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댓잎 다시 보니

꼿꼿한 그 모습 
여니 때는 창창해 힘이 넘치고
죽어도 그 자세 흐트러지지 않아 
우러러 보기도 하였는데

바람 
그 놈의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아
먼저 누울 듯이 쓰러지던 갈대 

바람 앞에 무너지는 그 지조
조소를 금치 못하였는데
모르는 사이
어느덧 제 자리에 다시 서 있다니

쓰러지는 모습만 보았지
일어서는 그 모습 보지 못하였는데
부러지지도 않고 
태연하게 자세를 가다듬고 있으니

그대 
일어서는 모습 눈여겨 본 일 있는가

지는 듯 이기는 것이 
이기는 듯 지는 것보다
갈댓잎 다시 보니 지표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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