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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과 무인도(無人島)
chojungdae

 

 

 
능금나무 흰 꽃 지천으로 피어
생의 저편까지도 보일 듯 환한 꽃 언덕에
마음의 무인도 하나 내려 놓고
그 가운데 집을 짓는다.

 

나의 무인도는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꿈속에서 키워 온
이름 모를 들꽃들이 모여 사는 곳.

 

팥 알보다 더 작은 꽃망울
몇 개는 남겨두고
성급하게 먼저 핀 꽃잎들이
시나브로 떨어지며 창문을 스친다.

 

세월보다 앞서
꽃잎 지는 그 깊은 뜻을 누가 알랴.
언젠가는 내게도 띄워 보내야 할
마지막 꽃잎 편지 하나 있음을 예감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자기만  아는 숨겨둔 무인도 하나씩은 간직하고 산다.


항시 마음을 다 채워주지 못하는 막연한 그리움의 갈증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속마음이다 보니, 자연히 심신이 피곤할 때면 잠시 마음을 내려 놓고 머물 쉼터가 간절히 필요하기 마련이다.


사방이 죽은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영혼을 불러와 옆자리에 앉혀놓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일 보다 더 귀한 시간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미세하게 가물거리는 마음의 흔들림 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깊은 명상의 시간들은 진정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놓은 ‘마음의 무인도’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에 따라 살아가야하는 삶이 역겨울 때면 가끔씩 큰 마음 먹고 자연의 품속으로 떠날 필요가 있다.


자연의 흐름을 눈여겨보면서 그 속에 마음을 풀어 놓아버리면 자연은 언제나 기꺼이 나서서 우리를 품어 안고 각자에게 필요한 마음의 무인도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능금나무 흰 꽃 지천으로 핀 생의 저편도 환히 보일 듯한 꽃 언덕 무인도에 속마음 내려놓고, 자는 듯 명상의 꼬리를 따라 우주를 유회하는 그 재미를 그 누가 알랴!


조금만 더 천천히, 조금만 더 느리게 살아가는 마음의 여유를 키우면서, 작고 보잘것 없지만 진실로 기쁨이 되는 소중한 것들을 건져 올리는 마음의 텃밭이 되는 무인도, 마음의 섬 하나씩을 잘 가꾸면서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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