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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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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여행기

 

 비행기 여행은 호기심 속에 짜릿하고 즐겁지만, 스릴과 공포의 쌍곡선을 이루기도 한다. “혹시 고장이 나면 어쩌나. 태풍이 불고 구름이 덮쳐오면 어쩌지” 이런 요망스런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비행기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일수록 그 불안함이 더 심한 것 같다.


 다행히 이번 멕시코(Acapulco) 여행은 날씨가 순조로워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피어슨공황을 이륙한 비행기(Sunwing)는 멕시코를 향해 여유롭게 유영하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창공은 하늘이 바다 같기도 하고, 바다가 하늘 같기도 하여, 위 아래가 구분 안가는 변화무쌍한 황홀의 극치다.


 험준한 산림, 깎아지른 절벽, 병풍을 친 듯한 섬세함은 고대 문명국의 발전상을 전설적으로 대변하는 것 같고, 장엄하게 뻗은 준령의 눈구름은 빙하의 신비로움을 유감없이 펼쳐 놓아, 대자연의 심오한 철학에 사로잡혀 어딘가 비현실적 세계에서 나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바둑판처럼 늘어진 자그마한 소도시의 전경은 선사시대에 만든 조형물 같기고, 철사줄처럼 이어선 산등성마다 작은길로 연결된 것이 마치 동맥경화를 앓는 인체의 한 부분 같기도 했다.


 이런 장관에 매료되어 문득 Saddle The Wind 노래가 귓가를 친다. 


 Its my dream to see the world and fly like a bird on the wind/ to be free from the cares of the world/ And never go home again/ saddle the wind Id like to saddle the wind/ and ride to wherever you are/ And youll smile and cry and welcome me…


Lou Christie가 부른 노래인데, 후에 하남석이 편곡하고 우리말 가사를 붙여 불렀다.


하늘을 나는 새들, 푸른 저 하늘 위에서/꿈 따라 바람 따라 날아서 희망을 찾아가네/바람 따라 떠나리. 저 먼 곳에, 고향 떠난 철새처럼/그리워 못 잊어 떠나면/사랑하는 내 임 날 반기리. 바람 따라 떠나리. 저 먼 곳에, 고향 떠난 철새처럼/그리워 못 잊어 떠나면, 사랑하는 내 님 날반기리…(바람에 실려)


 4시간동안 차창밖을 보며 흥얼거리다 문득 나를 의식할 때 비행기는 이미 Acapulco 시가지 상공을 한바퀴 선회하고 있었다. 하강하는 비행기 사이로 드문드문 떠서 흐르는 구름은 마치 입체영화 속에 들어있는 착각이 들었다.  거대한 몸체가 땅에 내려앉을 때 여기저기서 가쁜 숨과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리는 안도의 박수였다. 요즘 잦은 비행기 사고에서 자신들은 해방되었다는 그런 기분이 아닐는지. 이착륙할 때마다 공포와 불안이 크껴지며 조종사가 늘 고맙고 존경스럽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일주일간 머물 피서지로 향했다. 인어들이 길게 장신구를 늘어놓은 듯 여기저기서 꿈틀대며 눈길을 유혹한다. 피하는 것은 촌스럽고 구식이다. 당당하게 훔쳐보는 것도 신상에 해롭지 않다… 저녁 파티는 듣던대로 광란이었다. 댓길라(멕시코 명물 술)의 위력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코리아의 후한 팁 인심에 멕시칸들을 녹였다고나 할까? 먹기가 무섭게 대령하여 안 취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주지육림에서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르게 흥을 한껏 높였다.


 드디어 무도회의 핵심인 댄싱이 시작되자 각국의 특유한 춤을 한껏 자랑한다. ‘산타루치아’ ‘오솔레미오’ ‘돌아오라 쏘렌토로’ 등이 흘러나오자 춤꾼들은 엉덩이를 흔들며 춤솜씨를 뽐냈다. 여기에 질세라 멕시칸의 정열적인 ‘베싸메 뮤쵸’ ‘칸샤쓰 칸샤쓰’가 흘러나오며, 장내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옛날 명곡들을 부르니 젊은날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코리아의 작은고추들이 질 수 있는가? 비록 우리 음악은 없지만 춤만큼은 지르박, 탱고, 왈츠, 차차차… 나오는대로 반주에 맞춰 돌아갔고 용기와 투지만큼은 그들을 능가했다. 두둑한 배짱은 좌중의 인기를 사로잡았다.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이던 사람들도 막무가내로 추는 우리의 익살스런 연기에 매료돼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그런 향락은 일주일 내내 이어져 코리아의 명성을 떨쳤으니 외교관이 따로 있는가? 


 ‘호사다마’는 어디고 따라다니는 법. 여성들이 호텔 근처 매점에서 수영복을 고르고 있을 때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주인의 뒷머리를 치는 바람에 피가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경찰과 앰뷸런스가 들이닥치고 혼비백산한 여성들은 호텔로 뛰어들어오며 숨을 몰아쉬고 몸서리를 친다. 개인행동 하지 말라고 그토록 말했는데… 


 철썩! 바다가 울었다. 보내는 아쉬움이 서러웠나! 밤새 울었다. 그럴 때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물살은 거대한 갈치가 수면 위로 뛰어 올랐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별은 다시 만나자는 약속, ‘코리아 차차차 빠이빠이’ 하는 손길에 석별의 정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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