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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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독과 고추장독
Hwanghyunsoo

 
 
 이민을 용기 내 토론토에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절친한 친구가 뉴저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뉴저지에서 올라오고 내가 토론토에서 내려가면 4시간이면 중간에서 만날 수 있지 않겠니?”라는 생각에서…


그 꿈은 19년이 지난 올해 초에야 겨우 이루어졌다. 양쪽 중간 지점인 시라큐스에서 저녁7시쯤에 만나 맥주 마시며 수다 떨다가 12시경에 잠자고 아침9시에 호텔에서 주는 브렉퍼스트를 먹고 헤어져 5시간 걸려 토론토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이팔청춘도 아닌 연금 타는 나이에 철도 없이,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안나오는 짓을 했다.


잘 나가던 추사 김정희(1786 -1856)가 1840년에 억울한 정치적 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도로 유배를 가자 그 많던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찾아오는 친구 한 사람도 없이 뚝 끊어졌다.


유배생활의 김정희에게 가장 괴로운 것은 책을 마음대로 구해서 읽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친구같은 제자 이상적이 중국에서 많은 서적을 구입하여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부쳤다. 엄청난 외로움,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던 추사에게 그 책들은 큰 위로와 감동, 그 자체였다.


추사는 이상적과의 우정을 한 폭의 그림에 담았다. 그 그림이 유명한 세한도(歲寒圖)인데 ‘세한도’란, 공자의 말로 “날씨가 차가워진 후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의미를 지녔다. 무성한 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푸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는 늦가을이 되면 상록수만이 푸른잎을 계속 지닌다.

 


  

 

 

흔히 말년에 세 가지 고통인 병고, 가난고, 고독고가 없으면 행복한 사람이라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고독에서 벗어 나기 위해서는 친구를 많이 가져 유익한 시간을 함께 하는것도 큰 행복이라 생각된다.


몇 년전 한 언론사에서 ‘친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을 공모했더니 대상에 “온 세상 사람이 나를 등지고 떠날 때 나를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이 뽑혔다고 한다. 친구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역시 아픔이나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다.


뉴저지에 있는 친구와는 사실 토론토와 뉴저지를 서로 번갈아 가며 매년 한두 차례 정도 만나는데, 한 4년 전부터인가 친구의 부인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들 부부를 위해 손주들을 돌보는 바람에 함께 짬낼 시간이 없어졌다. 19년 전의 아이디어를 소환해 중간 지점인 시라큐스에서 남자들만 랑데뷰한 것이다. 전화로도 가끔씩 통화하지만, 그래도 술 한잔 제끼며 나누는 수다가 왕복9시간이라는 수고를 잊게 했다.


그 친구 아들이 결혼 할 때 뉴저지까지 가면서, 속으로 “너도 우리 아이 결혼식에 한번 와봐야 내 수고를 알텐데…” 했는데 우리 딸은 한국에서 결혼하는 바람에 그 고충을 못전했다.

 


 

 

 

우연인지 그 아들의 결혼식 선물로 내가 직접 제작한 판화 한 점을 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구인 그는 내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아는 몇 안되는 친구다. 직장 생활을 틈내 1990년대 초에 판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제작한 작품인데, 작품명이 ‘된장독과 고추장독’이다. 


 살며 된장으로 만든 음식만 먹으면 곧 질린다. 고추장으로 만든 음식도 먹어야 질리지 않는다. 섞어 먹으면 더 좋다. 인생은 장맛 같은 것이다. 장을 너무 많이 넣어도, 적게 넣어도 맛이 제대로 안난다. 부부가 힘을 합쳐 맛깔 나게 살라고 주었는데, 그림 해석이 괜찮았던지 친구가 무척 고마워했다. 물론 별도로 준 축의금 때문일 수도 있겠지… 


추사의 세한도에는 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친구가 인정해준 그림, ‘된장독과 고추장독’을 아들이 결혼하면 혼수로 주려는데, 며느리가 과연 좋아할까? 된장독 같은 시아버지라고 흉보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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