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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다시 찾아온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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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회원)

 

 문득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여행에서 돌아온 듯 정신이 들고 보니 남편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보 정신이 들어?”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의 말소리도 들렸다. 남편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당신 보내고 내가 어찌 살까“싶었어라고 말하면서 눈에 글썽이는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정신이 들면서 나는 내 몸을 맘대로 가눌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제 걸을 수도 없고 힘을 쓸 수도 없고 내 마음대로 무엇을 할 수도 없겠구나 싶어지니 마음이 무너져 내리면서 두려움이 밀려왔다.

 

 남편은 내가 쓰러진 후에 나흘 만에 깨어났다고 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긴 열차에 몸을 싣고 끝없이 어디선가 달려온 듯하다. 어린 시절을 지나 뇌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녹색 들판을 뛰놀며 평화롭게 자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몸을 움직일 수조차도 없다.

 

 순간 어찌 살아가나 싶어 정신이 들면서부터 아이들 생각이 먼저 났다. 어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났다. 온갖 생각이 들면서 아아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해주신 분이 분명히 계시는구나 확신에 찬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감사한 마음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남겨두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홀로 기와집을 수도 없이 짓고 부수고 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굳혔다.

 

 재활 훈련에 관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물었다. 바로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재활 훈련을 열심히 받았더니 내 몸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퇴원해서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좋다는 것은 다 해보고 싶었다. 조금씩 걷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서울에 가서 치료를 받아보라고 누가 말해주어서 한국으로 갔다. 한의 양의를 찾아다녔고 흑토방도 가보고 수영도 해보고 그럭저럭 일 년이 지나 차츰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걷다가 중심을 잃고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통증이 심해 잠을 이룰 수 없었고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고향에 있는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니 고관절이 끊어져서 위험하니 종합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수술한 후 회복되려면 일 년쯤 병원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통증이 심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몹쓸 생각도 했다. 그럴수록 젊은 시절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를 달래느라 애를 썼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 못 나고 죄 많은 나를 하나님은 모른 채 아니 하시고 지극하신 사랑으로 돌봐주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성인장애인공동체란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 그 즈음이었다. 내 육신 하나 의지할 곳조차 없어서 돛단배에 몸을 실은 나그네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사돈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알고 보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단체였다.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아픔을 알고 의지하는 것 같았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도 더 없이 감사했다. 장애를 입은 사람들과 봉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기대며 지낼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나날이 깨닫게 되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거듭남으로 인해 미지의 사람들과 만나서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의지하니 행복하고 그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나는 오늘도 공동체에 가는 요일을 손꼽아 헤아려 본다. 그곳은 희망과 사랑과 소망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 말하고 싶다.

 

 바람이 있다면, 빨리 나도 회복되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는 봉사자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또한 재활 훈련을 통해 차츰 내 몸을 회복시켜 주시는 주님 은혜에 한없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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