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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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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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8일(월요일), 아름다운 날씨. 상해

 

 항해 중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


1. 프랑스 우편선 2등 선실은 캐나다 태평양연안 배의 1등 칸과 맞먹게 좋은 시설이다.


2. 그 칸에, 마르세이유에서 싱가포르에 가는 네덜란드인 단체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17세 된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처음에는 민첩하게굴더니, 저속한 태도로 큰 소리로 떠들며 이야기하는 등 그녀의 예쁜 얼굴 값도 못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두 프랑스 여성의 아름다운 감탄사를 연발하며 흉내내려고 했으나 실망스럽게도 잘 안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소리를 지른다. 언제나 자신이 대단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듯이 쉴 새 없이소리 지르고 난리다. 


 그 단체의 남성 몇 사람은 기분전환을 한답시고 토하는 소리를 흉내내고 있다-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식탁 바로 옆에서. 이게 웬 불평으로 울부짖는 소리인가! 만일 조선 사람이나 중국인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자들은 화를 내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그들은 문-명- 화- 된-유- 럽- 사- 람- 들- 이- 란- 다!


3. 1등 칸에 4명이, 2등 칸에 2명이 그리고 우류 대위까지 7명의 선객이 타고 있었다. 우류는 내가 본 일본인 중에 가장 미남이고, 언제나 내게 싹싹하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를, 최근 전쟁의 중요한 주제는 러시아의동방 진출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그들의 국가에 대한 명예와 관련된 것이라면 만사 제쳐놓고 예민 반응을 한다. 


 칭찬할 만한 감각을 가지고, 유럽인들이 질문하거나 완전히 계몽된 일본에 대한 문제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행동이나 대화도 피한다. 그런데 바로 이 일본 사람은 일본의 번영이 아시아 전역에 확대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일본의 영토 확장이 주는 ‘영향’은 기쁜 일이며, 그 일은 틀림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12월29일(화요일), 암울한 날씨. 상해


 아침식사를 마치고, 홍콩 상해 은행에 가서 미화를 멕시코 현금으로환전하다. 은행은 미화 1불에 1.33(M)에 내주다. 그런 다음 나는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에 가서 1불(Am)에 1.79불로 환전하다.


오후 내내 사랑하는 아내와 지내다.

 

12월30일(수요일), 구름 끼고 몹시 추운 날씨. 상해

 

 나는 이곳 상해에서 제일 좋은 일본 호텔에 들어 있다. 하루에 1.50달러에 연료비 값으로 20센트를 얹어서 낸다. 내게는 말도 못하게 비싼 계산서가 나오는 호텔인데도 서비스는 엉망이다. 왜놈들은 저희들이 실수한 것은 절하거나 미소를 띠고 대답하는 것으로 보상하려고 든다. 내가오늘 아침 7시 45분에 난롯불을 넣어달라고 말했는데 10시까지도 난로에 불을 땐 흔적이 없다.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책하고 있는 민영익을 만났다. 조선 옷 차림에 흰 모자를 썼다. 그가 말하기를 이학균이 지금 조선으로 가는 중에 상해에 들렀는데, 싱가포르에서 돌아가신 부친의 시신을 모시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오후 내내 함께 지내다. 저녁식사를 하고 로헤르 씨를 방문했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로헤르와 그의 부인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그의 자녀들은 의외로 잘 지내며, 그들은 칭찬을 들을 만큼 유창하게 성경을 읽고 가족기도 모임에서도 성경을 읽는다.


 그가 말하기를 리드, 앤더슨, 파커 박사님 등이 헨드릭스 감독에게 자기를 가망성 없는 동역자라고 이야기하면서 선교부에서 제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파커 박사는, 현재 중서학원에 근무하지만, 로헤르 씨가 이 학교를 그만두지 않는다면 자기가 학교를 떠나려고까지 한 사람이다;


 파커 박사와 앤더슨 박사 두 사람 모두 로헤르 씨의 수고가 지금은 불합리하고 편견에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리이드 박사는 이 사건 한 가운데 놓여 있었고; 파커 박사는 90세의 노인으로는 믿을 수 없는 생계비를 벌고 있었고; 그가 오랫동안 중서학원에 바친 봉사는 좋은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자, 그런데 나는 같은 선교부 직원들 사이에 일어난 이 불공평한 태도와 병적인 감정들에 관해 알게 되니 마음이 언짢기만 하다. 죄를 짓는 것은 인간이다.


로헤르 씨와 그의 아내는 내게 상해에 머무는 동안 자기 집에 와서 같이 지내자고 말한다. 정말 친절한 분들이지만 나는 거절했다.


 로헤르 씨 말에 따르면, 중서학원이 점점 기울어가고 있으며 노교수 가 없으면 학교의 번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12월31일(목요일), 구름이 낀 날씨. 상해

 

 병원에 가는 길에, 민영익의 집을 찾았으나 헛일이었다. 그는 아마도 내게 그의 “ 위치”를 잘못 일러준 것 같다.


 오후 내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지내다.


 마콘에 있는 본넬 교수와 리이드 박사에게서 편지를 받다. 두 분 모두 내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그들은 각각 다른 성격대로 방향 제시를 하면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다. 리이드 박사는 내게, 선교부 일은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개입해서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맥타이어 홈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헤이굳 선생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리처드슨 선생을 만나 행복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고, 변함없이 종교적인 심성을 지니고 있다. 버크 씨도 함께 있었다.


 약 두 시간 동안 레이놀드 양과 야리 양 등 활발한 친구들과 응접실 난롯가에서 즐겁게 보내다. 우리는 이 두 숙녀를 모시고 로헤르 씨에 대한 음모 같은‘ 뒷공론’을 검토하면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리처드슨 선생은 리이드 박사가 이 일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믿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된 책임을 앤더슨 박사와 파커 박사에게 돌렸다. 그런가 하면, G양은 리이드, 힐씨, 알렌 박사 등이 로헤르에 반대하는 편지를 쓴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헤르 씨를 나는 형제처럼 사랑해요. 그 사람은 신실한 분이니까요. 하지만 최근의 사건으로 인한 경험이 그가 늘 불평만 해온 잘못에 대한 대가로 받는 치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알렌 박사가 대학의 학장일때, 로헤르가 모든 책임은 알렌에게 있다고 불평했지요. 본넬 교수가 학교를 맡았을 때 로헤르는 투덜거렸지요. 본넬 교수가 연구소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요. 자기가 학교를 맡게 되자, 또다시 불평한 것은 그가 해야할 업무량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파커 박사가 중서학원 학장이 되자, 로헤르는 온갖 진행사항과 계획을 방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파커 박사가 학교를 맡으면서 학교는 역사 속에 묻힌 채 번창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알렌 박사가 내게 중대한 충고를 했다. 내가 조선에 돌아가야 한다면 정부에서 공직을 맡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당신은 선교 사역에 있어서 효율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므로, 그리스도교를 선교하는 전문 목회자가 되기보다는 외부에서 지원해 주는 친구로서의 역할이 선교사업에 더 폭 넓고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일”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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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립니다


내주부터는 필자의 새로운 원고 <계관시인 윤치호의 영문일기 1897년~1906년>
 ‘대한제국의 비사(秘史)’가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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