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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chojungdae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괴로움이 가면 기쁨이 온다는 걸
그래도 생각해볼까.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G, K.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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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한창 좋은 나이였던 학창시절에 시가 품은 깊은 뜻도 모르면서 철없이 애송했던 시 한 편이 지금 이 나이가 되니 진정 내 속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은 생활환경이 갈수록 좋아지고 발달된 의료혜택 덕분에 자연스럽게 수명이 길어져 소위 말하는 <고령자 장수시대>에 접어 들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아침신문을 받아 들면 1면 톱기사를 보기 바쁘게 ‘부고 광고’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이민 1세들이 모시고 온 부모님들의 부음이었는데 근간에 와서는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의 부음소식을 신문에서 접할 때마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나 싶어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된다.


은퇴하면 여행이나 다니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이 전부였던 옛날과는 달리 ‘백세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은퇴했다고 더 이상 손놓고 무작정 놀면서 보내겠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앞으로 살아갈 노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의 삶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흔들림 없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나 여가활동으로 즐거움도 누리고, 건강도 돌보는 은퇴생활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은퇴 전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을 위한 꿈을 키워 나가는 일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인생의 고비마다 겪어온 적응의 문제가 언제나 힘들었지만 노년기를 맞아 경험하게 되는 삶의 변화 또한 실로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아야 할 것들은 과감하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가장 소중하게 모시고 돌보고 챙기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인생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고 돌보는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살다 보면 행복이나 불행은 알아서 교대로 찾아온다는 이 이치를 깨달을 나이가 되면, 마음도 절로 가벼워지기 마련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별히 나이를 따지는 습관이 있지만 인생에서 은퇴라는 말은 본래 없다. 자기가 평소에 하고 싶어 하던 일이나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두 번째 인생에 걸고 열심한 사람에게는 결코 은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은 호기심을 잃는 순간부터 늙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생각이 젊어지면 인생도 절로 젊어진다”는 말이 있다.


재작년 96세로 타계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타계 직전까지 강연과 집필을 계속했는데 페루의 민족사를 읽고 있는 그에게 아직도 공부를 하시냐고 묻는 젊은이에게 답한 유명한 말이 있다.


“정말 사람은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과 열정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는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새로운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일에 무슨 나이가 상관인가. 젊은 마음으로 인생을 건전하게 즐기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노년의 멋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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