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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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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물레방아(Morningstar M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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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목조 방앗간과 하얀 물레방아를 보는 순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옛 친구와 맞닥뜨린 듯 놀라움과 반가움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캐나다에서도 물레방아를 돌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웠다. 


새벽별 물레방아는 원위치에 보존되어 있는 가장 오래된 방앗간의 하나로 ‘데 큐’폭포(Decew Fall)에서 떨어지는 물 힘을 이용한 물레방아다. 1872년 윌슨 모닝스타가 세우고 1932년에 복원되어 지금은 ‘세인트 캐서린’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세인트 캐서린을 비롯하여 나이아가라지역은 이리(Erie) 호수와 온타리오(Ontario) 호수의 단차(약 150m)로 인한 수력 의존 산업이 발달하였다. 나이아가라 수력발전소가 생기기 이전부터 많은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곡물을 가공하는 산업이 주를 이루었던 것이다. 빅토리아데이(5월 21일)부터 10월 중순까지 개관하며 매달 셋째 토요일에는 방아로 곡식을 찧는 시범행사를 갖는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오늘이 바로 방아찧기 일반 공개날이었다. 400파운드의 밀을 2시간 반 정도의 시간 안에 밀가루로 빻아내는 작업을 보여주었다. 쿵~덕 쿵~덕 낱알이 달아나는 방아 찧기가 아니라 맷돌로 갈아 가루를 만드는 제분소였다. 


물레방아는 수량(水量)이 적을 때만 사용하는 보조장치여서 오늘은 수력발전으로 방아를 움직인다고 하였다. 물레방아의 겉모양은 같았지만 고국의 산골마을 정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수력발전 실에 들어서니 8m의 ‘데 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에너지로 변화되어 전기가 들어오고 그 힘을 끌어올려 직경이 1.5m는 됨직한 바위덩이 맷돌을 돌려 밀을 빻고 있었다. 안내인이 작은 들창을 열고 내다보라고 해서 무심히 고개를 내밀다가 흐흑.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바로 폭포 위에 올라서 있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흰 거품을 물고 요동치는 물줄기가 나마저 휩쓸어갈 듯이 포효하며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저 힘. 바위덩이 맷돌을 바람개비처럼 돌려 밀알들을 순식간에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 앞에 온 몸이 오싹하였다. 

 

 맷돌에서 갈아진 밀가루는 네 개의 체질 통을 거치게 되어 있었다. 첫 번 통에서는 굵은 밀기울을 걷어낸 거친 가루를 내놓으며 다음으로 굴러가면서 고운 가루로 체질하는 작업이었다. 보통 빵을 굽는 데는 3번 통이 적당하다고 한다. 매일 아침 빵이 익어가는 구수한 냄새가 자고 있던 가족들의 코를 간질이고 신선하고 맛있는 새아침을 열어주던 일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한 알의 밀알이 빻아지고 체 쳐지는 탈신의 과정을 지켜보니 빵을 얻기 위해 정력을 쏟는 인생의 모든 수고와 노력이 새롭게 되새겨진다. 한 개의 빵을 훔치다 19년간이나 옥중 삶을 살게 되는 장발장이 떠오르고 인간의 존엄성보다 생존의 기본조건이 우선하는 인간사 모든 고역이 빵으로 뭉쳐지면서 잠깐 마음을 어둡게 짓눌렀다.


 농업이 국가의 대본(大本)이던 농경문화시대에 옛 우리 조상들은 씨를 심을 때 셋을 심는다고 하였다. 하나는 하늘을 위해, 하나는 땅을 위해, 나머지 한 알은 인생을 위해서 라고 한다. 하늘이라 함은 공중의 새를, 땅은 벌레를 말함으로 모든 생물이 함께 나누며 공존한다는 삶의 원리를 깨우쳐줌과 동시에 햇빛과 토양과 사람의 수고가 합력하여 식물을 경작하는 깊은 의미가 있다 한다.


삼분의 일의 몫, 한 알의 밀이 썩어야 밀을 생산하고, 빻아져야 밀가루가 되며 빵이 되듯,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더불어 사는 민초들의 삶을 그리게 한다. 


방앗간 가득 새로 빻은 생밀가루향기가 넘실댄다. 윙~윙~기계소리가 천정을 치고 마음을 울린다. 일생에 필요한 건 오직 몇 개의 빵일 뿐일 텐데.. 사람은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참 뜻을 깊이 헤아린다. 오랜만에 구수한 빵 냄새로 몸도 마음도 철철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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