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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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뜻대로
jakim

 

 

 며칠 전부터 집안을 청소해야 했다. 우선 아들이 쓰던 지하실 화장실 세면대, 좌변기부터 시작해 바닥과 거울, 샤워장 등을 약을 뿌려가며 열심히 닦았다. 이번에는 여자친구랑 같이 온다니 더욱 정성 들여 닦았다. 아직 며칠이 남았으니 위층도 조금씩 청소를 하고 있는 중에 아폴로를 밖에 내보내 용변을 보게 해야 했다. 


개들은 용변을 보고 발에 뭐가 묻은 것 같으면 열심히 뒷발질을 해 발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려고 한다. 그런데 날은 축축하고 땅은 물러 있으니 발가락 사이에 잔디와 흙을 잔뜩 묻혀 들여오는 일이 잦다. 이날도 밖에서 뒷발질을 하고 들어 왔는데 맨발로 나갔다가 뒷발에 털신을 신은 채로 들어왔다. 방바닥에 흙 자국이 아폴로가 걷는 대로 생기는 거다. 도망가는걸 간신히 붙잡아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깨끗이 청소된 아들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 샤워장에 밀어 넣고 발을 씻기다 아뿔싸 샤워헤드를 건드렸는데 그만 샤워 헤드가 부러졌는지 빠졌는지 벽에 붙어 있어야 할 샤워 헤드가 내 손안에서 얌전히 처분만 바라고 있었다. 이리저리 돌려 살펴봐도 도대체 어찌하는지 알 수가 없어 “아폴로, 네가 말 안 들어 요것 부러졌잖아” 하고는 발판을 가져와 아무리 맞춰보려 해도 도저히 내 실력으로는 될 것 같지가 않다. 물을 틀어보니 직사포로 반대편 벽을 맞춘다. 잘못 맞았다간 꽤 아프겠다.


 사실 그 샤워헤드는 벽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 아폴로를 씻길 때는 물이 갈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 아폴로를 그 물이 떨어지는 구역 안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특히 엉덩이 쪽을 씻기려면 물이 몸에 한번 맞고 흐르는 것으로 씻어줄 뿐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교체하려고 했으니 마침 잘 되었다 싶어, 사람을 불러 긴 호스에 샤워헤드가 달린, 그래서 뽑아 쓸 수 있는 걸로 바꿨다. 이제는 아폴로의 엉덩이에 직접 물줄기를 쏠 수 있겠구나.


 아들이 어릴 때 서양장기를 두다가 한번 다툰 이후로 사이가 조금씩 껄끄러워 졌고, 커 나가면서 나는 그가 하는 일들이 못마땅하니 둘의 사이가 많이 비틀어 졌었다. 불러서 뭐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니 그는 나를 피하고 서로 같은 집에 살았지만 얼굴을 마주치는 일들이 별로 없었다. 설사 마주친다 해도 ‘하이’ 외에는 말도 별로 섞지 않았다.

결국 나가 살다가 들어오며 아폴로를 데리고 들어왔고, 에드먼튼으로 떠나며 바베큐를 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며 서로 암묵적으로 화해를 하였다.


 아들이 나이가 들자, 부모 마음으로 주위의 아는 처자 중에 좋은 사람으로 소개시키려 해도 막무가내여서 또 둘의 사이가 서먹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재작년부터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이야기가 간혹 나에게 들려왔다. 내가 워낙 한인 여성을 고집하자 나에게는 쉬쉬하는지 그냥 지나가는 말로 간혹 귀띔을 해줄 뿐이었다. 내가 마음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며느리는 내 맘에 들어야 할게 아니고 아들 맘에 들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아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아들아, 네가 이번 추수감사절 만찬에 꼭 있으면 더 행복하겠다. 그 동안에 서로 서먹했지만 이제 우리가 다 화해하고 사이 좋은 부자가 되자. 내가 너희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지 너희들이 잘살고 가끔은 같이 여행이나 했으면 좋겠다. 네가 여태껏 해온 일, 그리고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아버지로써 무척 자랑스럽다. 사랑한다, 크리스마스때 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아들에게 바로 문자가 왔다. “아빠가 보내준 문자가 나에게는 너무도 큰 의미가 있어요, 사랑하고 크리스마스때 뵈요.” 물론 문자는 한글이 아닌 영어로 오갔다.


 해밀턴 공항에서 아들과 친구를 픽업한 후 나이아가라로 향했다. 폭포를 구경하고 카지노에 있는 부페에 가서 저녁을 먹는데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나와 아들 친구 둘이 남게 되었다. 나에게 “How is your real estate business?” 하더니 내 답이 끝나자 “Andrew always miss you guys so much, he told me many times” 하였다. 집사람과 있을 때는 “I wondered how come Andrew is so handsome but now I know why,” 하며 집사람의 기분을 맞춰 주더란다. 생긴 대로 논다더니 말도 예쁘게 하는구나. 


 우리가 어찌 자식을 이길 수 있겠나. 내 욕심에는 내 맘에 맞는 사위, 내 맘에 맞는 며느리를 원하지만 실제로 같이 사는 사람은 그들이고, 그들 마음이 서로 맞아야 좋은 가정을 이루는데 여태껏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그들의 짝으로 찾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래 아들아, 이제 너의 뜻대로 하거라. 좋은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집 주차장에 들어서자 “컹”하며 아폴로 짖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아들의 얼굴이 환하게 웃는다, 7개월 만의 만남이니 왜 그렇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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