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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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으로 듣는 소월의 시’
Hwanghyunsoo

 

이젠 성가대의 찬송가도 그립다. 팬데믹 이전에는 그래도 가끔씩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비대면 시대를 살다 보니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이 얼마나 황송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느끼게 되었고, 성가대가 매주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는데 당연한 듯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도 후회가 된다.

또 다른 그리움은 성가대의 화음이다. 우리가 듣는 노래는 대개 단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합창은 여러 음이 합쳐진 것이다. 여성의 청아한 소리에 남성의 굵고 무거운 음성이 조심스레 겹치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한 음씩 한 음씩 화음을 넣어 각자 자기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와 맞추다 보면 어느덧 하나의 선율이 된다.

하지만 막상 찬송가를 화음으로 불러보면 옆 사람과 음 높이와 소리 크기를 맞추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화음은 한번 제대로 맞추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고 그만큼 울림도 크고 강하다.

 팬데믹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예술계와 공연계도 참 어려운 시절이다.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의 특성상 언제쯤 공연이 가능할지조차 가름하기 어렵다. 일부 공연이 온라인을 통해 ‘랜선’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예술 표현을 하기에는 무리다.

팬데믹이 가을 경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연 특성상 출연진 구성과 연습, 대관 등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했던 ‘거리 두기’에 익숙해져 온 관객을 모이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예술인들의 무대를 기대하는 대중들은 아직도 많다. 관객들은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며 위안받고 싶고, 예술가들 또한 멋진 공연을 해서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고 싶어 한다.

이곳 토론토에도 팬데믹으로 인한 치유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선뜻 공연을 하겠다고 나설 수 없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기에 ‘모래 위에 지은 집’이 될 지라도 이런 공연을 상상해 본다.

앞에 미리 자락을 깔았지만, 이제는 관객 모으기가 흉년에 조 이삭 줍기보다 어렵게 됐다. 그래서 팬데믹이 끝날 즈음 필요한 공연은 무엇이고, 다 함께 치유하는 음악회가 없을까 궁리하다가 시인 ‘김소월’을 끄집어내 보았다.

 음악회의 제목은 <치유 음악회, ‘화음으로 듣는 소월의 시’>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지만 대관이 가능하면 한인밀집지역인 노스욕에 있는 ‘메리디안 아트센터(MERIDIAN ARTS CENTRE)’로 잡고 싶다. 날짜는 올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중이고 출연진은 어린이 합창단 1팀, 성인 합창단 2팀, 중창단 2팀, 그룹사운드 1팀, 성악가 2명, 대중가수 2명, 기악 1팀, 사회 1명 등이다.

 주최는 토론토한인회와 토론토영사관, 미디어 후원에 부동산캐나다, 한국일보, 중앙일보,시사한겨레 등이다. 협찬을 해서 전 객석 모두 무료로 초대하고 싶다.

레퍼토리는 모두 소월의 작품으로 구성하지만 노래는 모두 화음으로 편곡하여 불었으면 싶다. 힐링 콘서트의 의미에 맞게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여 여러 사람의 음률과 호흡을 하나로 맞춘다. 팬데믹이 그동안 우리에게 가르쳐준 큰 교훈이 양보와 존중이지 싶은데, 화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왜 ‘소월’인가? 시와 노랫말은 서로 닮았다. 언어를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 시이고, 노래 가사도 최대한 간결해야만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좋다. 노래는 적당한 길이와 박자를 지켜야 하고 멜로디를 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를 노래로 만들면 제격이다.

 특히 김소월의 시는 이해하기 쉽다. 대개의 시들은 무슨 뜻인지를 몰라 ‘군더더기’가 필요하지만, 소월의 시는 지나간 삶에서 느낀 것을 풀어 논 듯하다.

노래가 된 김소월의 시를 살펴보면 정미조가 부른 <개여울>,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로 시작되는 동요가 있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로 시작되는 유주용이 부른 <부모>도 있다. 송골매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인순이의 <실버들>, 장은숙의 <못 잊어>, 김수희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모두 김소월의 시다. 마야가 부른 <진달래꽃>은 김소월의 첫 시집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알리는 노래로 자리 잡는다.

소월 시를 대중가요로 처음 만든 사람은 작곡가 손석우다. 1958년 박재란이 부른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먼 후일〉, 〈혼〉, 〈가시나무〉, 〈산 위에〉, 〈옛이야기〉, 〈못 잊어〉, 〈임의 노래〉, 〈가는 길〉 등 9편의 곡을 썼다. 소월 시로 가장 작곡을 많이 한 사람은 서영은으로 〈부모〉, 〈바다〉, 〈잊었던 맘〉, 〈꿈〉, 〈어버이〉, 〈팔베개〉외 39편을 만들었다. 조영남과 정은숙이 부른 가곡 <초혼>과 <제비>도 소월의 시다.

위의 노래들은 이번 치유 음악회의 주요 곡이다. 출연자들은 소월의 노래 중에 팀 별로 두 곡씩 골라 중복을 피해야 한다.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면 그 뒤로 소월의 시가 자막으로 흐르고, 관련 영상이 스크린을 비춘다. 음악회 사이사이에 소월의 삶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노래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해야 한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 오고/ 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개여울>은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평소 소월 시를 좋아하던 이희목이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개여울〉에 곡을 붙여 동네 노래자랑에 참가하여 1등을 차지한다. 그는 평안북도 운산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해 작곡가가 된다. 그 후, 이희목은 이 곡을 서울 중앙방송국(KBS) 전속 가수였던 김정희에게 부르게 한다. 하지만, 음반까지 낸 이 곡은 그리 알려지지 못하고 점차 잊힌다. <개여울>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이희목은 5년 후인 1972년에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정미조에게 이 곡을 리메이크시키는데 비로소 빅 히트를 한다.”

방금 생각났는데, <개여울>은 전 MBC 관현악단 홍원표 단장에게 색소폰 연주로 해달라고 졸라 봐야겠다. 오프닝은 좀 무게 있게 어린이 합창단의 <애국가>로 시작하고, 마지막 엔딩은 다 함께 <부모>를 부르면 좋겠다. 그나저나, 도대체 팬데믹은 언제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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