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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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는 나를 위한 것
Hwanghyunsoo

 

몇 년 전, 한국의 친구가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마침 저희 부부도 그동안 가게를 하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해서 미국과 캐나다를 한달 간 함께 여행했습니다.


첫 여행지는 토론토에서 미국 중부 미시간주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와 시카고를 차로 12일간의 일정으로 여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 안에서 10시간씩 이동해야 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부는 그냥 넘어가도 될 이야기도 서로 말대꾸를 하며 거의 매일 싸우게 됩니다. 아마 모처럼 토론토를 방문한 친구 부부에게 좀더 잘해주려는 행동이 자꾸 언쟁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친구는 당황도 하고 좀 부담스러웠는지, “한국에서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아내와 다투냐? 혹시 우리가 와서 다투는 거냐?”고 묻습니다.


나는 “그렇게 비쳤다면 미안한데… 우리 부부의 평상시 대화 방법이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부부가 맞교대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지를 못했고, 짧은 교대 시간에 사무적인 이야기만 서로 전하다 보니 대화 방식이 사무적으로 딱딱해졌다고…


 그런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여행 중에 저렇게 다투고 곧 이혼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다음날 보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서로를 대하곤 해서 의아했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 같으면 거의 한달 동안은 서로 말을 하지 않을 텐데” 하며…


사실, 이민 생활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습니다. 일단 터놓고 이야기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부는 인생의 파트너이고 동지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싸워도 서로 말을 하지 않을 경우 삶 자체가 파괴되기 때문에 싫어도 얼굴을 봐야 합니다.


화해는 무엇일까요? 결국 다시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피하고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화해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화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죠. 


이야기를 좀 바꿔서 토론토의 동포들은 교회이든 성당이든 한인 종교 커뮤니티에 대부분 소속되어 있습니다. 교회나 성당을 통해 교류도 하고 정보도 나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요일은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하지만, 분열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같은 종교, 같은 문화, 같은 얼굴, 자주 만나다 보니 결국 가까운 교인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깁니다. 교회는 나가야 하는데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은 고통입니다.


십여 년 간 잘 지내던 교인들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등을 돌리고 얼굴을 안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부지간의 경우는 좀 상황이 다릅니다. 말을 안하고 화해 안 하면 자신들이 아쉽기 때문입니다. 


부부 싸움을 많이 하다 보면 화해의 노하우가 축적되고, 그래서 “얼마나 잘 싸우고, 얼마나 잘 화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부부나 싸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인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싸움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며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책에서 찾아낸 화해법입니다. “잘못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사과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사과하면 바로 받아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화해는 사실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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