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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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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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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축산협회 달력은 글자의 크기가 사방 5센티는 됨직한 대형 벽걸이 달력이다. 5월을 펼쳐보니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 6일 대체공휴일, 8일 어버이날, 10일 유권자의 날, 12일 부처님 오신 날, 15일 스승의 날,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31일 바다의 날. 무려 11일이 특별한 날이다. 어머니날 대신 어버이날이 이곳 달력과 좀 다르다. 어린아이들의 버릇없음은 부모들의 책임이라는 신문기사가 떠올라 어린이날과 사라진 어머니날 그리고 어버이날에 대해 상념에 잠겼다 


 어버이날은 조상과 부모 어른들에게 대한 감사와 효도와 존경심을 되새기도록 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경로효친의 행사를 해오던 중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어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1973년에 개정 공포되었다 한다. 


어린이날은 3.1운동 이후 소파 방정환선생 등 몇 분이 어린이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1923년 5월1일 색동회가 중심이 되어 어린이날을 공포하고 기념행사를 치름으로써 어린이날이 시작되었다. 1927년부터 5월 첫째 일요일로 날짜를 바꾸어 행사를 치르다가 1939년엔 일제의 억압으로 잠시 중단되었다. 


광복 후 1946년 다시 5월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여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을 선포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70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부터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0년대 전체인구 3,143만 명중 어린이가 890만(28%)명으로 노인인구 170만(5.4%)명보다 5배나 더 많았다. 


그러던 것이 2000년에는 전체인구 4,598만 명 중 어린이는 650만(14%)명, 노인인구는 516만(11%)명에 이르러 어린이 수는 줄고 노인수가 늘어난 것이다. 저 출산 기타 여건으로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되리라고 추정한다.  


어린이날을 창설한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공휴일로 지정된 1970년대만 해도 다산이 보편적이던 풍조에 자녀들은 많고 살기 힘겨운 형편의 가정이 많았다.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관심을 촉구시킬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워즈워스가 읊었듯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가 아니라 ‘어린이는 어른의 왕’이 아닐까 하는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민 초기 해마다 어머니날 즈음엔 야유회를 하였다. 평소에 서로 소통하거나 담소할 기회가 별로 없던 엄마들에겐 그야말로 기분 전환의 최상의 축제자리였다. 그런데 희희낙락하게 시작된 잔치는 뻘겋게 충혈된 눈물범벅으로 끝나는 것이 정해진 코스였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 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하리 요/어머니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합창소리가 차츰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 요/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훌쩍이는 울음소리가 멜로디를 대신한다. .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 요/어머님의 사랑은 거룩하여라/ 트럼펫이 울음소리를 반주하면서 여운을 길게 남기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실컷 눈물을 쏟아낸 엄마들의 표정이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당면한 모든 고통과 어려움, 짓눌려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진 나의 존재감이 가뭄에 생수 마시듯 주욱 죽 자라나는 활력을 실감하였다. 천군만마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무적함대를 뒤에 업은 든든한 자신감이었다. 


이 무렵 한국에서 새로 오는 어린아이들의 특성은 ‘기 살려주기’의 부산물인 듯하였다. 어른 앞에서도 당당한 자기의사 표현은 자립심의 발로지만 안하무인 버릇없다는 말로 질책을 받곤 하였다. 어머니날은 미국 버지니아 주 그래프틴의 학교선생 안나 자 비스가 자기 어머니의 사랑을 감사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1914년 윌슨대통령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제정 공포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의 나라에 어머니날이 있다. 한국에는 5월8일 어버이날로 개정하였고 어린이날은 법정 공휴일인데 반해 어버이날은 기념일이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개정하려는 계획은 올해에도 실행되지 못했다. 일용직 임시직장인의 수입문제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는 보육대란이 이유였다. ‘어머니의 마음’ 노래에 가사 한 구절을 덧붙이게 되지나 않을지.


달력의 5월8일엔 붉은 동그라미를 치고 ‘어버이 날’ ‘큰 소 일반송아지 경매’라 표시되어 있었다. 어미 소의 젖은 눈망울이 망막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버이에 대한 감사와 효도와 존경심은 마음 중심에서 흘러 넘치는 사랑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 사랑 다 갚을 길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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