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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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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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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이어)
 오늘 하루 어찌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식사 후의 나른한 식곤증과 더불어 피곤이 삽시간에 몰려왔다. “이제 고만 자요.” ‘숙’이 하품을 삼키며 말하자 “응 먼저 자요. 난 뭐 좀 볼게 있어서.” 누런 봉투에서 인쇄물들을 여러 장 꺼내서 식탁 위에 펴 놓고 읽을 차비를 하였다. 


 1967년 8월 7일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미국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대머리파크


 아주 쾌청한 날씨였다. 닥터‘황’네 조카까지 일곱 식구가 포개 앉아 피크닉을 떠났다. 뉴욕대학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한다는 조카는 시종 명랑하게 웃으며 얘기해 분위기를 활기 있게 돋우어 주었다. 닥터‘황’네 ‘린 다’도 ‘에 디’처럼 역시 한국말을 못하니까 ‘영’은 한국말을 하는 조카애에게 붙어서 같이 장난치고 웃어대며 시끄럽게 굴고 있었다.


 “하이 ‘태영’ 지금 우리 어디 가는지 알아?” ‘영’이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며 “몰라.” 했다.


 “지금 우리가 ‘에머리파크’에 가는 중이야.”


 “뭐?! 대머리파크? 아 하 하 하. ‘대머리 총각’ 파크에 간대 이 히 히 히.”


 ‘영’이 때그르르 구르는 소리를 하자 그만 차속에는 웃음이 폭발하고 조카애는 허리를 잡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이, 당신 운전이나 잘 해요.” 


 미시스‘황’이 웃느라 여념이 없는 닥터‘황’을 쿡 치며 웃음을 달래는데 난데없이 “여 덜시 통근 길에 대머리~이 초옹가악~” 노랫소리가 귀 따갑게 울렸다. 


 ‘영’이 운전석 등받이를 붙들고 서서 닥터‘황’의 뒷머리에다 대고 냅다 유행가 가락을 뽑고 있었다. “오늘도 만나려 나 기다려~지네” 아하하하. 아하하하.


 어른들의 요란한 웃음소리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린 다’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사람 저 사람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눈물이 날 지경으로 웃던 조카와 닥터‘황’은 그 날 내내 갑자기 아하하하. 아하하하. 그 생각만 나면 웃어대곤 하였다. 


 “아들 하나 잘 두셨습니다. 뭐 걱정 없겠는걸요. 앞으로 여기 애들하고 겨루어도 저 식으로 해 내겠죠.” 미시스‘황’이 말끝에 또 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그러고 나서부터는 ‘영’이 하는 얘긴 그저 모두 웃기는 것뿐이었다. 한참을 웃고 난 어른들은 그 여력으로 조금만 우스워도 주체할 수 없이 웃어대곤 하는 것이었다. 


 “태영이 옛날 얘기 할 줄 아니?” 송아지 송아지를 함께 부르던 조카가 물었다.


 “그럼. 내 할께 들어봐.” 또 무슨 얘기를 할 것인지 모든 귀들은 바짝 곤두섰다. 


 “예 엣 날에, 예 엣 날에 말이야 할아버지하고 할머니가 살았대. 할아버지는 산에 나무하러 가구 할머니는 냇물에서 빨래를 하는데 크 은 복숭아가 두 웅실 두 웅실 떠내려 오더래.”


 앞을 바라보며 가만히 듣고 있던 미시스‘황’이 후딱 뒤를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 겨우 두 살 밖에 안됐는데 저렇게 말을 잘 해요? 라는 듯이. 


 “집에 가지고 가서 칼로 슥 삭 슥 삭 잘랐더니 예쁜 아이가 나오더래. 그래서 ‘복숭아장군’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대.”


 조금도 더듬거리지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데는 아빠도 놀란 모양이었다. “그래서?” 조카가 재촉을 했다. 


 “그래서 나쁜 도깨비들을 잇 샤! 잇 샤! 하고 이렇게 다 죽인 ‘복숭아장군’이 도깨비굴 속에 들어가서 보물을 자 안 득 꺼내서 ‘스테이션 웨 곤’에다 싣고 잉 차, 잉 차하고 왔더니 사람들이 복숭아장군 만세! 만세! 그랬대.”
 

일본 동화 ‘모모다로상(복숭아동자)이야기를 엄마가 한국말로 고쳐서 들려준 것을 기억했다가 말하면서 ‘마차에 싣고 갔다’는 대목을 ‘스테이션 웨 곤’에 싣고 갔다고 둘러대서 또 어른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말았다. 


 ‘에 디’네 스테이션 웨 곤을 타보니 크고 좋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더 크고 좋은 것에 싣고 갔다고 강조하기위해 엉뚱하고 기발한 착상을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아니 저놈이 저런 넉살이 어데서 생겼어? 내가 못본 5개월 동안에 애 다 버렸군 그래.” ‘훈’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엄마를 닮았나 보지요. 굉장히 영리한 데요.” 


 “무슨 말씀에요 단연 아빠를 닮았지.” 어깨를 으쓱하였다.


 시내에서 백 여마일 떨어진 ‘에머리파크’는 깨끗하게 정리된 찻길이 넓고 넓은 공원을 속속들이 돌도록 닦여있고 곳곳에 화장실, 어린이놀이터가 설비되어 있었다. 주위 숲 속엔 피크닉 테이블과 벤치, 바비큐석쇠, 쓰레기통들이 갖춰져 있고 식수 수도가 함석지붕을 이고 서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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