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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의 신비-뉴질랜드 기행 (3)
chojungdae

 

 

칠흑같이 어두운 
석회암 긴 동굴 속에서
마오리족 처녀 뱃사공이 젓는 
쪽배를 타고 
암흑의 강 카론을 건넌다.

 

억만 년 세월을 두고
숨을 고르며 떨어지는 
석순을 키워오는 물방울 소리와
노에 부딪치는 가는 물소리 뿐
굴속은 정적 가득 어둠이다.

 

마치, 그믐 밤 한밤중
하늘에 떠있는 은하수를 
배를 타고 건너는 기분이다.
별빛들을 조심스럽게 흔들면서 
노를 저어 건너는 신비다.

 

너무 어둡고 
너무 고요해 숨이 다 막힌다.
천상에서 꾸는 꿈도
이토록 몽롱한 경이로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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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 나라 뉴질랜드의 아침은 싱그럽다. 남극에 가까운 곳이니 자외선이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는 가이드의 주의사항에 귀를 기울이며 길을 나선다. 


오클랜드에서 국도 1번을 타고 해밀톤에 도착 후, 다시 국도 3번을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뉴질랜드의 북섬 중북부에 있는 석회암 동굴인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Waitomo Caves)을 만나게 된다. 


운전석이 영국같이 우측에 있는 자동차를 타고 오랜 시간을 달려 왔는데도 끝없이 펼쳐진 초원으로 이어진 들판에 나와 일하는 사람은 한 사람 본적이 없고, 오고 가는 차량도 겨우 두어 대 보았을 정도로 한가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 참으로 이색적이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영국 여왕도 다녀갔다는 이곳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은 ‘물이 흐르는 동굴’이라는 원주민 마오리어의 뜻을 가진 뉴질랜드 북섬 와이카도 지방에 있는 관광 명소다.


2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바다 속에 잠겨 있었는데, 지각 변동에 의하여 땅위로 솟아올라 지금의 석회암 동굴 형태를 갖추었다 보니 당시 해양 동물들의 잔재들이 화석화된 모습들을 동굴 속 종류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이 동굴 안에서는 어떠한 조명도 없다, 물론 촬영도 금지되어 있는데 다만 가이드에게 임시로 지급되는 조그마한 손전등의 안내로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안을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면서 구경하고, 동굴 속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여 6명씩 타는 조그마한 쪽배를 타게 되면 손전등 불까지 끄게 된다.


그 이유는 이 동굴의 천정에 붙어 살면서 어두운 그믐 밤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은하수와 같은 신비의 빛을 발산하는 개똥벌레의 일종인 ‘글로우웜(GlowWorm)'이라는 벌레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 벌레는 동굴의 천정에 붙어살면서 약 20cm 정도의 가는 끈끈이 실처럼 생긴 것을 늘어뜨리고 그 안에 알을 낳는데, 이 알이 애벌레로 변하는 단계일 때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마오리족 처녀 뱃사공이 젓는 쪽배를 타고 가면서 동굴의 천정을 올려다보니 마치 은하수 위를 배를 타고 건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평생 처음 경험해 보는 황홀하고 신비로운 특이한 광경에 모두들 넋을 잃고 탄성을 질러댔다.


캄캄한 우주의 지붕 저 깊숙한 곳에 수정 구슬을 꿰어 천정에 늘어트려놓은 듯한 불빛과 환상의 날갯짓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우주 쇼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배는 1 시간 정도 동안 천상의 신비를 아주 천천히 구경시켜주고 우리를 조용히 강 밖으로 토해냈다.


이 동굴은 1887년 영국의 탐험가가 이 동굴 안에 오랜 세월동안 대대로 살아온 마오리족의 한 추장의 안내로 발견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당시 그 추장의 후손들이 동굴의 운영권을 갖고 관리하고 있었다. 현 정부와 원주민간의 관계가 대단히 우호적이라는 생각에 보기가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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