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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옛날 명동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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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은 대한만국 제일의 성당인 만큼 위풍이 당당하다. 캐나다에서 한국을 방문해 명동성당 앞에 서있다는 것 하나만이라도 자부심이 생긴다. 명동성당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명동성당이 내 속에 안겨있는 느낌이 들어 지구를 통째로 들고 있는 것보다 더 감격스러웠다. 

 

 

 


 옥에 티, 그 큰 성당에 성가대 인원이 10~15명 정도 밖에 안돼 너무 초라했다. 매주 수도 없이 들어오는 성도들로 인해 시간에 쫓기다 형식에만 그친 것 같다. 다른 땐 몰라도 적어도 내가 미사 볼 때는 그랬다. 


 성격상 분위기가 어색하면 쭈뼛대던 수줍음도 오늘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없어졌다. 많은 인파를 밀치고 앞에서 셋째 줄에 기세등등하게 다가가 앉았다. 복도에는 미사 절차 규칙이 적혀있다. 


 ‘미사 시작 10분 전까지는 성당에 도착하여 마음을 차분히 정돈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고 휴대전화는 꺼 놓읍시다.’


 ‘주님을 만나러 오는 날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을 하며 운동복이나 슬리퍼 착용은 삼갑니다.’


 ‘미사시간에는 조용하고 정중한 자세를 하며, 특히 하느님의 말씀이 봉독되는 독서, 복음, 강론 때는 주보나 안내책자를 보는 행동을 삼가고 경청을 합니다.’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시간입니다. 헌금은 미리 정성으로 준비해 놓읍시다.’


 ‘주님을 모시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미사 1시간 전에 음식을 먹지 않는 공복재를 지키며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합시다.’


 ‘어린이와 함께 미사를 드릴 경우에는 장난감 등으로 주위 분들이 분심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주보는 함부로 버리지 말고 집에 가져가거나 다른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깨끗이 반납합시다.’


 묵주기도가 은혜롭게 가슴을 파고든다.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아버지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내려주소서….


 미사를 마치고 많이 변해버린 옛 명동 거리를 거니니 희비(喜悲)가 갈리며 옛 추억들이 주마등 같이 떠오른다. 


 총각시절 세종호텔에서 밤새 ‘빠징고’를 하다 한 달 월급을 하룻밤에 다 날리고 어머니한테 핀잔을 듣고 차비 타던 일, 제일은행 본점 자동 전화교환대 보수할 때의 아가씨와 밀어(만나고 싶은데 만나주지를 않는다. 치사한 방법을 썼다. 그녀가 담당하는 전화코드를 슬쩍 분류시켰다. 부장실로 끌려간 그녀는 입이 대발만큼 나와 기계실로 들어왔다. 나라는 게 의심은 가지만 심증만 있지 물적 증거가 없다. 뾰로통해 앉아있는 그녀에게 표정으로 말을 했다. ‘만나줄거요? 또 부장한태 혼날거요? 그녀는 다소곳이 머리를 숙였다 승리의 쾌감은 야릇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6개월 만에 끝났다. 이유는 생략).


 무엇보다도 잊지 못할 잔인한 추억은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새 흥청거리다 새벽에 갈증이 나서 해장국집을 찾다가 목격한 대연각호텔 화재사건이다. 화염이 치솟는 속에 매트리스 하나 안고 20층 높이에서 바닥에 퍽퍽 떨어져 선열이 낭자한 끔직한 참사는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유난히 배우 꿈을 꾸던 죽마지우 얘기다. 키는 작지만 신성일 못지않게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동안의 멋쟁이 친구였다. 탤런트 모집 때 친구는 결국 몽상을 버리지 못하고 응모를 했다. 12명 모집하는 데서 1600여 명이 왔고, 예선 50명이 합격했다. 그러나 완고한 집안이었다. 합격통지서를 가지고 집안에 내놓았지만 대가족 속에서도 그를 지원해주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한결같이 딴따라 광대놀이라며 반대만 했다. 양잿물이라도 마시고 죽어버린다고 떼를 쓸만도 한데, 그 친구는 그런 용기조차 없었다. 


 을지로 입구 쪽으로 오면 그 유명한 ‘유토피아’가 나온다. 대한민국 인기 배우, 가수들의 그 시절 ‘아지트’였다. 그때 그곳에서 부르던 유명한 노래들을 뽑아본다.


그 옛날의 명동길 (백승태)


 그 옛날 명동 길을 내가 왔는데 왜 모두 변했는가. 내 마음 달래주던 포장마차도 정을 주던 그때 그 여인도 불빛 따라 그 추억 찾으려고 헤매었건만 날 두고 좋은 장소 모습 바꾼 그 옛날 명동~길 

 

진고개 신사 (최희준)


 미련 없이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 여인의 얼굴을 별마다 새겨보는 별마다 새겨보는 아~진고개 신사  

 

 진고개에 해가 기울고 어스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어디에 있다가들 모여드는지 문화동아리들이 어미 새가 있는 둥지를 찾아드는 새끼들처럼 ‘진고개’로 찾아든다. 볼 것도 없는 누추한 선술집, 왜 그리 미련을 두었던지, 무에 그리 좋다고 꾸역꾸역 찾아드는지 긴 나무탁자에 사기 그릇 대폿잔, 깨진 유리창, 안주라야 빈대떡과 마른 명태 그리고 김치뿐.


 철철 넘치는 막걸리를 마시고, 아름다운 시를 쓰고, 그 시에 곡을 붙여 노래 부르던 그 질박한 선술집, 박인환 시인도 그때 거기서 죽어갔다. 점점 물들어가는 하얀 머리, 움푹 패인 주름이 오늘따라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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