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한인문인협회 2021 신춘문예-수필 부문 입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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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심

 

공감

 

 우리 가족은 가능한 함께 모여 식사 시간을 갖는다. 그 중 저녁 식사 시간은 참 길다. 한식 저녁 상차림에도, 치맥으로 하는 간단 저녁 식사 시간에도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대화의 주제는 당일에 있었던 각자의 흥미로운 상황, 화제성 뉴스, SNS에서의 새로운 소식 등.

 

나와 남편이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도 하면서 서로 각자의 의견이나, 경험담 등을 나눈다. 열띤 토론으로 넘어갈 때에는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려 손을 들기도 하고, 누군가 이야기 중간에 치고 나오면 다하지 못한 말들에 속상해 하기도 해서, 내가 사회 보듯이 말할 차례를 지정해 주기도 한다.

 

가족 구성원에는 경험담 이야기 꾼 남편, 사회 보는 나, 부드러운 중재자 둘째 아들과 똑순이 막내 딸 그리고 작년에 분가한 지식왕 큰 아들, 조용히 합리적 의견을 내는 새애기가 합류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남편과 내가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사회경험을 하면서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남편과 나는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지만,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많이 쌓여서인지 주장이 강해지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늘어나 아이들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다양성이 강조되는 이곳 캐나다 생활에서 아이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감동하기도 하며 젊은 세대의 사고와 우리 세대의 생각을 교류한다.

 

대화가 항상 좋게 마무리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의견이 강하게 대립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세대간의 의견차이 일 수 있고, 또는 주제에서 벗어나 말하는 표현방식이 서로 다르고 서툴러 거기에 감정을 싣다 보니 그 말투가 마음에 남아 섭섭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하며 다음날까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회복되는 과정에서는 다른 입장을 한번 더 되짚어 보고 서로 실수한 부분을 돌아보기도 하며, 또 다시 다름을 깨닫는다.

 

지난 주, 다운타운에 분가해서 살고 있는 큰아들 내외가 저녁식사를 책임지겠다고 한국에서 직송된 신선한 회를 사서 달려왔다.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함께 기분 좋게 식사를 하면서, 화제는 단연 코로나 상황과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백신 소식 이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3월부터 팬데믹 상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큰아들이 경험한 회사의 인종차별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로 흘러갔다.

 

큰아들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유명한 요식업 그룹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COOK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일을 잘하고 인정을 받아 아시안이 거의 없는 음식점에서 이 어려운 팬데믹 시기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지만, 몸으로 겪는 불합리한 것이 보여 그런 부문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소연 하듯이 말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일을 원해도 근무 시간이 제한적으로 주어지는 레스토랑의 주방 상황과 달리, 백인 위주인 관리자들은 정규직에 따른 혜택을 그대로 받는 것을 차별로 느끼고 답답함을 쏟아 내었다.

 

아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활동을 하면서 속상한 마음을 풀어 놓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과 나에게는 아들의 아픔이 곱하기 몇 배의 아린 마음으로 스며들어 왔다. 그리고 조언과 충고라고 생각하는 요즘 유행어 ‘라때는. ’ 이 시작되어 우리가 사회생활 하던 시절의 어려웠던 상황, 회사가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눈높이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다는 등 반복하여 둘이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었다.

 

이런 저런 뼈아픈 조언은 부모 몫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이렇게 잘 살아 왔다는 듯 자부심을 아들에게 자랑하듯이. 큰 아들의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말을 꺼냈다. ‘그냥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해결방법을 여쭙는 게 아니고 다 아는데 답답한 심정을 풀어내는 것이니 내 편이 되어주세요’.

 

아차! 싶으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남편과 내 입장을 또 나열하고 있었고, 이어서 둘째와 막내도 그냥 들어 달라고 옆에서 큰아들의 마음을 공감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날 저녁에는 부모에게 힘든 이야기를 하고 조언 없이 그냥 공감해 달라는 아이들 요청에 내 심정이 요동을 쳤다. 대화한다고 내 마음을 쏟아낸 것이 아들에게는 아픈 마음 위에 모래를 덮은 것처럼 더 답답한 시간으로 내가 이끌었다는 것을, 차분히 생각하며 알게 되고, 그 시간에 품어주지 못함이 마음에 생채기처럼 남았다.

 

같은 감정을 느끼려고 하기 보다 옳고 그름과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리 속이 바쁘기만 해서 눈빛, 심장으로라도 ‘네 편이야’ 하고 따뜻이 다독이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공감이란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그 사람의 기분을 같이 느끼는 것이라는데, 큰아들에게 나는 무엇이든지 나서서 해주려 하고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해주고 싶은 내 마음만 앞세웠다. 아이들 스스로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아갈 자기만의 길을, 굽은 길로 가지 말고, 신작로라고 내가 닦아 놓은 좋은 길을 밟으라고 끌어 당기고 있었다. 내가 지나온 길과 아이들이 겪은 길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결코 같은 길 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

 

내 스스로에게 나는 비교적 스펀지 같이 여유와 공백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 공백을 내어주지 못하고 가르쳐 주려고만 했던 엄마였음이 마음을 누른다. 이 되돌아 본 내 마음이 또 단단해 지고 반복되지 않도록 저녁식사 시간에 아이들과 연습해야겠다.

 

새삼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임을 되새기며 지금 느끼는 이 마음이 더 쑥스러워지기 전에 큰 아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문자를 보내야겠다. 영원한 네 편은 우리가족이라고!

 

<입상 소감>

 지인으로부터 좋은 노후를 위해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시작하였다. 내가 글을 잘 쓴다면 시어머님의 삶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막상 마음을 풀어 글로 옮김이, 세상에 나를 낱낱이 꺼내 놓는 느낌이다. 가족들의 일상을 주제로 글감을 선정함에 든든한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더불어 짧고 부족한 내 글을 심사하시고 입선시켜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인사 드린다.

 

*약력

2011년 12월 캐나다 이민,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졸업, 카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의료정보팀 22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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