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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트레일(Inca Trail) (1)-Dead woman's pass
Byuneunsook

 

마추피추는 다들 알다시피 남미의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에 있는 페루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사진으로 볼 때마다 깊은 곡선의 산들 아래 펼쳐져 있는 잉카유적이 멋있어 보여서 한번쯤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다 올 2월에 결정을 내렸다. 다리에 힘 있을 때 가보자. 이왕 가는 김에 트레킹도 해서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Gadventure에서 하는 소그룹에 합류했다. 

 

 

 


마추피추는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가이드와 짐꾼들을 포함해서 5백 명뿐이라 원하는 기간에 가려면 미리 입장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기를 피해서 2017년9월에 가기로 하고, 2월에 보증금을 걸고 등록을 했다. 6개월이 긴 것 같아도 마지막 한 달을 남기고는 트레킹과 캠핑에 필요한 물품을 꼼꼼하게 챙기다 보면 꼭 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비행기로 해발 3,399m인 쿠스코에 도착하면 고지대라서 두통이 오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도 고산병에 필요한 약을 미리 의사에게서 처방 받아온 것이 있어서 한 알 정도 먹으면 다음 날은 약 없이도 적응이 된다. 의사 처방을 받을 때 한국 뉴스에서 본 것을 확인하고 싶어서 바이아그라가 고산병에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니, 고산병에 맞는 약이 있는데 그런걸 왜 먹느냐고 되묻는다. 흠. 그렇군!


쿠스코에서 작은 버스로 수탉이 새벽 4시에 목청껏 깨워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Ollantaytambo 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시 버스로 82Km 떨어진 Inca Trail 이 시작되는 기차길 옆으로 이동해서 우리 그룹 모두 배낭과 폴대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부터 옛날 잉카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트레킹이 시작된다. 오늘 우리가 묵을 Wayllabamba 캠프까지는 11km.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며 사진도 찍고 5~6시간 걸어서 캠프에 도착하니 포터들은 미리 와서 텐트도 쳐놓고 저녁식사 준비까지 해놓았다. 


캠프의 위치가 해발 2950m. 도착한 순서대로 손 씻을 물을 주고 각자 텐트 앞에는 1인당 작은 세숫대야로 보이는 플라스틱 통에 따뜻한 물을 준다. 이것으로 씻든지 담그든지 알아서 해결하고 앞으로도 4일간은 샤워라던가 수세식 화장실을 그리워하며 지내야 한다. 큰 텐트 안에는 18명 정도가 모여서 따끈한 수프와 닭고기, 밥과 삶은 야채 등 배불리 먹을 만큼 준비되어 있고 말린 코카잎 차도 주는데 저녁에는 되도록 마시지 말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별다른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밍밍한 차 맛이라고 할까. 


트레킹 이틀째 되는 날은 가장 높은 곳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내 짧은 다리로 아장아장 기어올라 'Dead woman's pass' 라는 악마의 지점을 가려니 4,000m 까지는 그럭저럭 올라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눈도 빠질 것 같은데 어지럽기까지 하다. 


오면서 물을 조금씩 빨아서 1리터 가량 마시고 지그재그로 발걸음을 옮기며 올라간다고 해서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왜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휴가를 내가지고 이 고생일까. 후회가 밀려온다. 


남들이 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는지 지나치던 청년이 내 배낭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자신도 힘든 여정인데 나까지 짐이 될 수 없어서 거절했다. 키도 크고 인물도 좋은데 친절하기까지 한 저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게다가 싱싱한 젊음은 또 얼마나 부러운지. 


마지막 고지를 앞두고는 내가 죽기 직전이라는 소문이 나가지고 가이드가 와서 내 배낭을 낚아채서 올라간다. 가이드라고 쉬운 길이 아닐 텐데 내가 딱해 보였나 보다.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갈 길도 없으니 두 발 옮기고 쉬고, 세 발자국 옮기고 쉬고 해서 정상에 오르니 해발 4,215m. 먼저 도착한 몇몇 같은 그룹 사람들과 가이드가 You made it! 하면서 마구 축하를 하며 부산을 떠는 통에 울지도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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