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hail
한국서 LG 근무
1999년 캐나다이민
벤처사업(FillStore.com), 편의점,
현재 반(Vaughan) 지역에서 한국라면 전문점(Mo Ramyun)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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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형께
kimhail

P형께

 

 

P형,

어제 많이 서운하셨지요?

 

어제 다 못 드린 이야기, 그리고 제 생각을 좀더 말씀 드리고 싶어서요.

 

P형께서는 어제 매우 조심스럽게 제게 말씀 하셨지요.  “나도 한국 라면 집을 한번 해 보고 싶은데 도와 줄 수 있겠나?”라고요.

물론 입니다. 도와 드려야지요. 그리고 매우 반가운 말씀 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10여년 전 시작된 일본 라면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그 일본 라면 집들을 한번 다녀 보시기를 권합니다. 

 

 

집집마다 모두 조리법이 다 다릅니다. 육수의 재료가 다르고, 농도가 다릅니다. 라면 위에 올라가는 토핑 재료들도 모두 다르지요. 물론 맛도 다 다릅니다. 어떤 집은 제 입에 너무 짜서 두어 젓가락 먹다가 도저히 못 먹겠어서 그냥 나오기도 했고 또 어떤 집은 육수가 너무 진해 그 느끼함과 돼지 냄새 때문에 욕지기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 중 한집은 제 입맛에 아주 잘 맞더군요.  돼지 고기를 육수로 쓰는 집이 있는가 하면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집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라면 집들이 성업 중 입니다. ‘도대체 저렇게 맛 없는 집에 왜 갈까?’ 라고 생각되는 집에도 늘 손님이 바글바글 합니다. 맛이 있다 없다는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이니 그 집 음식이 제 입맛에 안 맞는다고 맛이 없는 것이 아니고 단지 제가 원하는 맛이 아닐 뿐 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 집 라면에 열광을 합니다.

 

그러면서 그만큼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일본 라면 집들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기들만의 고유한 맛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경쟁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께 파이를 키워 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 음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사람이 우리 집 음식에 환호하지는 않습니다.  더러는 한두 젓가락 먹고 그냥 남기는 손님도 있습니다.  

 

P형이 원한, 우리 집의 조리법을 알려 달라고 하신데 대한 제 거절의 의미를 좀더 깊이 생각 해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P형이 저의 경쟁자가 될까봐, 우리 집의 손님을 빼앗아 갈까 봐 거절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속 좁고 겁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깟 라면 끓이는 레시피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걸 거절하는가 싶으시겠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우리집 셰프나 제가 뭐 장금이의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없는 특별한 조리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집 고유의 맛이기 때문에, Mo’ Ramyun의 맛 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국 라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집들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일본 라면을 누르고 한국 라면의 마니아들이 많아 지기를 바랍니다. 해서 일단 P형이 한국 라면을 하고 싶다 할 때 아주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일본 라면 집들이 각자의 고유한 맛을 가지고 시장을 넓혀 나가듯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저의 시도로 한국 라면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이 된 셈입니다. 그러니 P형은 P형 고유의 한국 라면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겁니다. ‘한국 라면은 이래야 한다’라는 정의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또한 라면을 끓이는 일이라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다 전문가 입니다. 다만 집에서 끓이는 라면에 약간의 창의성만 가미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우리 집 메뉴에 불고기 라면이 있습니다. 라면을 끓이고 고명처럼 불고기를 얹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부터 불고기를 같이 넣으면 불고기 양념이 국물과 면에 베어 들어 훨씬 좋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양이 망가지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따로 만들어 라면 위에 얹습니다. P형은 함께 끓인 불고기 라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릇에 보기 좋게 담는 방법을 연구 하시고요. 제가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조금만 고민하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라면 입니다.

 

모든 일본 라면 집들이 다 같은 맛이었다면 지금 같은 일본 라면의 붐은 오지 않았을 겁니다. 서로 제 살 뜯어먹기를 하면서 가격 경쟁을 하게 되고 자금력 있는 몇 집만 살아 남았을 겁니다.  각각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레시피로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 적정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입맛의 사람들을 각자의 고객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P형이 우리 집의 레시피를 그대로 전수 받아 똑 같은 맛을 낸다 해도 Mo’ Ramyun의 간판을 달지 않는 한 그건 그냥 Mo’ Ramyun의 짝퉁 식당이 될 뿐입니다.

 

그간 P형과의 정리를 생각하면 이렇게 거절하는 제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생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른 부분은 무엇이든 힘 닫는데 까지 도와 드리겠습니다.  P형이 P형만의 색깔을 입힌 한국 라면 전문점을 창업하고 서로 돕고 발전적인 경쟁을 해 나감으로써 같이 저변을 넓히고 시장을 개척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치열하게 직접 부딪혀 능력과 힘을 키우고 발전시켜 나가면 아마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함께 시장을 키워 나가고 이 캐나다 골목 골목에 한국 라면의 그 진한 냄새가 풍겨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좀 흐른 후 P형께서 “그때 김형 얘기가 옳았어요. 덕분에 이렇게 해 냈습니다.”하며 P형의 열정과 땀이 베인 맛난 라면 한 그릇 내어 주시길 기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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