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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소동과 뉴서울 한국농장
kimchiman2017

 

콩 소동? 이렇게 써놓고 보니 좀 그렇다. 토론토 동포사회의 한켠에서 지금 일어나고있는 사건(?)아닌 어떤 사회현상을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어휘력의 부족함을 깨달으면서도 아쉬운대로 ‘소동(?動 Disturbance)’이라 표현한다. 일시적인 현상인 영어의 해프닝(Happening) 과는 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소동은 사람들이 놀라거나 흥분하여 시끄럽게 법석거리고 떠들어 대는 일을 뜻한다. 주로 부정적인 의미 또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쓰인다. 그리고 해프닝은 우연히 일어난 일, 우발적인 사건으로 여러 사람들의 `웃음거리' 가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코로나 사태로 사회 전체가 반쯤은 마비된 상황에서 4월 하순부터 현재까지 벌어지고있는 좋은 의미의 작은 즐거운 소동을 생각해본다. 그 소동은 난데없는 콩 관련 얘기에서 비롯됐다.

 

무슨 콩 얘기? 그 발단은 브랜트포드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면서 농사도 짓는 동포 유제만 사장의 콩장사 얘기이다. 콩농장에서 콩(대두, 메주콩, 콩나물콩, Soybean)을 산지가격으로 대량 구입한 후 토론토 동포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것이다.

 

유사장은 먼저 단톡방에 글을 올려 주문을 받았다. “이게 왠 콩이야!” 예상 외로 호응이 높아 주문량이 꽤 많아져서 그는 유홀트럭(U-Haul Truck)을 임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에 노스욕에 와서 동포들에게 판매했다.

 

충남 공주군 계룡면 출신이며 예비역 육군대위인 유사장은 20년째 편의점을 경영하면서도 농사 짓는 꿈을 버리지 않고 농부를 자처한다. 이번에 중간 도매상, 소매상을 건너뛴채 콩농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준 것이다.

 

유제만 사장 부부는 4년 전에 드디어 꿈의 농장을 구입했다. 브랜트포드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의 그 농장은 25에이커 밭과 38에이커의 숲으로 총면적이 63에이커(75,600평)이다. 1에이커(Acre)는 약 1,200평이니 3만평 밭과 4만5,600평 숲이다.

 

편의점을 하면서 그 넓은 밭을 가꾸기가 벅차서 밭 20에이커는 다른 농부에게 세를 내주고 5에이커(6천평)만을 직접 경작하고 있다. 유기농 마늘을 비롯하여 고추, 깻잎 등 여러종류의 채소를 키운다.

 

유사장의 콩 직거래 아이디어는 작게나마 힛트를 친 듯하다. 여러 동포들이 콩나물을 집에서 길러 먹기위해 콩을 주문했다. 친구들이 도와주어 아예 ‘유제만의 브랜포드 공주농장’ 이름의 오픈카톡방을 개설했다. 100명 가까운 동포들이 그 카톡방에서 잘들 놀고 있다. (open.kakao.com/o/gORnFO7b)

 콩 직매 이벤트는 벌써 2차례 실시됐고 3차도 곧 실시될 것이다. 또 재미있는 건 카톡방에서 콩으로 콩나물을 길러먹는 방법에 대해 얘기도 나누고 또 자신이 모처럼 기른 콩나물들을 자랑하며 사진찍어 올리기도 한다. 오픈채팅방에서는 ‘콩나물 잘기르기 콘테스트’도 실시한다.

 


마늘 밭의 농부! 브랜트포드 공주농장 농장장 유제만 농부

 

코로나로 집콕만 해야 하는데 무료함을 잊게 해준 콩 직매 이벤트이다. 즐거운 작은 소동이 아닐 수 없다. 단톡방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20불 주고 구입한 콩 10kg 한 부대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여보! 콩 물 주었어?” 부부간에 대화를 나누게 한다. 모두가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며 하루 쉬고 그 다음날은 노는 형편들이다. 마땅히 즐길 일도, 할 일도 없어 따분해 하고 있던 터 아닌가?

 

모두들 구입한 콩으로 우선 먼저 콩나물을 기른다. 마켓에서 사다가 먹기만 했던 콩나물을 난생 처음 내 손으로 길러 먹는다는 기쁨을 만끽한다. 콩나물로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콩나물국은 기본! 콩나물밥, 콩나물무침, 콩나물잡채, 콩나물 부침개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또한 밭의 고기로 알려지는 콩이다. 콩밥도 해먹고 콩조림, 콩강정, 콩가루, 콩국수, 콩죽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콩기름도 짜고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및 두부도 만든다.

 

농사일이 취미라는 유제만 농부 부부와 김치맨네가 친밀하게 지낸 지 20년이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치맨은 한때 농장을 경영할 꿈을 꾸기도 했다. 물론 세월이 하수상하여 그저 꿈일뿐이었지만! 훗날 뉴서울에 터를 잡게 되면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고 토종닭 몇 마리와 흑염소도 키우려 한다.

 

그런데 유제만 농부네도 때가 되면 뉴서울로 이주해서 한국농장을 경영하고 싶다고 했다. 농장 진입로 입구에 ‘뉴서울 한국농장’ 큰 간판을 단다. 양옆에 태극기와 캐나다기가 힘차게 펄럭이도록 높이 내건다.

 

그 때쯤이면 한국음식이 캐나다의 여러 타민족들이 선호하는 먹거리로 대두돼 있을 것이다. 뉴서울 한국농장에서는 그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김치 담그는 방법, 된장 간장 담그는법 강좌(유료)를 개설해서 가르쳐준다. 배추와 무우, 그리고 고추가루와 마늘 등 양념도 판매한다. 이리하야! ‘뉴서울 한국농장’이 먹거리 한류 전파의 전진기지가 된다. (2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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