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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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비사>제5회-계관시인, 윤치호의 영문일기1897년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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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화요일. 맑고 추운 날씨.


내 한복을 다 지어놓았다. 다음 몇 군데를 방문하다.


1. 씨일 미국 공사.

그는 지난 몇 해동안에 일어난 야비하게 반전한 사건들에 대해 뜨거운 피가 끓고 있었다.

2. 이윤용 농림부 대신 등.
3. 장로교회 친구 몇 사람을 만나, 레이디 홈에서 가벼운 점심식사를 함께 들다.
4. 서재필 박사. 사교계에 매우 아름다운 여성으로 등장한 그의 부인은, 말 할때 조선을 아주  경멸하는 것이 드러나 보인다. 분별력이 없어보이고 섬세한 감정만 들어 있어서 뛰어나게 세련되어 보인다. 한 예를 들어보자.

 

 


서박사 부인은, 임금이 김옥균의 시신을 도륙하게된 경위를 남편이 설명하자, 부인은 조심성 없고 째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임금도 어느날엔가는 그렇게 죽게되고 말 거에요!”


글쎄? 나는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이라해도 저렇게  경망스럽게 구는 것은 딱 질색이다.


허치슨 씨가 다음날 저녁에 내게 한 말을 들으면 놀랄 일도 아니다.


“서울 장안에서 내가 결혼해야 한다면, 내일 당장에라도 결혼하고 싶은 여성이 세 분 있어요. 지금 샹하이에 계신 당신의 부인, 호러스 알렌 부인, 아니면 죠단 부인이에요. 난 서재필씨 부인 같은 여성하고는 절대 결혼 안할 거에요.”


 제이손 박사(서재필 박사-옮긴이)가 내게 말하기를, 조정이 점점 악마의 소굴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감히, 김홍륙, 이용익, 홍종우, 조병식, 이명상 등 같이 야비한 자들이 왕을 이용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며 우굴거리고  있다는 것. 어찌하여 웨베르 일당이 저 간교한 김홍륙을 신뢰 하고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민 공은 유럽에서 돌아 온 이래로 조용하게 들어앉아 있단 말인가! 등등.


 서박사는 내게 충고하기를, 조정에서 제안해 오더라도 결코 어떤 관직도 수락하지 말라고 한다.


5. 브라운씨를 방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조선 사람들이 브라운씨를 미워한다는 것은, 이미 그의 친구들이나 반대파 사람 모두에게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약삭빠른 처신과 확고한 위치때문이지 돈닢을 그의 보물창고에 쌓아두려고 해서 미움 받는 건 아니다.


브라운씨가 내게 말하기를, 자기가 신중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은 조선 정부가  빚 진 것을 갚거나 추가로 빚을 더 얻어오지 않고도 필요한 사업에 쓸수 있도록  국고를 아끼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경제성이나 가능성도 없는일에 공금을 낭비하려고 한다. 브라운의 말에 따르면, 전하께서는 여러 통로로 끊임없이 돈을 차용하고 계셨다.


6. 언더우드 박사댁에서.


민영환, 브라운, 서재필 박사 부부, 리이드 박사 부부, 장로교회의 한 여성과 나를 포함한 손님들이 모두 저녁식사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이렇듯 진보적인 신식 만찬은 처음 보았다.


여리 접시가 한 가지씩 나온 다음, 주인의 신호에 따라서 신사들이 모두 일어나서 자기  앞의 사람 의자로 가서 앉는다.  그러면서 남자들은 만찬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과 대화의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상감께서 모든 권력을 불한당 무리들의 손에 넘겨서 그들과 ‘형제 자매’로 부르는 사이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다. 그자들의 이름은, 김홍륙, 홍종우, 조병식, 이명상, 이세직, 엄상궁, 남정철 등이다.


민 공은, ‘이제 나라는 다 결단 났다!’고, 한탄하고 있다.

 

2월 4일. 목요일. 맑고 추운날씨.


 스타인이 오늘 아침에 나를 방문하다. 그는 씩씩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내게 하는 말이, 웨베르 부부가 자기를 그들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야 하는 여건 속에서 공사관에 근무하는 것이 아주 참담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가(윤치호) 공사관을 떠나 샹하이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은, 조선에 돌아갈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깊이 마음에 새기고 있더라는 것. 내가 상트페테르부르그에 있을 때 명예훼손을 당한 일들 때문이라는 것. 그러므로 웨베르는 이런 비난에 대비해서 전력을 다해 내 인격을 보호 해주어야만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뭏든, 스타인을 만나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김홍륙을 계속 감시할 것이다.

 

2월 6일. 토요일. 몹시 추운 날씨.


 오후 3시 경에 웨베르 공사를 방문해서 현재 조정이 절망적인 형편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옛날 직위를 악용하여 재빨리 권리회복을 하려는 무리들과 핵심부에 있는 불충한 김홍륙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고 계시다고 말하자, 웨베르는 갑작이 내 말을 끊더니, 모든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준다. 즉, 김홍륙은 그의 통역 업무에 전혀 잘못이 없다는 것. 몇 백년을 내려 오며 남을 비방하는 풍습은 하루 아침에 근절될 수 없다는 것, 법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기관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 그는 조선 국왕의 행위에 대해 낱낱이 간섭할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현재 권력층에서 사람들을 서로 비난하는 일은 장소가 달라졌다고 변하는 건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털어놓고 말한다면, 푸챠타 대령이 끊임없이 민영환의 무능함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아펜젤러 목사댁에서 만찬을 들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미국 공사관 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다.

 

2월 7일. 주일. 맑고 추운 날씨.


 스크랜튼 박사를 대신하여 예배를 인도하다. 박사님은 지금 병환 중이시다.


 오후 2시 30분에 그레잇하우스 장군을 방문하다. 장군은 침실 가운에 속바지 차림으로 서재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다.


“이보시게,  미스터 윤, 알다싶이 나는 조선정부에서 사건들이 터지는 암울한 시기에도 낙천주의자 아니었나 말 이오! 하지만, 이젠 아니오. 난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소.  전하 밑에서 일하는 조선 정부가 일년동안 철저하게 군림했 소 만, 조정이 자치능력이 전혀없다는 결과만 보여주었소. 이태를 넘기기 전에 만사가 끝장이 나버린다고 내가 장담하겠소.”


 나는 그레잇하우스 장군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러시아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조선 정부가 얼마나 악정을 하고 있는지, 정부 자체가 그것을 조절할 능력이 없음을 사방에 알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러자 그는 웨베르 편을 들면서 말한다.


“웨베르를 치사스런 함정에서 벗어나오게 혐의를 풀어주어야만 하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에 관심이 지대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영향권 안에서 더 악화되는 일을 막으려는 야망과 평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오.


 지난 한 해 동안 6가지 계획을 세워놓고  시험 해 보았소. 그 중의 어떤 계획도 조선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조정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걸 알게되었소.”
 

그레잇하우스 장군 댁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리이드 박사 댁에 가는 길에 민영환 공을 방문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산업학교를 세우겠다는 나의 야망과 포부를 말해주다. 


민 공의 동생인 민영찬과 민상호가 그를 동반해서 유럽으로 갈 모양이다.

 

2월 8일. 월요일.맑은 날씨.

 
 지난 밤에 깊은 잠을 못 자서 오늘은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오후 4시 30분에 미국 공관에 가는 길인 웨베르 부인을 만날 일이 생겼다. 웨베르 부인은 내게 즐겁게 지냈느냐고 묻는다. 굳이 말한다면, 내가 특별히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웨베르 부인은 내게 하는 말이,


“윤선생, 용기를 잃지 말아요. 우리들 사이가 늦게라도 좋은 교분을 가지게 될테니까요. 당신이 내 남편에게 말한 것을 들었어요. 남편은 당신이 비관주의자 라고 생각하더군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은 만사가 나쁜 쪽으로만 얼켜서 돌아가는군요. 상감님은 아주 못된 무뢰배들에 둘러싸여 지내 시지요. 웨베르 공사님의 좋은 충고가 상감께 직접 전달이 안 될 것같아 걱정입니다.”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웨베르 부인이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우리 통역관(김홍륙-옮긴이)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당신도 그 사람에게 좋지않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뻔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적대시 하니까요. 하지만, 최근 십 년 동안 남편은 김홍륙에게서 백 가지도 넘는 정직성과 충실함을 증명할 수 있었답니다. 최근에 돌아가신 왕비님이나 내 남편 같이 지성적인 사람들이 김홍륙이란 사람에게 속아넘어 가겠어요? 그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서? 사람들은 그가 관직을 매매한다는 둥 떠들어 대더군요.

당치 않는 말씀이에요! 그 사람은 청빈하기만 해요. 그에게 돈이 어디서 나온단 말입니까?

상감께서 공사관에 오셨을 때 김홍륙에게 4천불을 주시더군요. 이범진에게는 2 만 불을 주셨고요. 김홍륙은 그 은사를 제 남편에게 숨김없이 모두 보여 주었어요.


 “아니, 윤선생, 김홍륙이 얼마나 정직하고 충성스런 분인데요. 지난 해에 이완용과 이윤용과 그  무리들이 상감 앞에 코도 내밀지 않을 때, 상감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지켜드리며 일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그 사람이 바로 김홍륙이란 말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는 건 상감께 너무 가까이 모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들은 윤선생도 미워할테고, 그런 여건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를 막론하고 미워할 겁니다. 


 “맞아요, 상감의 측근에서 배회하는 자들 중에는 나쁜 사람이 많습니다. 실제로,  궁내부대신 이재순은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며 다니고 있고, 환관과 궁녀들이 왕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왕은 너무 위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 안에 어디서 더 나은 사람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이 나라에는 70개 이상의 외국선교부와 700명 이상의 본토 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인들 중의 누군가는 기회만 생긴다면 거짓말에 상대방 모함에 도적질도 마다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당신네 조선 사람들의 문제는, 하나같이 정치인 행세를 하려고 들지만 해놓은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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