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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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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제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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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7

민영환과윤치호 러시아에가다 제12회


 


7월23일. 화요일.


새벽 5시. 전하께서 나를 알현하게 해주셨다. 대궐 식구들이 내게 성의껏 대해 준다. 나는 그들을 만나 본게 10년 아니 11년 전이었는데, 다시 한 번 정답게 궐내 어른들을  뵙게 된 것이 행복하다. 
전하께서는 황감하게도 내빈인 이탈리아 왕자 일행이 묵을 장소를 위해 내게 온갖 편의를 다 베푸셨다.
오전 10시. 이상하게 생긴  종친부 건물 안에서 내빈들을 영접하다.   
오후 2시에 이탈리아 공작과 내가 공식 알현하다.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시내 관광을 한 다음, 7시 30분에 궁궐에서 만찬을 들다. 만찬장에서 소녀들의 노래와 춤을 구경하다.
하루 종일 모든 관계자들과 함께 지내다. 공사관의 호레이스 알렌 박사의 친구, 이하영이 내게 친절하게 잘 해준다.

 

7월24일. 수요일.


7시 30분에 일어나다. 9시에 이탈리아 손님 일행을  노들 나루터(현재 한강변-옮긴이)로 모시고 가서 제물포로 가는 배를 타다.
제물포에 오후 4시에 도착하다. 공작과 함께 일행이 크리스토퍼 콜롬보라는 이탈리아 군인에게 인계하다. 거기서 그를 전송하다.

 
‘모리스 꾸랑의 서울의 추억 : 1895년에 왜놈들이 민비 암살을 진행한 거리, 1896년에 주한 프랑스 외교관 모리스 꾸랑이 육조거리에서 광화문을 향하여 찍은 전경이다. (‘모리스 꾸랑의 서울의 추억’,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8월 5일. 월요일. 더운 날씨에 햇빛나다. 서울.


일 주일 내내, 밤낮으로 억수같이 퍼붓던 비가 그치고 다시 해가 비추어 기분이 좋다.
이런 일, 저런 일들:


1. 이노우에 공사가 그의 조선 정책에 아주 색다른 계획을 내놓았다.


“내정 불간섭”이 그의 슬로건이다. 어느날 이노우에가 내게 말하기를,  임금을 감싸고 있는 의심의 구름을 헤쳐버리는 가장 최선의 방책을 실천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에 도착하여 임금님과 두 번 회담을 가졌다. 회담 중에 그는 말하기를, 조정에서 신하들을 믿어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노우에 공사가 좋은 결과도 없이 언제까지 그의 계획을 끌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조선 왕비, 민 중전이 애국심을 가지고, 덜 이기적이고, 좀 더 자비롭기를 바라지만, 왕비를 설득하는 일에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왕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남산을 옮기는 일보다 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들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이노우에가 세운 기본적인 목표는 조선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들을, 일본이 왕비의 거대한 세력을 꺾어버릴만큼 강해질 때까지, 당분간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보는 것 같다. 


2. 탁지부는 언제나 “먹을 게 없다. 그리고 반 쯤은 남아있다.”사이를 오락가락 하더니 이제는 급하게 절망적으로 재정이 바닥이 나고 있다.


일본에서 3백만 불을 차관 했을때 50만 불의 자금을 따로 비축해 놓았다. 그런데 현재 겨우 6만 불 만 남아있다. 그 비축금은 3,500명의 공병을 유지하는 데 다 써버렸다.  군부가 소비하는 푼돈들이 내 마음 속에 온통 허망하게 쓸려나가는 낙엽 같다. 왜 그럴까? 군인들이 하나에서 열 명까지 모두 하는 일 없이 남의 집 식객 노릇이나 하며 소일하는 도적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 무리에 끼여 완전무결하게 쓸데 없는 시간만 허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리석게 써 버릴 돈이면, 국민학교를 전국에 세우고 보급하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6세에서 15세 사이의 어린이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우리 조선의 유일한 장래 희망이기 때문이다. 


3. 지난 몇 주 동안에 서울 장안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공포에 떨었다. 조선 정부는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 의사들을 서울에 초빙하여 건강전문 기관을 만들었다. 이 중요한 기관은 질병 예방과 치료방안에 관한 규칙을 계속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 원칙이나 규칙이 통하지를 않는다. 가공할만한 경찰력으로 무시 당하고 불결하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청결대책을 도입할 계획이나 실천을 기대하느니, 스스로 병을 쫓아내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규정으로는 실행불가능한 예를 들어본다: 


 어느날 우리집 하인 하나가 콜레라에 걸려서 내장이 뒤집혔다. 나는 사동을 시켜 가까운 경찰서에 사태를 보고하게 했다. 사동이 가까운 중부서에 갔더니, 그 주재소 에서는 사동을 북부서로 보냈다. 그곳에선 또 번소(종합지서)로 가보라고 했다. 그곳에선 또 그 아이를 중앙 경찰서로 보냈다. 그곳에선 그 아이를 내무부로 뛰어가게 했다. 그곳에선 그 아이를 惠民사 병원으로 보냈다. 사동이 그곳에 도착하자 귀하신 순사 나리가 말하기를, 집에 가서 그 환자의 이름을 적어가지고 오라는 것! 이러니 사람들이 어찌 정부에 대고 욕을 하지 않을 수 있으랴?

 

 


4. 조선은 현재 실제로 무법천지이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감싸줄 방법이 없다. 존귀하신 서광범 신사는 유난히 깔끔하게(혼자 자부심에 차서) 치장하고 돌아다닌다. 공동체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새 법률을 실시할 생각은 없고,조선의 옛날 법규-악당으로 혹은 방랑자로 쉽게 판정 해버리는-아예 모두 잊어버린 듯하다. 그렇다고 이런 경우에 감히 재판정에 가려고 한다거나 갈 사람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판 비용을 마련할 수도 없고 시간도 없거니와, 뱀같이 지혜로운  불한당을 손에 넣을 인내심도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달팽이들은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을 짜낼 때만 음흉하게 질질 끌려다닌다.  그 어느 누구도 돈을  꿔달라거나, 다른 자와 계약도 못한다. 왜냐하면 후자는 신용이 없기 때문이고, 전자는 그렇게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5. 정직하지 못하고 배은망덕한 조선의 노비, 특히 마부의 이야기는 놀랄만 하다.불성실 함이 전체 계급을 망쳤고, 이 야비하고 가엾은 나라마저 망쳐놓고 있다.


6. 문부대신 이완용은 문부에서 인쇄작업에 바쁘다는 보고가 들어오다. (옛날 조선식 인쇄기를 사용했을 것이다.) 내가 학부에 있을 때는 이 가공할만한 음모를  내 직권으로 막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학부는 조선의 조폐공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더 비싸고 쓸모없는 인쇄기가 필요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7. 우리 사랑하는 아기가 예쁘고 귀엽게 매일 매일, 무럭무럭 자란다. 아기가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내 어여쁜 아내는 걱정스러울만큼 서울의 더위를 잘 이겨내고 있다. 아내의 천성적인 상냥함과 헌신적인 모습은 아내가 이 곳에서 불편해 한다는 사실 마저 잊을 지경이다. (1895년 4월, 마부인이 아기를 데리고 상해에서 서울 전동 시댁에 돌아 오다.-옮긴이) 


8. 결국 일본이 조선을 개혁하려는 일은 실패로 돌아간듯하다. 그 잘못은 조선정부에 있지 일본 측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귀를 샘가에 끌어올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하진 못한다.(물은 자기가 마셔야한다.)


9. 그렇다고 일본이 조선을 위한 친선관계 유지를 도모하는 일에 흥미를 잃은 것일까? 결코 아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일본은 조선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생각을 행동으로 나타내진 않았다. 일본으로 하여금 조선에 차관해주는 치욕적인 속임수를 그들 자신이 수치스럽게 생각하게 해야한다. 일본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만사를 일본을 믿게 하면서 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침략은 조선에 큰 상처를 줄것이다.

 

8월11일. 일요일. 서울.   


어젯밤에 전하의 칙령으로 정부가 개각을 했다.


군부 안경수, 경무사 이윤용, 탁지 심상훈, 군부 협판 권재형, 내각 비서 이성렬,  탁지 협판 이정환.
 개각은 잘 된일이라고 해야 되겠지. 조선 조정의 개각이 자주 바뀌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슬픈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제 조정은 개각할 힘도 전진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사물의 질서는 결국 돌고 도는 법. 이 내각은 또 언제 다시  바뀔 것인가? 


박영효가 실각하게 된 중요한 원인은, 그가 자신의 편견을 버리지 못한 데 있다. 그는 의구심을 타고 났고, 완고함 마저 타고났다. 냉정한 마음가짐도 그의 유약한 다른 성격일 것이다. 그의 몇 안되는 진정한 친구에 대한 태도(아니 모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는 섬찟하리만치 차갑다. 그는 내가 그에게 거역 한다고 생각하며 나를 의심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애국심은 그를 회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일이 될 것이다.

 

8월16일. 금요일. 서울.


샤로 보 신부와 불어공부를 시작하다. 조선 정부의 여건들이 매일 불만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왕당파 손에 약속된 권력들, 모든 중요 기관의 기둥을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내어 왕당파를 치장시키는 재주를 가진자들로 채우고 있다. 이 야비한 나라에서 도덕심, 정신력, 정치적인 부패가 바닥에 깔려 있듯이, 길거리나 지저분한 오두막 집들, 점점 부패해가는 관리들, 무시당하며 사는 사람들로 넘쳐나지않을 수 없다. 문자 그대로 점점 더 볼상사납고, 점점 더 비뚤어져 갈 수 밖에 없구나.


조선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점점 더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러나 더 슬픈 일은 조선의 재건은 가까운 장래엔 전혀 희망이 없 다는 점이다.


르 젠더 장군과 다이 장군이라는 두 쓸모 없는 미국인 장군이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이  많은 월급을 받는데는 그들 자신도 놀라고 있다. 조선은 악당들이라도 해외로 수출하지 않는 한 회복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김윤식 외부대신은 유식하고 친절한 노인이시다. 하지만, 다른 사람 말에 잘 넘어간다. 그의 개인 비서인 육종윤이 그의 코를 꿰어 끌고 다니는 간사스런 자이다. 나는 그 자를 아주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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