틴은 억지로 좋은 낯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어머니 옆의 땅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도 아시지만, 전 카르타고에 돌아가면 이번 가을에 수사학교(修辭學校)를 열어볼 생각이에요!”


 “난 네가 타가스테에 와서 교편을 잡으리라 생각했는데.” 


 “기회는 카르타고에 더 많지요. 뿐만 아니라, 전 어떻게 해서든지 카르타고에서 학문으로 명성을 올리겠어요. 총독이 공식석상에서 나를 소개하기로 약속해 주셨어요.”


 “참 굉장하구나.” 모니카는 몸을 뒤로 젖히고,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채, 자랑스런 기분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카르타고는 네가 있을 곳이지. 나도 경제 사정이 좀 풀리면 이번 겨울에 너를 방문할 수 있을 게다.”
 모니카는 아들의 눈 속에 실망의 빛이 살짝 서린 것을 보았다. 그 빛은 금새 사라졌으나 모니카는 그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아챘다.


 “넌 내가 카르타고에 가는 걸 원치 않는 게로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어거스틴은 속이려고 드는 게 무모한 짓임을 깨달으며 침묵을 지켰다. 


 “왜 그렇지? 내가 부끄러워서 그러느냐?”


 “아니어요, 어머니.” 그는 어머니의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왜?”


 그는 멜라니에 대해서 어머니께 말씀 드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이빙 선수가 물에 뛰어들기 직전에 하듯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멀리 보이는 아틀라스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어머니에게 얘기를 했다. 처음 일어난 일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모두 했다. 그는 멜라니와 자신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면서 이따금 목소리를 죽이고 격해지기도 하면서 얘기를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볼 때 멜라니를 사랑하는 일은 세상을 창조하는 일만큼이나 불가피했던 것 같아요.” 하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건 마치 내가 태어나는 일만큼 내가 좌우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어머닌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넌 잘못을 저질렀다. 난 네가 너 자신을 용서하듯이 널 용서할 순 없구나. 내 도덕 기준에서 볼 때 그런 약속이 이루어지는 건 금기다. 하지만 네가 결혼은 안했다는 게 기쁘다. 그런 식으로 결혼했다가는 넌 장래를 망치게 된다.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다오.”


 “약속합니다.” 어거스틴이 말했다. 어머니가 그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주는 게 큰 위로가 되어 이렇게 말했다.


 “이젠 어머니께서 사실을 알고 계시니까 카르타고에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정말이냐?”


 “물론 정말이지요.” 


 “어머니!” 하고 부른 것은 대문 앞에 서 있는 열여섯 나이의 날씬하고 매력 있게 생긴 주니어였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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