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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하기
jakim

 

 요즈음 드라마를 보다가 방금 지나간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 다시 보기라는 기능이 있다. 장면을 약간 뒤로 물렸다가 놓으면 같은 장면을 다시 볼 수가 있어 그 장면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1971년도 인가? 세계적인 축구선수 펠레가 속해있던 산토스 팀이 한국에 와서 당시의 한국 축구 대표팀이었던 청룡팀과 친선경기를 한 적이 있다. 중계도중 중요한 장면은 다시 뒤로 돌아가 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는 것이다. 선수의 발을 떠난 공이 천천히 골대를 향해서 날아가고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 또한 천천히 움직이는데 그 신기한 장면이 근 5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키협회에서 버스를 대절해 매년 몽트랑블랑을 다녔다. 한 10여년 전에 돌아올 때 운전사가 바뀐 적이 있다. 우리는 그때까지 몽트랑블랑을 수십 번 다녔지만 몬트리올을 거쳐서 갔고, 돌아올 때는 같은 길을 이용해서 토론토로 왔다. 그런데 그 베레모를 쓴 새로운 운전수가 우리가 모르는 길로 차를 두 시간 정도 달린 끝에 나온 곳이 오타와 였다. 엉뚱한 길로 왔다고 운전사와 크게 언쟁을 했고 그때의 황당했던 사건을 언젠가 글로 남긴 적이 있다.


 그리고 몇년 후에 몽트랑블랑을 여행사를 통해 가게 되었는데 오타와를 통해서 갔고, 그리고 그 길로 돌아왔다. 시간도 몬트리올을 지나서 다니는 것보다 더 걸리는 것도 아니고 오고 가는 경치가 다른 길보다 더 쏠쏠한 거였다. 그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작년에 평통 임원들과 차를 몰고 몬트리올을 거쳐 몽트랑블랑을 갔다가 올 때는 오타와를 거쳐 오는데 주변의 경치도 무척 아름답고 운전하는 재미가 다른 길처럼 고속도로만 달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었다. 아, 그때의 그 베레모 운전사가 결코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가 잘 몰라서 그와 다투었다는 생각이 확 몰려들었다. 


 올 봄에 아폴로와 산책을 할 때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목줄을 풀어줘 자유롭게 걷게 해도 도망가지 않고 신통방통하게 말도 무척 잘 듣는 것이었다. 사람이 멀리서 보이면 다시 목줄을 매는데 가끔은 사람 오는 것을 인지 못할 때가 있다. 아폴로는 사람을 좋아해 그 앞에 가면 좋다고 앞발을 들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찮은데 몇몇 사람은 질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두어 명의 사람이 나에게 꼭 목줄을 하고 다니라고 충고도 해서 알았다고 하면서 우리 개는 결코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변명을 했다.


 며칠 전에 한국에서 한 음식점 주인이 이웃의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이 있었고,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집안에 있던 아기를 물어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 진돗개가 그 집에 살면서 한번도 사람을 물지 않았겠지만 단 한번의 물음에 그 어린 귀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이다. 내가 읽었던 몇 권의 책 중에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 사람들이 어렸을 때 집안에서 키우던 개들에게 물려 얼굴이 기형화된 것이다. 아무리 훈련이 되었다 해도 개는 개인 것이다.


 우리의 예쁜 손녀딸이 올 여름 태어났고 아기가 집에 오면 아폴로가 아기가 보고 싶다고 점프를 하고 난리를 친다. 혹시나 아기에게 해를 끼칠까 봐 극도로 조심을 하는데 저도 보고 싶다는 건지 식탁 위에 아기를 올려놓으면 앞발을 식탁에 대고 끙끙거린다. 아폴로가 하이퍼가 되어 난리를 치니 딸네가 아기를 맡길 일이 있으면 자기 시어머니에게 맡기지 우리 집에는 데려오지 않는다. 집사람은 좀 서운해 하지만 한편으론 편하기도 하고 아기의 안위를 위해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니 섭섭해 하지 말라고 했다.


 아무리 아폴로가 우리 말을 잘 듣는다고 해도 아기가 자기 방어능력도 없는데 혼자 놔두면 절대로 안 된다.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태껏 아폴로가 사람을 물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며 또한 그가 사람을 보면 좋다고 앞발을 들어 미는데 그러다가 그 사람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집 앞을 나서면 꼭 목줄을 매고 나간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베레모 기사께 지금이라도 사죄를 하고 싶고, 또한 그 동안 산책하며 갑자기 아폴로가 달려들어 당황했던 몇몇 분께, 특히 올 여름에 우리 집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다 아폴로가 다가가 좋다고 앞발을 들어대자 파랗게 질렸던 아기엄마에게도 사죄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꼭 목줄을 매고 다니라고 충고한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렇게 다시 생각해 보면서 과거에 내가 잘못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해 봐야겠다. 그리고 아폴로, 이제 너와 나 사이는 더욱더 단단한 줄로 연결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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