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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시평]완전한 삶-김광규
Byunchangsup

 
완전한 삶 / 김 광 규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고
썼다가
지워버리고
생각나면
떨쳐버리고
그러면서 칠십 년 참고 견뎌
선종했다
한 평생 차지했던 자리 
고스란히 비워주고
말도
글도
남기지 않은 채

 

 

 

      

 

 

1941년 서울 태생
1975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
한양대 독문과 교수 역임
시집 <물길> 등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요즘 모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 ME TOO 운동이 그것입니다. 연극 연출가, 영화 감독, 영화 배우, 대학 교수, 캐톨릭 신부, 대형교회 목사, 심지어 대시인 En선생까지! 그리고 젊고 잘 생긴 대선 유력 정치인의 민망한 모습은 우리를 참으로 슬프게합니다. 


또 하나는, 나라 경제를 살려 달라고 뽑아 준 국가 수장이 국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벌였던 그 끝없는 탐욕과 기만의 정치는 우리를 경악케 합니다. 죽어서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름을 남기기는 남기네요. 명성과 출세의 허상이 남긴 초라한 뒷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이들과는 다른 차원의 삶에 대한 시 한 편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우리들의 정신과 마음의 정화를 위해. 이 시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선종한 어느 삶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욕망마저 참고 견디며 한 평생을 살다 간 그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완전한 삶이 아닐까 시인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름과 말과 글을 남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무엇을 남긴다는 것은 인간의 추한(?) 욕망 때문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생의 후반부로 접어든 시인 김광규는 그의 삶과 시쓰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 줍니다. 그는 시작메모에서 “자기가 살아 온 생애보다 앞으로 살아 갈 생애가 짧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 사람들은 철이 들기 시작한다. 지천명의 나이가 지나면 세상사에 대하여 대개 말수가 적어지고, 시인들은 젊었을 때처럼 긴 시를 쓰지 못한다. 삶과 글이 차츰 접근하다가 마침내 일치하는 시점에서 태어나는 것은 완벽한 시일까 아니면 절대 침묵일까.”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너나없이 한마디씩은 떠들어대는 요즈음, ‘절대 침묵’은 인간 내면의 진실한 소리를, 나아가서는 자연과 우주의 심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대각한 고승들은 열반에 들기 전에 대침묵으로 이승을 마감하는 것이 아닐까요? 


 시인들이여! 깨달았거든 쓰지도 남기지도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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