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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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그리워진 것 아니야?”
Hwanghyunsoo

 

중국 우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되고 나서, 우한이 옛 형주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주는 삼국지의 관우가 치열하게 지키다 최후를 맞은 곳이다. 삼국지는 어렸을 때 읽은 소설이지만 중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은 처음 지루한 시대 배경을 지나 동탁과 여포의 활극이 시작되면서 점차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흠뻑 빠지게 된다. 다양한 전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시대 배경, 개성 있는 인물, 마케팅까지 두루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는 비슷한 중국 고전인 수호지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두 소설 모두 장편이고 등장 인물이 너무 많아 며칠 쉬고 난 뒤에 보면 앞에 읽었던 부분이 생각 안나 다시 읽곤 했다.


수호지는 중국 송나라 말을 배경으로 108명의 인물들이 양산박이라는 호숫가의 산채를 근거로, 조정의 부패를 통탄하고 관료의 비행에 반항하여 민중의 갈채를 받는 이야기다. 


중국 송나라 인종 때, 나라에 전염병이 돌자 전염병 퇴치를 위해 산중에서 수도 중인 도사의 기도를 부탁하러 갔던 신하가 도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복마지전의 문을 열게 된다.


주변의 만류에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부하는 그 안에 있던 비석을 들추게 된다. 그러자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마왕 108명이 뛰쳐나왔는데 그들이 환생해 양산박의 108명 호걸이 된다.

 


 

 


어렸을 때 읽었던 수호지는 고우영의 만화로 다시 보면서 줄거리나 인물들이 재 해석된다. 고우영은 자유롭게 상상력을 동원해 마치 장난치듯 만화를 그려 어려운 고전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1973년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작품은 파격적인 변화였다. 당시 1컷이나 4컷으로 이루어졌던 신문 만화의 틀에서 벗어나 신문 지면의 반절 이상을 차지하는 극화 형태의 새로운 만화였다. 맛깔스럽고 세련된 그림에 작가 특유의 해학과 입담이 잘 어우러져 남녀 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1973년 판은 군인들이나 정치인들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묘사해 심의에 걸려 강제로 연재가 중지된다. 또한 등장하는 여러 개성적인 성격의 인물들을 그 성격을 잘 드러내서 캐릭터화했으며, 디자인 만이 아니라 대사도 개인마다 특색이 있었다.


예를 들어 왕영은 영어 쓰기를 좋아하고, 가랑이 부분에 가지 넣어둔 것처럼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든가, 주인공 송강을 유비나 유방과 같은 얼굴로 그렸다가, 2000년 판에서는 박정희를 모티브로 그리기도 한다. 


극중에 술에 취해 반역을 담은 시를 적는 송강을 선글라스와 군복 차림의 박정희로 묘사해 뭔가 메세지를 녹여 넣기도 했다. 덕분에 일부 박정희 지지자들이 “박정희와 5.16 군사정변을 술 먹고 깽 판 치는 것으로 풍자했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우영은 교묘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정치와 사회를 비판했는데 각 대학별 ‘고우영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2000년 미국 대선을 언급하는 장면에서는 반역의 시를 쓰다가 걸린 송강이 붙들리자 살아 남기 위해 미친 척을 하며 “코 큰놈들아! 부씨가 이기던 고씨가 이기던 그게 그거다”는 장면은 국제 뉴스의 가십이 될 정도였다. 부씨는 조지 부시(Bush) 후보를 고씨는 앨 고어(Gore) 후보를 말한다.


여성의 수위 높은 나체 모습과 인육을 먹거나, 어린 아이를 도끼로 잔인하게 빠게는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 보는 이에 따라서 상당히 충격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 새로운 발상과 튀는 언어를 추구하는 고우영 식 풍자였다. 중국 랴오닝 성번시에서 태어난 작가는 67세의 나이인 2005년, 대장암이 폐로 전이돼 치료를 받던 중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중국 우암 <코로나19>은 삼국지, 수호지의 내용과 맞물려 여러 상상이 겹친다. 형주(우한)를 지키다 죽음을 맞이한 관우. 전염병 퇴치를 위해 찾아가 복마지전의 비석을 잘못 건드려서 깨어난 ‘108 마왕’. 수호지를 그리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우영. 고전 속의 비위생적 문화와 풍습. 그리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신천지>보도 등이 만화 같은 하나의 스토리텔링 안에 있는 듯하다. 


우리는 그저 바이러스 없는 따뜻한 봄이 어서 빨리 오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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