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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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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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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면하지 말란다, 비대면 만이 살길이라고. 2020년 9월 초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코로나 확진자수가 두 자리 수로 내려갔다고 좋아했는데, 웬일인가 10월 초 들어 3자리 수로 올라갔단다. 경제가 안 돌아간다고 모임을 몇 명까지는 허락한다. 식당도 간격을 두고 몇 명까지는 괜찮다는 등, 살살 문을 열다가 큰코다치고 있다.

 

 코로나 세상의 단면을 나 나름대로 말한다면, 코로나가 나오면서부터 마스크를 꼭 써야 하니, 제일 먼저 립스틱 바를 일이 없어졌다. 립스틱이 마스크에 묻으니 마스크를 다시 쓸 수가 없다. 그 뿐인가, 귀걸이도 할 수가 없다. 마스크를 귀에 걸었다 벗었다 또 턱스크로 했다가 마스크로 하다 보면 귀걸이가 빠져서 잃어버리기 일쑤다.

 

나이 들었지만 귀걸이를 하고 싶어서 귓불에 구멍을 뚫었는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귀걸이를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뚫었던 귓불 구멍이 막혀버렸다. 예쁜 귀걸이를 여러 개 사 놓았는데.

 

 얼굴에 분칠을 하면 잠깐 쓰는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어 몇 번 더 쓰기가 머뭇거려진다. 얼굴에 화장품 바를 일이 거의 없어졌다. 누가 내 얼굴 본다고, 손톱 매니큐어도 칠해 봤자다. 식품점이나 어디 들어갈 때는 얇은 고무장갑이나 플라스틱 장갑을 끼게 되니까 매니큐어를 칠할 필요가 없어졌다. 거기에 예쁜 반지라도 끼면 장갑이나 찢기는 것도 코로나가 한 일이다.

 

 지난번 머리가 길어 견디지 못하고 4개월 만에 잘랐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예쁜 리본으로 묶는 건데.

 

화장하고 예쁜 옷에 멋쟁이 가방 들고 단장해봐야 갈 데도 없고 오라는 데도 없다. 간다는 곳은 오직 식품점인데, 요즘 같으면 추리닝 한 벌로 어디든지 간다. 마스크에 장갑 끼고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쓰면 누군지 알 수도 없고, 누가 누군지 서로에 대하여 관심도 없다. 사람이 옆에 있는 줄 알면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리게 되고, 한두 발짝씩 물러서며 서로 피하기 바쁘다. 이런 고약한 세상이 되었다.

 

 요는 외모에 신경 쓰지 말고 내면에 신경을, 즉 정신에 신경을 쓰라는 말로 들린다. 가까스로 아는 분을 알아보아도 자동적으로 서로 뒤로 한 두발 물러서게 되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몸에 깊이 배었다. 대면하게 되면 안부 차 간단한 말이라도 하게 되는데 서로 말을 덜해야 하니, 사실은 코로나가 가르친 대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서로 고개만 끄덕끄덕! 끄덕은 “코로나 와중에도 잘 버티셨네요”의 함축된 의미이고, 꼭 해야 할 말은 주먹 쥐고 엄지와 새끼지만 올려 귀 옆에 대고 전화, 카톡? 오케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많을까 하노라’ 했는데, 항상 말이 문제 아닌가? 말 말 말. 정말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이다. 이렇게 살면 사회생활이 조용하고 편하니, 어쩌면 코로나가 똑바로 가르치는 것이다.

 

 왜? 말을 하지 말라고 이러나? 동물 중에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소통기관이 언어인데, 이토록 좋은 말을 하지 말라니. 비말? 보통 때 우리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말할 때 햇볕 있는 쪽으로 가서 보면, 입에서 작은 침 방울이 튀거나 날아올라 흩어지는 침 거품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비말인데 비말이 문제다. 나에게 혹은 상대방이 코로나19에 감염 되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이 비말이기 때문이다. 누구 자주 만나지 말고 만나더라도 말 좀 아끼고, 적어도 매 두 시간마다 손을 깨끗이 닦고, 식후에 양치질은 물론 수시로 양치질을 해야만 마스크에서도 냄새가 훨씬 덜 난다.

 

 청결! 수건이나 옷도 자주 세탁해야 하고, 설거지나 청소도 자주 깨끗하게 해야 한다. 예전처럼 슬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코로나가 나오기 전부터 진작에 그렇게 살았어야 했다.

 

 식품점에 가서 주간지, 일간지 등을 모조리 집어 와서 시간 땜으로 인쇄물을 넘기다 보면 손이 시커멓게 된다. 그 손으로는 아무것도 만질 수가 없어 비누 묻혀 수세미로 빡빡 닦아야 한다. 요즘은 일회용 플라스틱 장갑을 끼고 페이퍼타월을 물 적셔서 옆에 놓고 만지면서 지면을 넘기니 그 또한 나만의 아이디어일까?

 

 세상은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으로 완전히 바뀌어져 간다. 그것도 급속히. 막을 길이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놈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미리 막던가, 우리 몸을 침범해도 단번에 제거해 버리는 백신개발에 각 나라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2020년 10월 현재 아직 확실한 백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백신은 분명 나올 것이고, 백신이 나와도 세상은 예전처럼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이라고 ‘집콕!’ 만 해서야 되겠나? 시간은 흘러가는데 무엇인가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꿈꾸고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신나고 다행한 일은 나에게 잠재해 있던 또 하나의 꿈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그토록 집요하게 갖고 있었던 원대한 꿈이었는데 왜? 잊고 있었는지? 이제 그 세상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