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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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나십니까, 머리가 아프십니까?”
Hwanghyunsoo

 

 

“엄마, 나 요새 유치원 다시 다녀…” 하며 딸에게서 ‘푸념의 문자’가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꼼짝 못하고 집에 있다 보니 아이들 보느라 우울증까지 올 것 같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는 두 손녀는 다섯 살, 두 살. 큰 손녀는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코로나19>기사가 언론에 나오기 시작한 후부터 보내지 않았으니, 벌써 한달 반 넘게 엄마와 씨름하고 있다. 둘째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유아 문화센터를 다녔는데, 하루 종일 엄마 뒤만 쫓아다닌다고 한다.


 아이들은 방안에만 있는데도, 미열도 나고 기침도 하고 두드러기도 난다. 지난달만 같아도 벌써 둘러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텐데, 바이러스 땜에 가지도 못한다. 이 조그만 ‘아가씨’ 둘이서 먹기는 얼마나 먹는지, 숟가락 놓으면서 배고프다고 한다. 하여튼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답답하기만 한데, 막상 옆에 붙어 있었으면 아내가 딸 집에 가서 식모살이 겸 아이들 도우미까지 자처했을 터인데, 그 꼴 보는 내 마음은 또 어떻겠나?


딸은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코로나19> 박사이다. 이런저런 가십부터 질병 예방, 치료약이 언제쯤 개발될 것인지에 대한 것도 훤하다. 하지만 난, 이제까지 살면서도 약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다. 그저 내가 아는 약은 훼스탈, 정로환, 아스피린 정도이다. 그나마도 내가 직접 약을 사 본 적이 거의 없다.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광고시장을 말할 때 약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1974년 10대 광고주 중 제약회사가 넷이나 있는데 동아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한독약품이다. 이 네 회사가 지금 현대, 삼성, 엘지, 선경 등의 광고주 위치에 있었다.


한독약품의 훼스탈은 대한민국 대표 소화제다. 훼스탈의 역사는 1958년 당시 독일 훽스트(현재의 사노피 아벤티스)사의 제품으로 수입되어 처음 국내에 판매된 것이 시초다. 훼스탈이 국민 소화제로 자리잡는 데는 광고의 영향이 컸다. 특히 1960년대 '훼스탈이 있으니 마음 놓고 잡수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훼스탈이 소화제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에는 돼지의 췌장 효소로 만든 훼스탈을 연간 공급하기 위해서는 '돼지 100만 마리가 필요합니다'라는 재미있는 광고도 기억이 난다.

 

 

 

 

정로환은 1960년대부터 국민의 배탈 설사 치료약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정로환을 가정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약이 필요했지만 그 제조법이 까다로워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 다이코 신약에서 수입해 팔다가 1972년부터 직접 제조해 우리 약이 됐다. 


정로환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때인 1905년 일본에서 러시아로 파병하는 병사의 설사병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만주에 파병된 일본 병사들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하나 둘 죽어 나갔는데 이를 보다 못한 일본 정부는 그 원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 결과 만주의 나쁜 수질 곧 물갈이로 인해 설사병이 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수천 가지의 약을 만들게 된다. 그 가운데 다이코 신약에서 만든 약이 가장 뛰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정로환이었다. 


이 약을 먹은 병사들이 설사병을 이겨내고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해서 정복할 정(征), 로서아 로(露), 둥글환(丸)이라는 한자를 써서 정로환(征露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전쟁의 이미지가 안 좋아서 정복할 정(征)자를 바를 정(正)으로 바꿔 정로환(正露丸)으로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아스피린은 집집마다 있던 상비약이다. 어릴 때 열이 있거나 두통이 있으면 늘 아스피린을 먹었는데 빠르고 신기하게 효과가 있었다. 먹고 몇 시간 지나면 열과 통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마나 신통한지 ‘만병 통치약’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969년 달 착륙 우주선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우주 여행에 가져가면서 아스피린의 인기는 더욱 치솟는다. 아스피린은 19세기 말 독일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위해 만든 약이다. 그 뒤 아스피린은 진화를 거듭했고, 그 덕에 수많은 사람이 만성 통증으로부터 벗어났다. 


현대에 들어서 아스피린은 뇌졸중이나 심근 경색을 예방하는 약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혈관 속을 떠다니는 일종의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과학계에 의해 규명되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는 ‘장수를 부르는 약’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삼국지의 관우가 지켰던 중국 형주(우한) 땅에서 처음 드러난 <코로나19>는 유례없이 높은 전파력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손을 자주 씻거나 마스크를 착용만 해도 예방할 수 있고 치사율도 독감 정도라 하니 그리 겁먹을 일만은 아니다. 빨리 치료약이 나와 손주들이 바깥 세상을 마음 놓고 다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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