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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꽃의 유년
bh2000

 
수국꽃의 유년  
 

 

 

비 내리는 칠월의 저녁
마당에 핀 수국을 바라보다
흰 고봉밥 한 그릇을  생각한다

 

둘러앉은 저녁상 너머 숟가락 부딪히던 날들
투덜대던 밥상 위로 피어나는 저 수국꽃
고슬고슬 갓 퍼온 밥처럼 
한바탕 여름을 피워내고 있다

 

앙앙, 흰밥 달라 보채던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열 살 계집의 유년
물기어린 그 기억으로
이방의 화단에 꽃을 피우려
수국 핀 그 길을 얼마나 서성거렸나

 

질긴 가난의 흔적은   
유년의 흉터를 다림질 못해
가족들 저녁상에 왁자한 하얀 웃음꽃 
꽃물 들지 못하는 밥상 위로
통증이 옆구리를 쑤셔댄다

 

수국이 다녀간 자리마다
세월에도 마멸되지 않은 
유년의 하얀 기억이  
오늘은 비에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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