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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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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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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8)

 

(지난 호에 이어)


5. 이노우에 공사와 어제 나눈 대화로 미루어보면, 그는 조희연과 그의 동료들을 김가진이 사사건건이 적대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조선 사람의 특징중의 하나는 물건들을 비싸게 사버린다는 점이다. 꼴사나운 모양새를 한 옷들을 보면 손수건 한 장 넣을 주머니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다. 잘 정돈된 집들은 미국의 ‘ 서부의 황야 Wild  West’라는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집처럼 휑뎅그러니 넓기만 하다. 나는 아직도 보편적인 서울의 큰 집들 보다는 평균치의 미국 오두막집이 훨씬 더 좋다. 내 집은 여자하인, 남자 하인들로 붐빈다. 그 하인들은 혼자 사는 일본인이나 외국인 하인 보다 훨씬 일을 잘 한다. 


정부의 각 부처는 ‘관료’들의 집단이다. 그들은 죽도록 정부의 기계가 막혀 버리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학자들은, 시간을 보내거나 그의 정력을 낭비하면서 아침 8시부터 80권 분량의 책을 들고 큰 거위처럼 어기적거리며 학습한답시고 돌아다닌다.


11시에  감리교 학교 아침 예배시간에 참석하다. 어떤 조선사람이 열 명의 소녀들을 않혀놓고 설교한다.  그의 예화는 너무 허풍스럽다. 그러나 내 조국에서 우리 구세주의 평신도 제자 가운데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여간 감격스런 일이 아닐 수없다.


아펜셀러 목사와 함께 점심식사를 하다. 그에겐 사랑스런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이 있다. 알렌 박사와 한 시간 가량 함께 지내다. 그는 내게 일본이 워싱턴에 있는 조선 공사관을 폐쇄하도록 요청했다는 정보를 준다. 하지만 그 제안은 미국 선교부의 개입으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오후 3시에 외국인 예배가 있는 교회에 참석하다.
김홍집 총리가 보자고 해서 그를 방문하다. 그는 신구 정당들을 공평하게 이끌기 위해서도 제발 이 내각 안에 직책을 맡아달라고 사정한다.


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올라오시다. 이렇게 아버지를 다시 만나뵙게 되다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아내가 아들이 아닌 딸을 낳은 것에 실망하신다. 작은 아버님(윤영렬 역자주)도 뵙게 되어 기쁘다.

 

2월18일. 월요일. 서울.


눈과 비가 밤 사이 내리더니 정말이지 문자 그대로, 온 동네가 ‘흰눈 산과 얼음 바다’가 되었다.


오전 11시에 박영효를 방문하다. 그는 내게, 학부에 직책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가 참의 직을 먼저 받고나면 곧 협판으로 진급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일본을 방문하는 계획서를 만들어 놓았다. 내가 참의가 되려면, 일본의 교육제도를 실습해야만 한다는 것. 그는 말하기를, 유길준이 나를 자기의 당파로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다. 총리가 유길준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고 말한다.
상해에 있는 영 알렌 박사와 어여쁜 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님이 가족회의를 하신 다음 내가 알게 된 것은,


1. 동학당이 아버지를 괴롭혔는데, 돈을 착취하려는 목적 외엔 아무런  명분 이나 동기가 없었다는 것. 내가 일본어를 전하에게 강요했다는 것이 그들의 큰 구실이었다. 아버지는 산 속으로 도피 하시고 굶주림과 헐벗음 속에 고통스런 세월을 참고 지내셔야만 했다.


2. 동학 혹은 ‘동방 종교’는 최제우가 시작한지 몇 해 된다. 동학은 북학 혹은 ‘북방 종교’와 분리되고, 남학 혹은 ‘남방 종교’와 불교, 서학 혹은 서양종교 혹은 가톨릭 교회와도 구분이 된다. 동학은 유교와 5개의 항목이 연관이 된다. 불교의 선험적 이론은 도교의 이적과 마법에서, 그리고 가톨릭교에서 하느님, 천주 등의 용어와 연관되어있다. 동학의 이교도적인 양태 속엔 알게 모르게 모하멧교의 강요와 충동적인 실천을 받아들이고 있다.


종교의 종파는 개방된 복수심 속에 억압과 핍박으로 충동을 자극 받는다. 그들은 어디를 가던지 양반에 대항하는 깊은 증오심을 보여왔다. 동학군이 양반을 다루는 잔인한 수법은, 프랑스 혁명 당시 프랑스의 고상한 상류층이 당하던 유혈전쟁을 생각나게 한다.


3. 우리 시골 집과 가족과 마을 전체가 청국인과 일본인과 동학군의 복수전의 갈등사이에서 피해가 없이 지키게 된 것은, 순전히 우리 작은 아버님의 지혜와 작은 아버님이 평소에 평판이 좋았던 덕분이었다.


4. 시골 집 아산과 근방 마을에 청국 병정들이 가장 야만스런 방법으로 살인과 강탈과 겁탈을 일 삼았다고 한다. 

 

2월19일. 화요일. 매섭게 춥다. 굵은 눈발이 오후 내내 쌓이다.


오전에  이노우에 공사를 방문하다. 조정의  관직을 받아 들이라고 말한다. 그 직책의 급여 여부는 중앙정부가  안정된 조직이 되기 전에는  기대할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의심’하는 일은 조정에서 가장 치욕적임을 말하다.

 

2월22일. 금요일. 서울.


매우 춥다. 너무 추워서 일분동안 손을 밖으로 내놓았다가는 동태가 되어버린다. 
오전 10시에 김가진을 방문하다. 그는 내게 말하기를, 유길준이 이끄는 구당파가 제멋대로 구는 바람에 반대파인 신당파 각료들이 결국  퇴진한 다고 한다. 그러나 이노우에 공사가  중재하여 한 번 더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회의를 소집하여 두 당파 사이에  새롭게 우정을 다지며 협력 하기로 했다고 한다.


1. 저녁 식사후에 가족회의를 하다. 아버님과 작은 아버님은 ‘행세(行勢)’하는 법, 혹은 세상에 나가 자수성가하는 기술 등에 관해 원탁 강의를 하시다. 두 분이 쌍포문을 열어서 내게 말씀하시다. 즉, 나의 비현실적인 언사와 미국에서  경험한 가치관은 조선 사회에서는 쓸모가 없는것이므로 내가‘행세’를 제대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 분의 목표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금언을 들어, 최대한 약삭 빠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말씀을 채우고 계셨다. 내 아버님은 의심할 여지가 없이 비범한 분이다. 그의 예리한 관찰력에 의하면, 강자나 뛰어난 명민성만이 한 인간을 어떤 사회에서나 살아남게 만든다는 것이다.


2. 아버지의 관찰력이 대단하신 한 예를 들어보자. 어느날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시기를, “집을 떠나 내가 능주에서  귀양살이를 한 적이 있었지. 그곳에 언덕이 하나 있더구나. 언덕위에 서울 집보다 조금 작은 벽이 남아있더라. 그곳에 살던 원주인은 그 벽이 귀한 골동품인것을 모르는 거야. 어떤이들은, 그 벽은 일본이 침략해 왔을 때 세운거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왕씨 왕국 혹은 고려 시대에 요새로 쓰던 성벽이라고도 하는구나.
나는 그 바위 틈새에서 굉장히 많은  깨진 도자기 쪼각을 발견했는데, 도기와 자기로 만든 화병쪼각들이었다.그 쪼각들은 훌륭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지. 연대나 어디서 나온것인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


 하지만 내 생각엔, 그 요새는 어떤 약탈자에게서 뺏은 요새터로  조선 왕조의 창건 이전에 요새화 된 것같았다. 주민들이 그 평야에 다시 정착한다면 쪼각들을 찾아 다시 건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주민들의 변화가 그 시대 사람들이 사용하던 도구에도 변화를 가져오겠지.”


3. 조선에 관한 모든 것-조정과 백성과 빈약하기 짝이 없는 집들과 헐벗은 산들을 총망라해서 글로 정확하게 남기기엔 너무나 절망이 앞 선다.


4. 작은 아버님의 말씀에 따르면, 동학란이 일어나기 전에 서학 혹은 가톨릭에 반대하는 변란이 먼저 일어났다고 하신다. 충청도에 있는 가톨릭교회 외국인 사제들을 추방하고, 동학란 이전에 몇해동안 억압과 폭력이 횡행 했었다고 하신다.


우범선씨가 오후에 방문하다. 그는 말하기를 유길준은 악당이고 분당질에, 야심가에,이기적이고 질투와 오만의 화신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애퐁자매를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2월23일. 토요일. 하루종일 눈이 오다. 아주 춥지 않은 날씨. 서울.


6인치의 눈. 근래에 가장 큰 눈이라고들 한다.
오후에 외부의 이중응 참의가 아버지와 나를 방문하다.


갈등이 생기는 두서없는 이야기들:


1. 오늘 아침에 나는 아버지께, 6법의 예의지방(禮儀之邦)과 행세(行勢)가 조선과 청국을  망쳐 놓았다고 말씀 드렸다. 아버지는 내 말을 수긍하시면서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난 해 7월에 일본공사 오도리가 전하와 조정에 처음 운을 떼며 한 말은 ‘개혁’이었으나, 조정이나 상감은 무관심하게 들어 넘기셨다. 청국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 조선의 장군들이 그들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다. 조정은 왜놈을 겁낼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아침에 상감이 그의 대신들을 불러 말씀하시기를,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대신들은 그 자리에 선 채 무슨 말씀인가 하고 멀둥멀둥 서로 바라보았다. 나이가 많은 정 대감이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오, 전하. 무슨 개혁이나 개화를 하라는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저와 전하의 모든 신하들이 전하의 어명을 복종할 수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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