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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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제23회)
knyoon

 

(지난 호에 이어)


 “도움?” 그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나?”


 “우리 모두.”


 “난 아냐.”


 “당신은 특히 더.”


 “이봐.” 그는 신약성경을 번쩍 들어 땅바닥에 팽개쳤다. 


 “이건 그리스 신화들처럼 날 진력나게 해. 버질처럼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키케로 같은 위엄도 없어 단순한 사람들에겐 해당이 될 수 있어도 학자들에겐 맞지 않아. 근데 뭐 먹을 것 없나? 알리피우스가 금세 올 텐데.”


 어거스틴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여성들이 어거스틴을 더 잘 이해했다. 멜라니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코 높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거스틴의 사상이 좀 더 높은 학문에의 길로 이끌려가는 일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거스틴이 새로운 열성을 가지고 고전 연구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또한 이런 유(類)의 관심의 폭발이 들뜨기 시작한 그의 마음을 가라앉혀 줄 것인가, 주의 깊게 관찰해 보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실패였다. 어거스틴의 가슴 한복판엔 여전히 공허감이 깃들여 있음을 멜라니는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멜라니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자기만족을 과시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그의 공허감을 채워줄 수는 없었다. 그것이 또한 멜라니의 눈을 속일 수도 없었다. 그녀는 어거스틴이 만족감을 얻기 위해 다음엔 어느 문으로 들어갈 것인지 기다려 보았다.


 어느 날 오후 어거스틴은 스퀘어 항구에 있는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그때 거기서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서가 옆에서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처음엔 어거스틴도 관심이 없었는데 논쟁은 격렬해 지기 시작했다. 그는 논쟁에 끼지 않고 책 읽는 일에 생각을 집중하려고 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은 책 읽기를 집어치우고 두 사람의 말싸움에 귀를 기울였다.


 “노인장, 내 말 좀 들어보시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흰 옷을 입은 여드름 난 젊은이였다. 그의 태도는 건방졌고 음성도 거칠었다.


 “우리 도나티스트 사람들은 참된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실 텐데요. 노인장 고집이 너무 세서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란 말이요.”


 어거스틴은 도나티즘이 정통과 그리스도교 교파 중의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


 “종교는 하나뿐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 교파요. 근데 어째서 생각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걸 노인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요?”


 “난 아...아...아무것도 인정 안해.”


 60세쯤 된 금욕주의자 풍의 그 반대자가 말했다. 그는 검은 웃옷 소매로 이마를 닦았다.


 “당신네 종교가 진정한 종교라면 악한 것은 어디서 왔을까? 마...마...말 좀 해 보게.” 


 어거스틴은 그 논점에 흥미가 일었다. 그도 이따금 이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지 못했기에.


 “악한 것은 어디서 왔을까?”


 여드름 난 젊은이는 길가의 깨어진 벽돌에 발을 부비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담이 가져왔다고 보는데요.”


 “그러면, 아담은 죄를 지을 수 있는 힘을 어디다 비...비...빌었을까?” 노인이 응수했다.


 “누가 알아요?”


 “자네가 알지.” 금욕주의자의 눈은 의기양양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니 한 사람만이 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


 “마니가 누구죠?”


 “페르샤의 철학자. 그는 비...비...빛의 왕국과 어둠의 왕국들이 있다고 가...가...가르쳤어. 어둠의 왕국에서 사...사...사탄이 왔다고. 사...탄은 빛의 왕국에다 선전포고를 했지. 바로 이 싸...싸움에서 우리 죄의 세계가 생겼지. 그건 어둠 속에 갇히는 바람에 떨어져나간 비...빛의 일부를 가지고 있어. 내...내 생각에 당신네 도나티스트들은 아담이 하느님의 형상으로 마...마...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지, 안 그래?”


 “물론이죠.”


 “틀렸어. 아담은 사...사...사탄의 형상으로 차...창조되었다. 이브도 역시. 그저 보다 작은 생명의 부...불꽃을 가졌을 뿐, 이브는 유혹적인 관능의 요인이야. 자넨 아마도 가인과 아벨이 아담과 이브의 아들이었다고 미...믿고 있겠지.”


 “그렇소.”


 “또 틀렸어. 가인과 아벨은 사...사탄과 이브의 아들이었다. 셋이 아담과 이브의 아들이었지.”


 “하지만 구약성경엔...”


 “구약성경이라고!” 하고 그 금욕주의자는 마땅찮은 듯이 말했다.


 “구약성경이란 사탄과 그의 거짓 선지자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야.”


 “거짓말이오!” 그 젊은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 반대자에게 한 발 다가섰다.


 “당신이 팔고 다니는 건 어떤 종교요?” 


 “참된 신앙이지. 마니교도들의 신앙.”


 “마니교도 이단이요.”


 “이단이라?” 금욕주의자는 코웃음을 쳤다. 


 “이단이란 무엇인가? 이단이란 날 저주하려고 자네를 위해서 주장하는 돼먹지 않은 권위 의식, 자넨 내게 맞설 수 없지. 그래서 힘으로 이기려고 위협하고 있어. 가보게나.”


 “가지요.”


 하고는, 힘이 센 그 젊은이는 노인의 배를 냅다 걷어찼다. 노인은 배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다시 입을 때려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노인을 때린 젊은이는 태연히 몸을 돌려 허공에 대고 저주를 퍼부으면서 사라졌다.


 이런 야만적인 행위에 충격을 받은 어거스틴은 엎어져 있는 금욕주의자에게 급히 달려가 내려다보았다. 입술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두 손으론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노인은 눈동자를 굴리며 신음했다. 광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가 도와드리지요.” 어거스틴은 그의 머리 밑으로 손을 넣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어 입술의 피를 닦아주었다. “많이 다치셨습니까?”


 “모르겠소.” 흐릿한 눈동자로 어거스틴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은 말했다.


 “당신은 치...친절한 젊은이로군요.”


 “의사에게 모셔다 드릴까요?”


 “아, 아니. 괘...괜찮을 거야.”


 “할아버지를 때린 그놈은 아주 비열한 놈이에요.”


 “젊은인...다 보셨구려.”


 “네.”


 “젊은이는 누구시오?”


 “제 이름은 어거스틴입니다.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어거스틴, 지...지성이 넘치는 젊은이로군요. 난 마리우스, 일어나야겠는데 도와주겠소?”


 “예, 그러지요.”


 어거스틴은 마리우스의 팔을 잡아 서서히 일으켰다. 


 “댁이 어디십니까?” 그가 물었다.


 “여기선 조...좀 먼데요. 헤어지기 전에 뭐, 간단한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은데요. 이 근처에 조...좋은 음식점을 아는 데가 있소.”


 “그게 좋겠습니다. 사실은 할아버지의 신앙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니까요.” 어거스틴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아주 좋소.” 마리우스는 어버이처럼 어거스틴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 마니교파 사람들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소. 자, 갑시다.”


 

Discussions

 


 ∽ 16 ∽

 

 

 나는 자만심으로 헛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 속에 들어갔습니다. –고백록

 

 마리우스는 비아 코엘레스티스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지하 식당으로 어거스틴을 데리고 갔다. 코에 고리를 낀 반라(半裸)의 누미디안 노예가, 악어가죽이 덮인 나무탁자와 긴 의자가 놓인 칸막이 한 곳으로 안내했다. 향료수가 담긴 암석대야가 나왔다. 그들은 그 물에 손을 씻고 수건에 닦았다.


 마리우스는 검은 올리브와 보리빵, 대추 야자열매와 어거스틴이 처음 보는 쓴 차를 주문했다. 이렇게 간단한 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마니교의 교리를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네도 보았겠지. 우리 도...도나티스트 친구가 악의 근원을 묻는 내 질문에 대답도 못한 걸 말일세.” 그는 이글거리를 눈으로 어거스틴을 바라보고 말했다.


 어거스틴은 대추야자 열매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악의 기원이 어디서 오는 건지 알겠소?”


 “말씀해 보십시오.”


 “그건 이렇소.” 마리우스는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올리브 그릇을 옆으로 밀어놓은 다음, 가느다란 손가락을 펴서 식탁위에다 서로 엇갈리는 두 개의 원을 그렸다. 


 “인간은 그의 보...본성 가운데 선과 악을 함께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옵니다. 이 원은 그의 육체, 또 이 원은 그의 영혼이지요. 이 첫 번째의 원인 그의 육체는 죄에 가득하고, 두 번째의 원인 그의 영혼은 순결합니다. 예...예를 들어서 당신은 훌륭한 젊은이지만 당신에겐 악과 선의 충동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요?”


 “말할 나위 없습니다.”


 마리우스의 이야기는 아주 진지했다. 그의 말씨는 유창하게 흘러나왔고, 더듬는 것조차 없어졌다. 어거스틴은 그가 점점 열을 올려 얘기하는 데 놀랐다. 


마리우스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얘기를 계속했다. “우리가 갖는 악의 충동은 어디서 생길까?”


 “속이는 마음씨에서 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질 않아!” 마리우스가 식탁을 너무 세게 꽝 쳤기 때문에 올리브와 대추야자와 보리빵이 접시 우로 튀어올랐다.


 “정열, 식욕, 요...욕망 모두가 우리 육체 안에 뿌리 박혀 있지요. 이와 반대로, 선한 의지와 친절과 자비와 순순한 생각과 관대한 동기는 영혼 속에 그 근원을 갖고 있소. 그것은 우리 안에 있는 이중 구조를 말해 주고 있소. 그럴 듯하게 들리지 않소? 당신의 훌륭한 마음을 끌어당기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어거스틴은 깊은 생각에 잠겨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스도가 어떻게 해서 할아버지의 사고방식과 맞아 들어 갔는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좋은 질문이오.” 마리우스는 그릇에서 올리브를 들어 한 입 깨물었다.


 “올리브는 좋은 음식이지요. 올리브유엔 가벼운 분자들이 가득 차 있어요. 그 얘긴 나중에 하고... 그런데 젊은이는 그리스도교 가정 출신이오?” 


 “그렇습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소. 그런데 젊은이는 먼저 그대 마음속에서 그리스도교의 골수를 씻어내야 합니다. 하느님은 항상 두 손과 머리칼과 두 눈과 두 귀와 그리고 말... 다시 말해서 육체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오. 하느님이 또 하나의 육체로서 형태를 나타내는 건 무엇 때문이겠소?”


 어거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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