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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숙
문협회원
부동산캐나다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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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변경선 동(東)과 서(西)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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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고만 자고 일어 나.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데 어서 내려가 저녁을 먹어야지.‘

 

정신없이 잤던 것 같다. 밖은 어느새 해가 지고 서늘한 저녁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집 주인 ‘게일’은 바비큐그릴 앞에서 비프스틱을 굽고 있었다. 어른 손바닥 두 개만한 크고 두툼한 고기 덩이에서는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가 나고 기름 타는 냄새가 하얀 연기를 타고 눈이 맵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야외용 식탁위에 테이블보를 씌우고 알록달록한 유리컵이니 접시 등을 펼쳐놓고 ‘낸시’는 소꿉장난을 하듯 부엌을 드나들면서 음식을 날라 오고 있었다.

 

 ‘하이 ’수지‘ 잘 쉬었소?’ ‘게일’이 이마 위의 땀을 손등으로 쓱 문지르며 인사를 했다.

 ‘아니 어디서 잠꾸러기 마누라 온줄 알겠어.’ 남편의 말에 무안하게 웃으며 식탁을 드려다 보았다.

 물에 삶아서 건져낸 것 같은 양쌀 밥 한 그릇이 가운데에 놓여있고, 상치 토마토, 오이 등을 썰어 담은 야채샐러드, 여러 종류의 빵을 담은 바구니, 으깬 감자, 삶은 시금치, 그레이비...등 양념이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 음식들이 상에 가득 놓여 있었다.

 

 ‘엄마!’ 차고 쪽에서 ‘영’이가 후다닥거리고 뛰어왔다. 그 뒤를 ‘제프리’가 긴 나무총을 들고 따라왔다.

 

 ‘아니 이게 뭐야?!’

 

 주스를 얼마나 마셨는지 입 가장자리에는 오렌지색 포도색으로 둥그렇게 수염을 그려놓고 땀을 문질러서 얼룩덜룩한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제프리’를 쳐다보니 같은 꼴이었다. 입을 반쯤 벌리고 큰 눈을 대록거리며 네 어른들을 번갈아 바라보고 서있는 게 우스웠던 지 ‘게일’은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뭘 했니?’

 

 ‘재미있게 놀았어.’ ‘영’의 대답에 이어

 

 ‘자동차에 가서 놀았어.’ ‘제프리’가 대답 하였다.

 ‘으응? 안 돼. 안 돼. 그런데서 놀면 위험해’

 ‘게일’이 짐짓 무서운 얼굴을 하고 한 발작 떼어놓자

 ‘노 오. 노. 대디.!’ ‘제프리’는 털석 ‘낸시’의 무릎에 가 앉아서 엄마 목에 팔을 감는다.

 ‘제프리’가 행복해서 기쁘군요. 새 친구가 좋은 모양이에요.‘

 ‘낸시’는 ‘제프리’와 ‘영’을 데리고 정원용 수도에 가서 얼굴을 깨끗이 씻겨가지고 왔다.

 

 어른들이 겨우 식사를 시작하려는 참인데 ‘헤이 ’태요옹‘ 캄 온! 캄 온! (빨리! 빨리!)’ ‘제프리’는 밥을 먹었는지 말았는지 벌써 포-크를 떨거덕 거리고 놓더니 ‘영’이 보고 빨리 먹고 또 놀자고 재촉이었다.

 

 ‘기다려요 ’제프리‘ 디저트를 줄게’

 

 ‘낸시’는 일어나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두 개의 아이스크림콘을 가져다 막 달아날 차비의 두 꼬마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야 이! 아이스크림!’ ‘영’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어른들은 또 한바탕 웃었다.

 ‘참 명랑한 아이로군요 착하고. 둘이 어떻게 지냈어? 오늘 낮에’

 ‘게일’이 처음 얘기는 모두에게 그리고 나중 얘기는 ‘낸시’에게 물었다.

 ‘호 호 상상할 수 있어요? 한국말로 묻고 영어로 대답하고, 영어로 묻고 한국말로 대답하는 것을.’ ‘낸시’의 말에 모두들 다시 소리 내어 웃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며칠이나 걸리지요?’ ‘게일’이 물었다.

 ‘하루도 안 걸립니다.’ 짓궂은 웃음을 가득 담고 대답한 것은 남편이었다.

 ‘아 그럼 몇 시간이나 걸립니까?’ 되묻는 ‘게일’을 보고 남편은 참고 있던 웃음을 폭발하듯 터뜨렸다. 하하하.

 ‘어제 떠나 왔는데 여기 도착하면 같은 날이 되거든요. 그 쪽이 여기보다 하루가 빠르니까요.’

 

 ‘오 오. 내가 그걸 미쳐 몰랐군.’ ‘게일’은 넓적한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탁 쳤다.

 ‘그뿐 아니라 여긴 이렇게 밤이 되어 가지만 거긴 지금 새 날이 밝아 올 거요.’

 밤과 낮이 뒤바뀐 세계라는 데에 ‘게일’과 ‘낸시’는 신기해서 그만 눈이 뚱그래졌다. 낮과 밤이 다른 세상이 같은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보다도 그런 세상에서 온 ‘숙’이네가 더 신기하다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아 아 그러니까 생각나는군. 왜 내가 그렇게 낮에 졸렸는지를-

 

 밤과 낮이 바뀐다는 사실이 실제로 사람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를 미쳐 깨닫지 못했던 자신도 신기하기 한이 없었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에는 꾸부정하게 초승달이 걸려있고, 고기기름 타는 냄새와 상긋한 잔디 풀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뒤뜰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낮과 밤이 뒤바뀐 하늘에도 별은 다름없이 빛나고 밤은 점점 깊어 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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