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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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님, 고객
kimhail

 

 일년 넘게 매일 점심시간에 와서 맥주 한 병과 라면 한 그릇을 먹고 팁도 후하게 주던 50대 초반의 여자 손님이 최근에 통 오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가 없음이 답답하다. 직원 중 누군가가 무례하게 굴어서 기분이 상했는지, 직장을 옮기게 되었는지, 아니면 우리 음식에 질려 이제는 다른 집에 다니기 시작한 건지, 혹시 어디가 몹시 아프기나 한 것은 아닌지…


 한동안 안보이더니 오랜만에 와서 “직장을 옮겼는데 너희 집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 오늘은 퇴근하고 일부러 왔다”고 하는 정말 고마운 단골이었던 손님도 있다.


 한번 단골이 되었다 해서 그 집에 매일 가야할 의무도 없고 영원히 우리 집에만 오게 할 방법도 없다. 고객은 나와 혈연이나 기타 의리로 맺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작은 일에도 서운해 하고 이웃에 좀더 맛있는 집, 좀더 싼 집이 있으면 가차없이 발길을 돌리는 것이 고객이요,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고객이다.
 오늘은 왜 안 오느냐고 항의 할 수도 없을뿐더러 ‘님아, 나를 버리지 마오!’하며 매달릴 방법도 없다.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을 차별해서 대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단골손님에는 조금 더 신경이 쓰이고 감사하는 마음도 더 큰 건 사실이다.


 단골손님에게는 뭔가 특별한 대접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데 그 특별한 대접이라는 것이 간단치가 않다. 서비스 음식을 더 줄 수도 있지만 한번 서비스 음식을 대접하면 다음에 왔을 때 마음이 참 불편하다. 매일 주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이번엔 안 주면 서운해 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다. 


 해서 서비스 음식이 나갈 때에는 꼭 명분을 만든다. 그냥 “이거 서비스 음식입니다.”하면 다음에 그 손님이 다시 왔을 때 고민스럽다. 서비스가 일회성이며 오늘만 특별한 대접을 하는 것이라는 암시를 줄 필요가 있다.

 “이거 직원들 간식용으로 만든 건데 드셔 보세요” “새로 개발 중인 메뉴인데 맛 좀 보세요” “오늘 오더가 너무 밀려 음식이 늦어지네요. 음료수라도 한잔 드릴까요?”라고 하면 단골손님에 대한 특별한 대접도 되면서 오늘만 가능한 특별한 서비스임을 손님도 인지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단골손님에게 특별한 대접을 할 때 옆자리 손님이 신경 쓰이기도 한다. 손님에 대한 차별 대우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단골손님을 특별히 대접하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사실 반갑게 인사해 주고 일아 봐주는 것만으로도 손님 입장에서는 단골로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필자는 음식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아주 큰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식당을 하면서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로 인한 큰 불편을 느끼고 있으며 결례를 자주 범한다.


 해서 어지간히 자주 오는 손님이 아니고서는 저 손님이 단골인지 아닌지, 얼마나 자주 오는 손님인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단골손님에 대한 대접도 직원들에게 맡겨 버렸다. 음료수를 무료로 드리든 주방에 부탁해 간단한 음식을 대접하든 직원 각자의 재량으로 스스로 판단해서 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은 날씨가 추운데 뜨거운 티 한잔 드릴까요?”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단골손님에 대한 환대나 대접이 자칫 다른 손님들에게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서는 곤란하다. 


 단골손님을 잘 대접하고 확실한 우리집의 팬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단골이었던 손님은 없다. 우연히, 또는 지인 따라 한번 왔다가 뭔가의 매력에 빠져 단골이 된다. 처음 온 손님을 단골로 만들고 그 손님이 또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오게 될 때 우리집은 늘 손님으로 그득한 번창하는 식당이 된다. 


 경험상 혼자 온 손님이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식당에 혼자 밥 먹으러 가기가 좀 어색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바쁜 시간에 혼자 가서 2인 또는 4인 테이블에 앉는 것이 눈치 보여 식사를 서두르게 된다. 


 그런 손님들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반가운 표정을 지어주고 물잔 이라도 자주 자주 챙겨주어 전혀 눈치 볼 것 없는 편안한 집으로 느껴지게 해주면 그 손님이 단골손님이 되는 것은 물론 어느 날 저녁에는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 큰 매상을 올려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같이 왔던 그 일행들은 또 우리집의 새로운 단골손님 후보가 된다. 


 처음 온 손님은 잠재적 단골손님이다. 또한 단골손님도 언젠가는 어떤 이유로든 떠나가게 되어 있다. 떠나가는 단골손님을 아쉬워만 할 일이 아니라 계속해서 새로운 단골손님을 창출하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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