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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단상
bh2000

 
막걸리 단상  
 

 

 

-야가 왜 이리 늦다냐 
채근하시는 아버지 안달에
발 벗은 어머니 담장 너머로
깨금발하는 어스름 저녁

 

밭일 마친 저녁상 위로 뭇국 식어가고
어머니 동구밖 어귀에 눈 달고 계시는데
열살 계집  주전자에 목 축이며 재 넘어 오는 길 
걸음이 비틀거릴 때마다 사발 목 길어진다

 

붉은 담쟁이 넝쿨
담을 넘는 11월 이즈음
주막집은 5리쯤 떨어진 사거리 골목길에 있다
-누구 아부지는 단골잉께 한 사발 더 간다
주모의 싸구려 립스틱이 주전자의 몸을 핥았다

 

계집의 벌건 이마를 바람이 스쳐 지나고
굴뚝에는 저녁 연기가 피어 올랐다
그때 무슨 노래를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주전자의 홀쭉한 뱃살을 눈치 챈 당신이
말없이 막걸리잔을 채운다
지구 반대편에서 
불현듯 아버지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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