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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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좀 벌고, 행복도 하고
Hwanghyunsoo

 

 1960년대 말, 고국의 가요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미국에서 온 한대수의 텔레비전 출연이다. 긴 머리에 하모니카를 목에 걸고 통기타를 치는 모습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많은 포크싱어들이 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노래하는 한대수의 모습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던 미국의 모던 포크를 원단 그대로 보여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꾀죄죄한 몰골은 물론이고 기껏해야 외국 팝송을 번역해 부르며 폼을 잡던 기존의 포크 가수들과는 달랐다. 한국 포크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 셈이다.

 

 그때부터 많은 창작 포크가 만들어지는데,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부른 <아침 이슬>, 이장희의 <그건 너>, 김세환의 <사랑하는 마음> 같은 대 히트곡이 그때의 작품들이다.

 

 물론 이미자, 남진, 나훈아, 문주란, 하춘화 등의 트로트 가수들이 있었지만, 가요 정화 운동과 왜색이라는 이유 등으로 오랫동안 누려왔던 인기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한대수의 출연이 한국 가요가 트로트에서 포크로 움직이는 계기가 된 셈인데, 이것이 한대수가 포크 가요의 대부로 대접받는 이유다.

 

 1968년에 <행복의 나라로>라는 노래가 나온다. 양희은이 불러서 널리 알려진 이 노래는 원래 한대수의 노래다. 한대수는 가래 그윽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불렀고 많은 젊은이들이 감동을 느낀다.

 

 1968년은 세계적으로 자연주의 사상과 환경운동 히피즘이 본격화하던 시절이다. 히피즘의 핵심은 서로 사랑하며 인간답게, 서로 존중하며 거룩하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아무튼 한국 최초의 히피, 장발에 맨발로 통기타를 둘러멘 한대수의 모습은 당시 군사정권 하에서 방송활동이 험난할 것이라는 예감을 할 수 있었다.

 

 1975년 ‘대마초 사건’으로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한대수는 잠시 코리아헤럴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뉴욕으로 간다. 대다수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군사독재 시절, 그는 ‘행복의 나라’를 원하며 노래했다. 그 뒤 사람들은 그를 잊었지만 그의 노래 <행복의 나라로>는 기억 속에 자리한다.

 


1969년 한국 대중음악계에 강렬한 충격을 안긴 한대수의 드라마센터 공연.

 

 장막을 거둬라/ 나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더 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을 한번 또 느껴 보자/

 가벼운 풀밭으로 나를 걷게 해주세/

 봄과 새들의 소리 듣고 싶소/

 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줘/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테야.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라고 해놓고 혼자 뉴욕으로 가버린 한대수. 당시에 히피 문화를 동경했던 많은 이들에게 그는 ‘전설’이었다. 노래방이 없었던 당시에도 <행복의 나라로>를 한번쯤 안 불러본 사람은 없을 게다.

 

 그는 1990대 초 미국에서 돌아와 매스컴에 다시 등장한다. 몽골계 러시안과 결혼하였다. 두 번째 부인인 그 여인은 ‘몽골의 공주’라 한다. 왠지 그답다. 그의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고, 텔레비전의 음악프로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대수의 귀향은 그리 쉽지 않았다. 세월은 빠르게 변하였고 서태지와 같은 10대들이 새로운 음악 장르로 방송을 장악하기 시작한 때다. 그렇게 강산이 두번 변할 세월을 보낸 후,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와 딸을 데리고 2016년에 다시 뉴욕으로 돌아간다. 

 

 

 1980년대에 이후 많은 연예인들이 한대수가 간 행복의 나라(?)로 뒤를 따랐다. 이장희, 조영남, 윤여정, 양희은, 선우용녀, 이지연, 김세윤, 이정희, 원미경, 김성희 등이 미국으로 갔고, 그중 몇몇은 정착을 못하고 다시 돌아온다. 최근에는 오연수, 손지창, 신애라, 장윤정, 한석규가 여러 이유로 그곳에 머물고 있다. 한대수의 노래가 왠지 그들을 부추겼을 것이라는 상상이 떠나지 않는다.

 

 토론토에 이민 온 우리도 ‘돈도 좀 벌고, 행복도 하고’ 하는 그런 기대를 하며 행복의 나라(?)를 찾아왔지만, 돈과 행복을 다 얻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을 차츰 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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