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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우울증(Winter Blues)
kimchiman2017

 

 벽에 걸려있는 달력의 1월달을 넘기니 1년 중 가장 끔직스런 달 2월이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 한설 몰아칠 때…’라는 옛날노래의 가사가 문득 생각난다. 2월의 첫 일요일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기나긴 겨울밤 내내 북풍한설이 몰아쳤고 월요일 아침까지도 계속해서 눈이 내렸다.


 9시에 가게 문 열고서 가게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눈을 계속 내리는 눈을 맞으며 대충 치우고 나서 일기예보를 보니 “…treacherous road conditions and closings as a major winter storm continues…라 한다. 기온은 영하 13도인데 체감온도(Feels like)는 영하 24도! 적설량은 20-30센티! 폭설로 말미암아 출근 길/등교길 도로상태는 최악이 될 거라며 남부온타리오지역의 대부분의 학교들에는 임시휴교조치가 내려졌다.

Snow Day!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 학교에 가더라도 정상적인 수업이나 강의는 없고 그저 뛰어놀기만 해도 되는 날! 


 매년 겨울마다 한두차례씩은 있게 되는 Snow Day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Good News! 반가운 소식이겠다. 그러나 우리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은행구좌 펑크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편의점 가게주인들을 비롯한 영세 소매 서비스 업종 경영주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눈오는 날이 공치는 날! 바로 Snow Day이다.


 캐나다의 겨울은 매우 추우면서 또 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다 하지만 1년의 절반은 겨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의 상징인 첫눈이 10월15일에 내리고 끝눈이 6개월 후인 이듬해 4월15일에 내리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캐나다에서 41번째 겨울을 견디어내고 있는 용감무쌍한 김치맨이가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쓸쓸하고 우울하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어지고 시도 때도 없이 낮잠을 자고 싶고 담배를 몇 달째 끊었다는 핑계로 이것저것 주워 먹는다. 몸무게는 그리 늘지 않았는데도 아랫배는 자꾸 불러온다. 


 “멀쩡하던 내가 왜 이럴까?”하며 ‘우울증 Depression’을 검색해보니 ‘겨울철 우울증 Winter Blues’라는 게 나온다. 이는 ‘계절에 따른 일시적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의 하나이다. Winter Blues는 위에 열거한 김치맨의 증상들을 보여주며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고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도 움츠려 들게 하는 심리상태이다. 이런 상태를 ‘슬럼프(Slump)에 빠져있다.’라고도 한다. 그래서 ‘슬럼프 극복/우울증 극복방안’들을 구글검색해 보아도 별다른 뾰족한 방안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겨울철 우울증인 Winter Blues 현상은 김치맨뿐만이 아니라 겨울이 춥고 긴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그 심각한 정도에 차이가 있다한다. 겨울철 우울증의 증상들(Symptoms of Winter Blues/ Winter depression)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difficulty waking up in the morning) /늦잠을 자주 잔다.(tendency to oversleep)/ 자꾸만 먹어댄다.(tendency to over eat)/ 단 것을 먹게된다-군것질을 하게된다.(craving for carbohydrates) /무기력증(lack of energy)/무슨 일에 집중력이 떨어진다.(difficulty concentrating on or completing tasks)/가족 및 친구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withdrawal from friends, family, and social activities) (출처: en.wikipedia.org/wiki/Seasonal_affective_disorder) 


 그러면 겨울철 우울증의 발병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울증은 여러 이유들에 의해 발생하지만 그 중 하나는 겨울철의 일조량(日照量 Amount of Sunshine)부족 탓이라는 이론이 있다. 즉 연간 하루 평균 일조시간은 5시간 30분쯤이 되며 오뉴월 여름철에는 8-9시간인데 비해 겨울철에는 하루종일 해 구경을 못하는 날도 많고 겨우 1-2시간 반짝했다가 눈이 내리거나 우중충하게 흐린 날이 많다. 


 2월의 토론토지역의 일 평균 일조시간(Average Daily Sunshine Hours)은 4시간쯤에 불과하다. 7월의 9시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과 심리학자들은 처방전에다가 ‘햇볕(Sunshine)을 많이 쪼이세요! 머나먼 남쪽나라로 골프여행 가세요!’라고 써줄 것만 같다.  


 그렇지만 김치맨은 자신의 겨울철 우울증을 날씨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41번째 맞는 겨울을 나고 있는데 여태껏 이렇게 심각한 수준의 겨울철 우울증을 앓아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다르다.

한마디로 사는 재미가 없다. 그랜드강 강변동네의 자기 굴속 깊숙이 웅크리고 앉아 겨울잠(Hibernation)을 늘어지게 자고 있는 김치맨인성 싶다. 꽃피는 봄날이 올 때까지 ‘김치맨은 동면중’이라는 팻말 만들어 가게 문에 붙여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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