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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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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모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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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토의 서쪽 미시사가, 한인교회로서는 교인숫자도 제일 많고, 교회 건물도 제일 크다는 큰빛교회 지붕이 저쪽에 보인다. 큰빛교회 입구의 맞은편 쪽으로 머지않은 곳에 초라한 듯 납작한 몰, 그 곳의 한 유닛에 와 있다. 전에는 이 몰이 후리마켓으로 틀이 안 잡히고 어수선했었다는 데, 얼마 전 리노베이션을 해서 깨끗해졌지만 빈 유닛도 더러 있고, 주중이라서 그런지 한가했다.


인도계 여성들의 옷 가게도 많고, 인도 액세서리 파는 곳도 한집 걸러 한집인 듯 자주 보였다. 핸드폰에 관련된 가게도 한집 걸러 한집일 정도. 인도 여자들의 액세서리 문화는 귀걸이, 목걸이, 반지, 팔찌, 발걸이 등 호화롭다. 흑인들이 하는 가게와 흑인들도 많이 보인다. 


 인도 친구 자스비얼이 한 달에 한번 봉사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와 보았다. 8개월 전부터 시작했다는 이 프로그램, 그 주변의 좀 경제적으로 도네이션 할만한 사람들은 도네이션 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도네이션 들어온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받아가게 하는 곳에 자스비얼은 봉사하러 온 것이다. 


 소규모인데 정부에 등록을 한 자선 단체란다, 정부로부터 도움 받는 것은 없고, 매주 화요일에 문을 열며 인도인뿐만 아니라 캐네디언이면 누구나 도네이션을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을 하면 아름아름 소문을 타고 찾아온다며, 오늘 화요일은 자스비얼과 봉사하는 사람 두 세 명이 일하고, 다음 주 화요일은 다른 친구가 와서 하는 등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봉사 한단다. 참 좋은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딱 맘에 든다. 그래서 자스비얼을 좋아하는 이유다. 


 토론토의 한인봉사회에서도 연말이면 ‘사랑의 양식 나누기’와 1년에 두세 번 정도 라면과 떡국떡, 된장과 고추장 등을 나누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스비얼 친구들이 나를 반갑다며 허그를 한다. 향수를 뿌리고 갔어도 감출 수 없는 김치 냄새 나는 동양 여자를! 그들의 품이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친구들은 오늘 당번이 아니라도 시간 나면 한 번씩 들려서 물건이 얼마나 있나? 확인도 하고 뭐라도 갖다 놓고 간단다. 자스비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네이션이 많이 들어와야 한단다. 나누어줄 물건이 없으면 되겠나. 이따금씩 누군지 무언가 한 보따리씩 들고 와서 놓고 간다. 도네이션으로 들어온 식료품들이다. 인도 쌀(2kg, 3kg 정도 등과 다른 쌀들), 스파게티, 마카로니 국수, 식용유 종류, 밀가루, 설탕, 소금, 과자류, 시리얼, 피넛 버터, 캔에 들어 있는 콩 종류, 물비누, 자벡스, 생활 필수품 등과 의류 등도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식료품들을 필요한대로 달라하면 자기 주소와 이름 등을 적고 가져간다.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왔는데 운동화도 나이키 신형 새것으로 신고, 잠바도 그 비싼 캐나다 구스를 입었는데 빈손으로 왔다. 나는 속으로 쟤는 또 뭐야? 나는 인도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눈치만 슬쩍 보는데, 자스비얼이 한참을 얘기 하더니 작은 쌀 한 포를 꺼내 준다. 새 신발에 새 잠바를 입었어도 쌀이 없었는가 보다, 뭐가 잘 안 맞는다. 


 인도 사람들도 빈부의 차가 심해서 부자는 무지무지하게 부자이고, 어려운 사람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한 인도 남자 70 세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뭐라 뭐라 한다. 자스비얼은 쾌히 승낙하고 필요한 것을 집으라고 한다. 그는 피넛 버터, 식용유, 스파게티, 과자, 쌀, 콩이든 캔을 갖다 놓는다. 나는 속으로 셈을 해보니 한 25불 정도가 될 것 같다. 


 자스비얼은 집에서 올 때, 큰 가방에 준비한 시리얼들과 집에서 썼던 플라스틱 봉지도 모아서 갖다 놓는다. 맞다, 손으로 여러 가지를 들고 갈 수는 없고, 물건을 담아 주어야 하기 때문이므로, 어떤 사람은 아예 튼튼한 주머니를 가지고 온다. 


 “나도 인도에서 살 때에 배고프고 가난하게 살았어. 지금은 많이 먹어서 살이 너무 많이 쪘어” 살을 빼야 한다는 자스비얼. 가슴보다 더 나온 배를 쓰윽 쓱 문지르며 양 볼이 터지게 웃는다. 나를 포함한 말이다. 눈빛을 아래로 고개를 옆으로 살랑 살랑 흔드는 모습을 보니, 이건 아닌데 배가 터지게 먹는다는 건 배고픈 사람들에게 죄악이잖아, 자신을 반성하는 듯 보이는 것은 내 생각일까. 


 20kg짜리 설탕 한 부대가 들어왔는데, 만져 보니 속에 있는 설탕이 굳어서 딱딱하다. 이 일을 도와주어야겠기에 캔으로 톡톡 쳐보아도 잘 깨지지가 않는다. 설탕 부대 종이가 찢어지면 난리 날 판이니, 팔을 걷어 부치고 설탕 부대를 살살 뜯고, 작은 스텐 삽으로 뭉쳐진 설탕을 깨뜨리며, 지퍼 백 20여 개에 옮겨 담는 일을 했더니 그것도 일이라고 오른쪽 어깨가 뻑적지근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디 가서 쌀을 구해 가지고 밥을 해 먹겠나, 정부에서 주는 돈 가지고 모자라나 보다. 이런 곳에서라도 쌀을 줘야지, 그렇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목마른 자에게 물 한 모금이라도 주어서 마시게 해야 한다. 살아있음으로… 


 작은 규모지만, 매주 한 번씩 문을 여는 인도사람들의 이 작은 자선단체가 곳곳에 있다니 부러웠다. 그로서리 쇼핑할 돈이 없다, 돈이 없다? 그 얼마나 절망이며 절박한 일인가? 고통이며 아픔이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삶에 그 어떤 비전이라도 가질 수가 있겠나,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음을 내가 겪어봐서 안다. 그것도 외국 땅에서.


 이런 자선하는 일이야 말로 구원의 희망이 아니겠나, 희망을 주는 일, 말로만 마음으로만 자선을 해야 한다는 건 위선 일뿐이다. 안다면 실천이 관건이고 그런 길을 만들고 실천해 가는 자가 선구자 아닌가. 


 슈퍼마켓에 가면 한쪽에 후드뱅크 통이 있다. 음식물을 어려운 사람에게 도네이션 하는 통이다. 스파게티 국수를 한 박스라도 사서 푹 넣고 와야 하는데, 생각하고 망설이고 뒤돌아선 일이 그 몇 번이었나. 배터지게 먹으면서도 배고픈 자를 외면하는 나는 위선자다. 위선자에게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 오늘 당장 실천할 것이다.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세 번만 하면 몸에 밴다. 몸의 세포 세포에 배어서 안하고는 못 배길 테니까.


 부자나 가난한자나 한끼 한끼 해결하다 어느 날 만행(卍行)도 없이 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기정사실. 물 한 모금이라도 베풀다 가야지. 하늘을 산책하는 저 구름처럼, 은하를 흐르는 저 별처럼 흐르고 싶다.


 토론토에는 인도 방송국이 여러 곳 있단다. 한국 방송국은 ALL TV 한 곳이고, 다른 한국 TV 방송은 조금 시간을 짧게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자스비얼은 인도 방송국의 톡 쇼에도 나가고, 간단한 음식 만드는 것도 가르친다. 유튜브에도 많이 올려있는 것을 보았다. 나보고 방송에도 함께 나가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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