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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맨(Handyman)
kimchiman2017

 

 김치맨은 핸디맨(Handyman/Handyperson)을 자처한다. 핸디맨은 손재주가 좋다. 집안의 어지간한 이런 저런 일들을 전문가, 기술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자기 자신이 해내는 사람이다. 김치맨은 목공 실력도 별로이면서 아마추어 목수라고 자부한다. 


 아마추어 목수는 전문가가 아니다.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작업/공사를 하지 않는다. 그저 취미생활 겸 여가선용으로 톱, 망치와 드라이버 들고 무언가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즐길 뿐이다. 


 김치맨은 나이 스물 넘어설 때까지는 장도리 한 번 손에 쥐어 본적이 없다.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해서 서해안 인천 앞바다를 지키는 말단 소총수가 돼서 해안 경비 초소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할 적까지는 삽질 한번 안 해보았다. 그저 책상머리 서생일 뿐이었다. 


 손재주라곤 전혀 없는 데도 인건비가 비싼 캐나다에 와서 오래 살다보니 어지간한 목수일은 다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내 손으로 못하고 안 하면 다른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그 수고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남달리 재복과 마눌 복이 크게 부족한 처지임으로 30년 전에 맨손 쥐고 비디오가게를 차리면서부터 톱과 망치를 손에 쥐게 됐다. 각목(Lumber)과 합판(Plywood)을 구입해서 잘라 비디오영화 진열대를 내 손으로 만들었다. 그 진열대들은 볼품이 없는 작품들이었지만, 그 선반 위에 영화들을 올려놓으면 아마추어의 서툰 솜씨인 게 조금은 감춰진다. 


 집안과 사업체 등에서 무슨 공사를 하게 될 적에 건축재료 등은 비교적 저렴한데 문제는 인건비다. 궁즉통! 공사는 꼭 해야겠고 비용은 감당이 안 되면 어떡하나? 어설픈 작품이 될지언정 내 손으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당시 목수들이 공사비 견적을 낼 때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어림잡아 재료비의 3배쯤을 인건비로 계산한다고 들었다. 즉 재료비가 1천불이면 인건비는 그 3배인 3천불! 총공사비는 4천불 안팎이 된다는 거다. 


 그 얘기를 들은 지 수십년이 지난 얼마 전에 지붕공사를 하면서 실감했다. 지붕 재료비는 4천여불! 그리고 공사인건비는 최대 5천불쯤 들것으로 추산했다. 인건비는 4명이서 시간당 25불씩! 4-5일이면 끝내는 거로 계산했다. 그런데 공사업체의 견적을 받아보니 첫 견적은 2만불! 너무 터무니가 없어 좀 깎아 달라 했더니 나중에는 1만5천불에 해주겠다고 전화가 왔다. 


 제대로 된 업체라면 재료비는 얼마, 인건비는 몇 명이서 며칠간 해야 함으로 총 공사비는 얼마라고 견적서를 제시했을 터인데! 마치 바가지 씌우려는 듯 전화로 얼마다! 얘기하는가? 


 그런데 혼자서는 내 손으로 시공할 엄두가 안나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마침 토론토에 있는 아들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찾는다며 한동안 쉬게 됐다. 그래서 아들과 상의하니 지붕공사 관련 유투브 동영상들을 보고 나서 자기가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잘 됐다 싶어 재료비를 마련해서 지붕재료들을 주문 배달받아 공사를 시작했다. 드디어 한 달반 만에 완공했다.


 무슨 일이고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큰 맘 먹고 시작하면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이 손에 잡히게 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힘 적게 들이는 요령이 생기게 된다. 그 무거운 재료들은 덱 위에 도르래(Pulley)를 설치해 끌어 올리고 다시 지붕 위로 올렸다. 그 힘든 작업들은 고맙게도 좀 떨어져 있는 동네에 사는 두 명의 좋은 친구들이 일요일마다 와서 거들어주었다. 


 핸디맨 김치맨은 어설픈 작품이긴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여러 종류의 공사를 내 손으로 했다. 비디오 가게 3개 셋업! 편의점 4개 셋업! 그리고 인수받은 2개의 가게는 전면적인 개조공사! 편의점 카운터들도 내 손으로 제작했다. 


 며칠 전에는 핸디맨 솜씨를 발휘해서 야외용 긴의자(Bench)를 만들었다. 금년 초에 농장을 구입해서 농사짓기를 시작한 브랜트포드 친구네에 주기 위해서다. 편의점을 하고 있는 그 친구네는 가게 근처 작은 규모의 빈땅(Vacant Land)을 구입해서 취미로 농사를 짓다가 지난 3월에 63에이커 땅을 구입했다. 밭 25에이커와 임야 37에이커! 50대 초반의 그 부부는 그들의 꿈이었던 농장경영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지금은 밭의 대부분을 빌려주고 한쪽의 작은 면적만 가꾸고 있다. 


 몇 시간 동안 끙끙대며 만든 작품! 지붕공사하고 남은 각목과 합판, 그리고 몇 년째 굴러다니는 오래된 2X6 각목을 이용했다. 볼품은 없고 세월 지나면 썩겠지만 얼마 동안은 농장을 찾아오는 동포들이 앉을 수 있고 또 농장주가 일하다 편히 앉아 쉴 수도 있겠다. 


 방부 처리된 목재를 쓰거나 니스 또는 페인트를 칠하면 오래 쓸 터인데 임시방편이니 아쉬운 대로 쓸모가 있겠다. 아이디어를 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함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돈 적게 들이고 무언가 쓸모있는 작품을 내 손으로 뚝딱거려 만드는 것은 보람있는 일이다.


 뒤뜰이 있는 동포들은 핸디맨으로 변신하는 첫걸음으로 피크닉 테이블(Outdoor Picnic Table)을 손수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목공일은 좋은 취미다. (2017.08.15)

 


  

▲핸디맨 김치맨의 폐품활용 작품 야외용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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